제6장 7


 
 

제 6 장

7

 

새벽이슬이 내리고있었다.

새날을 알리며 동네에서 닭이 첫홰를 울었다.

(제길, 오늘도 헛탕이군.)

장칠복이는 가둑나무잎으로 잘 가리운 조영란이네 집뒤의 은페지에서 일어서며 시커먼 수염속으로 중얼거리였다. 관절염을 앓는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나며 저려오고 모기한테 쏘인 목덜미가 아팠다.

(빌어먹을!)

그는 그냥 두덜거리였다. 반동놈이 나타나지 않은것에 공연히 화가 났다.

(오늘밤엔 한놈이 걸려들것 같았는데 이상하군. 낮에 술사러 왔다던 그 상고머리가 수상했단말이야. 그놈이 자고 새벽쯤에 사라질수도 있겠는데···)

이렇게 두덜대며 언덕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조영란의 집과 그 주변의 잡관목림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살펴보던 장칠복이는 흠칫하며 급기야 허리를 구부리고 숨을 딱 멈추었다.

(아하, 그러면 그렇겠지!)

어떤놈이 봉화재와 잇닿은 언덕의 잡관목림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슬금슬금 걸어나오는것이 희미한 별빛아래 어렴풋이 보였다. 그자에게 들키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였다.

그자는 조영란의 집뒤쪽으로 접근해가더니 쪽문을 조심스럽게 안으로 밀었다. 안으로 걸려있었다. 그자는 분명 암호같은 손기척을 냈다. 이윽하여 쪽문이 열리고 그자는 마치 그림자가 잦아들듯 집안으로 사라져버리였다.

장칠복이는 심장이 훌떡훌떡 뛰였다. 마침내 범인을 잡을수 있게 되였다. 반동놈을 잡지 못해서 동네사람들로부터 미움은 얼마나 샀으며 강명우로부터 욕은 얼마나 먹었던가. 반동놈의 뒤꼬리를 밟으려고 모기에 뜯기고 추위에 떨며 밖에서 순찰하고 은페해있으면서 보낸 밤인들 얼마나 많았던가!

(낮에 본 상고머리같지 않아. 버쩍 여위고 키가 큰걸 보니 현상도같군! 음- 마침내 네놈이! 그래, 저놈이 상고머리하고 접선하러 올수도 있지.)

그는 중얼거리였다.

(글쎄 조영란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했다니까. 흥! 장칠복의 코가 냄새를 헛맡지는 않아. 엉뎅이가 큰 쌍년같은게.)

그는 수염속에서 히쭉 웃었다.

그는 불시에 여기서 혼자 이렇게 세월없이 중얼대고있을 정황이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였다. 저놈이 어느 순간에 빠져 달아날지 모른다. 마을자위대원들을 동원시킬가? 그까짓 자위대원들이란게 거의다 처녀들인데 뭘하겠는가. 속히 내무서에 사람을 띄워 자루안에 든 쥐를 잡듯이 해야지.

장칠복이는 조영란이네 집의 동정을 살피다가 놈이 이내 되돌아서지는 않을것이라고 믿고 그자리를 떠나 마을로 들어갔다. 그는 현덕칠이네 집 대문을 두드리고 순옥이를 불러냈다.

《너 혼자 가기가 무섭거든 누구든 한명 더 데리고 빨리 군내무서로 달려가라. 날아가면 더 좋겠지만 그건 그렇게 할수 없으니까 달음박질을 쳐라. 반동놈이 나타났는데 〈암까마귀〉네 집에 들었다고만 말해라. 그러구는 숨을 쉬며 천천히 돌아와도 돼.》

《〈암까마귀〉는 누구야요?》

《몰라도 된다. 암호다. 군내무서에서는 안다. 자 어서!》

순옥이를 군에 띄운 다음 장칠복이는 누구든 든든한 사람을 한명 골라가지고가서 내무원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조영란의 집을 감시하기로 작정했다. 그놈이 혹시 급히 되돌아나가버리는 경우에는 그자신이 그를 체포해야 했던것이다. 누구를 조력자로 쓸것인가? 장칠복이는 굼뜬 성미이지만 이처럼 급한 정황에서는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았다.

(그렇지!)

그는 한정녀네 집으로 갔다. 거기서 뜨락또르운전수들이 하숙을 하는데 교대운전수는 애숭이지만 책임운전수 종원이는 전쟁판에서 싸운 군인이다! 그 이상 더 믿음직한 조력자를 구할수는 없을것이다.

문을 두드리고 한정녀에게 운전수들을 깨우라고 했다. 그들은 증원리에서 이동작업을 끝내고 래일 임경소로 떠나기때문에 저녁에 대접을 잘 받고 지금 정신없이 잠을 자는중이였다.

종원이가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왜 잠을 깨우면서 그래요. 아저씨?》

그는 선잠을 깨서 씨뿌둥한 얼굴로 물었다.

《이사람, 종원이, 일이 있네. 날 좀 도와달라구.》

《새벽에 왜 총은 메고다닙니까?》

《자네들이 래일 임경소로 올라가는데 이것 참 안됐어. 하지만 자네들이 오늘밤 우리 마을에 있는게 천만다행이네.》

그사이에 정신이 든 종원이는 무릎을 꺾고앉아서 장칠복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잠이 말짱 깨였다.

《그래요? 좋아요. 갑시다. 그놈이 도망치면 전쟁때 미제놈새끼들을 잡듯이 잡읍시다.》

종원이는 교대운전수까지 깨워가지고 장칠복의 뒤를 따랐다. 가면서 작전을 토의했다. 기본은 뒤문이니까 거기를 총을 가진 장칠복이와 제대군인 종원이가 지키고 교대운전수는 앞으로 돌아가서 대문을 보는데 정황이 생기면 신호를 하기로 했다.

《뭐 대문쪽은 아무 일 없을거야. 그러니까 자네 졸지 말게.》

장칠복이는 아직도 잠에 취해있는 애숭이청년에게 주의를 주었다.

조영란의 집뒤로 돌아간 두사람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매복장소를 두군데로 정하고 서로 갈라져서 은페해있기로 하였다. 장칠복이는 원래의 자기 은페지에 들어가있고 종원이는 봉화재와 통하는 언덕의 관목림속에 숨어있기로 하였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서 내무원들이 도착하여 집을 포위할 때를 기다리며 그들은 감시를 하였다.

시간은 굼뜨게 흘렀다. 순옥이가 아직도 가는 도중에 있는것만 같았다. 현상도놈이 집안에 들어가서 무얼하고있는지 알고싶어 안달이 났다. 한편 종원이는 날이 밝으면 영영 다시는 이 현촌에 돌아오지 않을 결심이였으므로 이 마지막밤이 어떤 운명적인 밤처럼 느껴졌다.

조영란의 집 뒤쪽문이 소리없이 열리였다. 그것을 장칠복의 예리한 송곳같은 눈이 먼저 보았다.

(네놈이 기어이 내 손에 잡히고싶은 모양이군.)

장칠복이는 아까 들어갔던자가 쪽문으로 빠져나오는것을 보자 격발기 안전장치를 풀었다. 놈은 개암나무덤불에 의지하면서 묵은 락엽을 밟으며 바로 자기가 숨어있는쪽으로 허리를 바싹 굽히고서 점점 다가오고있었다. 장칠복이는 이상하게 묵은 가랑잎냄새와 부식토냄새가 섞인 신선한 풀냄새를 느끼였다.

그는 보총을 들고 그자의 얼굴을 겨냥하며 별안간 소리쳤다.

《서랏!》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는 짧고 날카로운 소리에 그자는 놀라서 훌쩍 뛰여오르더니 방향을 홱 바꾸어 종원이가 지키고있는쪽으로 잡관목을 와삭와삭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놈이?》

장칠복이는 오른쪽무릎을 썩은내나는 가랑잎이 깔린 경사지에 대고 꿇어앉으며 침착하게 조성과 조문을 맞추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충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는수밖에 없었다.

《탁!》

유감스럽게도 불발이였다.

(제기랄···)

욕설을 퍼부으며 격발기를 재장탄하였으나 그는 다시 쏠수 없었다. 그놈앞에 종원이가 불쑥 솟아오르며 앞길을 막았던것이다. 종원이가 어찌도 가까이에서 솟아올랐던지 그놈은 어쩌지 못하고 그와 부딪쳤다.

장칠복이 공중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번에는 제대로 총알이 나갔다. 그는 총을 쏘는 한편 종원이를 돕기 위하여 달려갔다.

그사이에 맞부딪친 두사람은 서로 쥐여박고 차다가는 끌어안고 딩굴기도 하며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격투를 벌리였다. 그러나 차츰 종원이는 부상당한 허리의 모진 아픔을 느끼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는 힘껏 놈의 면상을 후려치는 순간에 그만 그놈의 배밑에 깔리우고말았다.

종원이와의 격투가 목적이 아닌 놈은 종원이를 타고앉자 주먹을 휘둘러 한대 힘껏 먹이고는 발로 밟아주고 관목림속으로 뛰려 하였다. 그렇지만 이때 종원이는 안깐힘을 다 써서 그놈의 뒤다리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놈은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그는 종원이의 손아귀에서 발목을 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였다. 빼빼마른 손가락들로 잔디풀을 거머쥐고 배와 무릎에 힘을 주면서 다리를 앞으로 당기였다. 하지만 전선에서 단련된 종원이의 손아귀는 쇠집게같았다. 종원이는 허리의 모진 아픔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속에서도 놈의 발목만은 더 세게 틀어잡고있었다.

놈은 헉- 헉- 하며 앞으로 기려다가 불시에 뒤로 움츠리며 종원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찼다. 종원이는 흘러내리는 쩝쩔한 피맛을 느끼였으나 두손을 달리 쓸수 없어 지난해의 묵은 나무잎들이 곰팡이내를 풍기는 땅우에 그대로 피를 휘뿌리며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서 불꽃이 튀여오르며 무수히 흐트러졌다.

(손을 풀면 안된다. 놈을 놓쳐서는 안된다. 힘을 내라···)

그는 깜빡깜빡 정신이 흐려지는 속에서 자신을 향해 중얼거리였다.

묵은 가랑잎우에 태질하며 아이들 손에 잡힌 개구리처럼 몹시도 버둥거리던놈은 생각을 고쳐먹고 뒤로 벌렁 나가누우며 허리를 굽혀 종원이의 목줄기를 거머쥐려고 두손을 내뻗치였다. 위험한 순간이였다. 이 순간에 장칠복이가 검은 수염속에서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면서 놈의 상통을 힘껏 걷어찼다. 헐떡거리던 놈의 아래턱이 웃턱과 부딪치며 떡! 하고 소리가 나는 동시에 코와 입에서 검게 보이는 피가 쏟아져나왔다.

장칠복이는 재차 놈의 등줄기를 내리밟아주고 타고앉으면서 주먹으로 목과 턱에 련속적인 타격을 주었다. 나무잎 썩은 냄새, 부식토냄새와 함께 피비린내가 확 퍼지였다.

반주검을 시켜놓고 놈을 들여다보니 현상도가 옳았다.

《그렇지. 네놈이 틀림없었구나!》

기쁨에 겨워 씨근덕거리며 장칠복이는 땀을 훔치였다.

팔과 다리를 결박당한 놈은 모로 누워서 입에서 나는 피를 퉤퉤 내뱉고있었다.

《현상도, 나한테 졌지?》

장칠복이는 발로 그의 허리를 직신거리며 서서 물었다.

《아직··· 모른다···》

현상도가 으르렁댔다.

교대운전수가 총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런것을 빨리가서 초소를 지키라고 하였다. 대문안에 다른놈이 또 있다면 대문으로 내뺄수 있었던것이다.

《아니, 종원형님, 왜 그래요?》

가둑나무덤불속에 누워서 신음하는 종원이를 보고 되돌아가려던 교대운전수가 소리쳤다.

《엉? 종원이가?》

현상도를 잡은 만족감때문에 미처 종원이를 생각못한 장칠복이는 급히 종원이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어찌된 일인가? 심하게 상했나?》

《부상당한 척추가! 아···》

《척추가! 아니, 이사람 종원이, 그런데도 종시 놈을 붙잡고있었구나. 아픔을 참고서!··· 장하네.》

그는 종원이를 일으켜세우려 하다가 종원이가 이발을 악물고 땀을 철철 흘리며 아픔을 참느라고 애쓰는것을 보고는 그대로 눕혀두었다.

《이 개새끼가!》

그는 현상도에게 와락 달려들더니 발로 사정없이 차고 짓뭉개고하였다. 눈에서 퍼런 불이 펄펄 불고있었다.

마침 내무원들이 와서 그를 겨우 진정시켰다.

이렇게 하여 이 군에 기여들어 간첩망을 조직하고 숱한 악행을 저지른 현상도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였다. 현촌에서만도 이자는 《치안대》에 들었다가 자수한 부농의 아들 영구를 망에 끌어들여 소들을 독살케 하였으며 다른 리에 있는 망원을 데려다가 종곡창고를 불지른 공작에 써먹었고 조영란이와 당촌무당을 통하여 각종 류언비어를 퍼뜨리게 하였다. 그의 망이 거의다 드러났다. 군내무서에서도 현상도망에 대한 포위를 좁히는중이였다.

조영란이는 울면서 자기의 죄행을 그대로 고백하였다. 이 녀자는 광복전 한때 장사가 파산에 직면했었는데 현무림이가 돈을 꿔주어 요행 살아났다. 그런데다가 광복이 되고 현무림일가가 남으로 도주하자 조영란이는 그에게 진 빚을 갚지 않게 되여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녀자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략적후퇴시기에 현무림의 아들이 미군을 따라 들어왔다. 그는 조영란이에게 회계를 당장 하자고 조급하게 굴지는 않았다. 저들의 세상이 왔으니 덤빌 필요가 없었고 당장은 애국자들을 잡아죽이는 일에 바빴다. 하지만 인민군대에 의하여 쫓겨가게 되자 조영란이를 잊지 않고 찾아왔다. 미군이 다시 온다는것, 그때까지 자기가 숨어서 활동하게 되는데 필요할 때 며칠간씩 묵어가게 해달라는것, 그러면 은혜를 잊지 않을것이고 빚도 받지 않겠다는것 등 조건을 내댔고 조영란의 승인을 받았다. 그때부터 조영란이는 드문히 나타나는 현상도를 숨겨주고 먹여주었으며 그의 지시를 망원에게 련락해주었고 당촌무당과 련계를 가지고 반동요언을 퍼뜨리였다.··· 사실을 고백하면서 목메여 우는 조영란이를 보며 장칠복이는 어째서인지 가슴이 알찌근 했다. 녀자의 짧은 생각때문에 결국 반동놈의 앞잡이노릇을 하지 않았는가.

밤중으로 정종원이를 군병원에 실어갔다. 소달구지에 이불을 두툼히 깔고 그 우에 종원이를 눕히였고 그옆에서 옥금이와 교대운전수가 따라갔다. 소달구지는 박인수가 몰았다.

《삐걱- 삐걱》

달구지는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올 무렵 현촌을 벗어나 읍으로 향하는 국도에 들어섰다.

종원이는 모진 진통에 의식을 깜빡깜빡 잃군 하였다. 무쇠처럼 꺼멓게 빛갈이 죽은 땀에 푹 젖은 얼굴은 들여다보기조차 괴로왔다.

군병원에서는 전쟁시기에 척추에 박혔던 포탄파편들을 야전병원들에서 미처 다 꺼내지 못하여 몇개가 그대로 박혀있는데 그것들이 움직이면서 척추를 압박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상도와 격투할 때 척추의 수술부위에 손상이 갔다고 했다.

교대운전수는 쿨쩍쿨쩍 울었다.

옥금이는 병원마당으로 나가 어디론가 방향없이 걸었다. 해가 떠올무렵에 현상도와 조영란이 등을 처리하는데 조력하느라 분주했던 장칠복이 헐떡거리며 병원에 나타났다. 병원마당에서 어딘가를 망연자실하여 바라보고있는 옥금이를 만나자 큰소리로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전상자병원으로 후송해서 장기치료를 받아야 한답니다. 척추가 부러진것 같아요.》

처녀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있었다.

《에잇, 내가 무엇때문에 종원이를 이 일에 끌어들였을가, 전쟁때 척추를 상한 영예군인이란걸 생각못하구··· 옥금아, 내 잘못이다.》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그게 어떻게 아저씨 잘못이예요? 그런 말 마세요···》

마을로 돌아올 때 박인수는 옥금이더러 빈달구지에 올라앉으라고 하였다.

《얼굴이 말이 아니야. 그렇게 일하다간 쓰러진다니까. 조합일이란게 관리위원장 혼자 뛴다고 되는가. 거기다가 마음고생이 겹쳤지··· 달구지에 타라구. 어서! 빈달구지가 아니나.》

《일없어요. 걸어가겠어요.》

소방울이 떨렁거린다. 《삐걱- 삐걱-》 달구지가 쉬임없이 굴러간다.

《인수아저씨.》

옥금이가 찾았다.

《엉.》

《아저씨나 나는 개인농때는 다 자기 경리의 주인이였지요. 지금 개인농들처럼 말입니다. 개인농은 자기 경리의 주인이니까 거름을 내도 알씸있게 내고 모를 내도 빈포기없이 내지요. 제 논밭이 물에 씻겨내려가는것을 보고 가만 내버려두는 그런 개인농을 상상할수 있었어요? 제 땅을 부치는 사람은 더 말할것 없고 지주의 땅을 소작하는 사람도 그것을 부쳐먹고 살려고 아끼고 보호했어요. 그런데 조합이 되고 더구나 조합이 커져서 조합식구가 불어나니 별일이 다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조합의 재산과 토지를 자기의것처럼 알뜰하게 관리하고 보호하지 않고 일도 되는대로 하는것이 제일 문제로 되고있습니다. 아저씨가 옳게 말했어요. 관리위원장이 혼자 뛴다고 되지 않아요.》

박인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사람들이 못살던 때를 잊었어. 땅 한뙈기없어 지주놈의 학대를 받던걸 잊었다니까. 에라- 내 타령이나 하나 하지.》

그는 속이 타는 처녀를 위안하려는 속심에서 타령을 불렀다.

 

산이 좋아서 바라보느냐

정든님 계셔서 바라보느냐

에-

비길같은 두손을 이마에 얹고

님 행여 오시는가 바라를 본다

에-

 

《아저씨.》

《엉?》

《종원동무가 어떨가요?》

《괜찮을게다. 전쟁판에 나갔어도 살아돌아오지 않았니? 아픔을 참는걸 보니 남자는 남자더라. 군대가 달라. 그런 사람은 쉽게 꺼꾸러지지 않아. 내 말이 틀리는가 보라니까.》

《고맙습니다.》

《원- 울기는··· 쯔, 쯔··· 그만하라구. 조합원들이 보면 어쩔려구···》하는 박인수도 코를 훌쩍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