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3


 
 

제 5 장

3

 

김일은 4월부터 내각에 출근하였다. 부수상으로서 그는 사무실을 내각에 정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농업성에 나가군 하였다.

김일이 농업성으로 나가 상으로 정식 취임하는 날 제일 인상이 강하게 만난 사람은 강봉석이였다. 운명은 두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였다.

김일은 먼저 성의 국장이상 간부들과 집체적으로 만나 인사를 하였으며 뒤이어 부상 강봉석이를 만나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답게 잘 생기고 예리한 인상을 주는 강봉석은 김일을 대함에 있어서 깍듯이 례의를 차렸다. 그러나 농업성사업과 관련한 실무적인 이야기에 들어가서는 여전히 도고한 태도를 보이였다.

《부상동무가 성 내부사업을 틀어쥐고 군대로 말하면 참모장격으로 일했다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사업해야 하겠소. 내가 상을 겸하고있긴 하지만 내각에 주로 가있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농업을 아오?》하고 김일이 그에게 말했을 때 그는 《옳은 말씀입니다. 부수상동지가 참모장이라는 군사용어로 나의 위치를 규정했는데 전적으로 옳습니다.》하고 응당 자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물론 농업성에 군사체계를 도입하려는것은 아니겠지요?》

《아니, 필요하다면 군대에서와 같은 강한 규률을 세울수도 있소. 농업성이 좀 굼뜨고 물렁물렁하다는 평이 있소.》

강봉석의 눈에서 호기심 비슷한 방전이 벙끗 일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로동계급에 비해 뒤떨어진 농민들의 생활의 반영이라 할지···》

《그러니까.》하고 김일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농업성에서부터 규률을 세워야 한단말이요. 동시에 농민들을 사회주의근로자로 개조하는 협동화를 다그쳐 그들이 속히 그 락후성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는거요.》

김일은 의도적으로 이 말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일은 지금도 농업성에 강봉석이 앉아있는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으나 김일성동지의 뜻을 따라 그와 사업하지 않을수 없었고 그와의 첫 대면에서부터 농업협동화문제를 의도적으로 강조하였다. 강봉석이가 우리의 농업협동화운동에 대하여 확고한 신심을 가지고 이 사업에 관여하고있는지 아직 알수 없었던것이다.

김일은 자기의 말에 강봉석이 별로 신통한 반응을 보이는것 같지 않아서 한걸음 더 내짚어 이렇게 물었다.

《농업협동화사업에 대한 지도에서 당면하여 어떤 문제가 제기되고있소?》

강봉석이 선선히 대답하였다.

《나는 협동조합기준규약초안을 만들데 대한 수상동지의 지시를 집행하고있습니다. 2~3일내로 완성하여 올리겠습니다. 물론 먼저 부수상동지에게 제출하겠습니다.》

《내야 협동조합의 기준규약에 대한 연구도 없고 본것도 없으니 그것이 순전히 형식상의 절차로 될수 있소. 그러나 그 분야의 전문가인 부상동무에게서 배우는 립장에서 봅시다.》하고 김일은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그 솔직한 이야기는 오히려 강봉석이를 감동시켰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쑥스럽지 않습니까.》하고 김일과 마주앉은 이래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강봉석은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다음은 중화협동조합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한 기계파종문제인데 이것은 아마 부수상동지가 더 잘 알고있을것입니다.》

김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알고있소. 수상동지께서 그곳에 나가셨을 때 평양농기계임경소 사람들에게 과업을 주시면서 그 보리들이 싹터나오면 자신께 알리라고 말씀하시였소.》

《그렇습니다. 성에서는 수상동지께서 나와보시겠다고 하셨기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그 기계파종을 지도했습니다. 4월 보름께면 보리들이 싹터나올것입니다. 나는 현대적인 농촌건설의 전망 특히는 협동화운동의 승리적전진과 결부시켜 이 기계파종을 중시합니다. 수상동지께서 왜 보리들이 싹터나오면 친히 나가보시겠다고 하셨겠습니까?》

김일은 강봉석이가 옳게 말했다고 생각하였다. 우리의 농업협동화운동은 경리형태의 개조를 먼저 하고 기술개조를 뒤따라 하는것이므로 그것을 빨리 뒤따라 세울수록 성과가 더 확고해질것은 자명한 리치이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뒤따라 세울수 없는것이 현조건이다.

《중화협동조합에서는 수상동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물을 끌어들여 논을 풀기 위한 토지정리작업도 하고있습니다.》

강봉석이 계속하였다.

《평양농기계임경소에서 도와주고있습니다. 나는 그 작업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한대의 뜨락또르라도 더 많이 사들여오기 위해 힘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상동무, 뜨락또르문제를 자꾸 제기하지 말아야 하겠소. 19억원의 대부금이 어떻게 마련되였고 뜨락또르들을 사들여오는데 드는 외화가 어떻게 얻어졌는지 잘 알지 않소? 그런데 농업성에서 또 들고나오면 수상동지께 새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될게 아니요.》

《예, 그래서 나도 뜨락또르를 계속 사들여오는 문제를 부수상동지앞이니 말하지 수상동지앞에서는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뜨락또르가 더 많이 들어오면 나빠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김일은 강봉석이가 자꾸 뜨락또르소리를 하는것이 리해가 되면서도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그가 기계만능의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그러나 오늘 강봉석에게서 받은 총적인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강봉석이에게 농업협동화사업에 대한 성의 지도를 책임지우신 김일성동지의 조치가 은을 내고있는것을 볼수 있었다. 농업협동화사업에서 걸림돌이 되고 우환거리로 될것으로 보았던 강봉석이가 그 사업을 책임지고 지도하게 됨으로써 무엇보다도 한사람의 유익한 일군을 얻어냈다. 무익할번 했던 일군이 유익한 일군으로 되고있다.

김일은 그와 담화를 끝내고 일어서며 《보리가 4월 보름께 싹터나온다고 했지요?》하고 확인하듯 물었다.

《예.》

《그러면 그때 수상동지께 보고드립시다.》

 

···4월 14일에 김일은 강봉석이로부터 중화협동조합의 기계파종을 한 보리가 싹터나왔는데 그곳 일군들과 조합원들이 수령님을 그 포전에 모실 날을 손꼽아기다리고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4월 15일이 지나면 곧 김일성동지께 말씀드리겠다고 대답을 주었다.

그날 김일은 퇴근하는 길에 최고사령부지휘처가 든 농가를 찾아갔다. 그는 수령님께서 퇴근하시기전에 도착하려고 오늘밤 좀 일찌기 들어갔다. 수령님께서는 평양시내의 저택이 복구되지 않아 여전히 이곳에서 숙식하고계시였다.

김일은 대기하고있는 부관 한사람을 만날수 있었다.

《료리사동무를 좀 데려오오.》하고 김일이 그에게 말했다.

김일이 수령님의 생활을 뒤에서 돌봐드리려고 애쓰고있는것을 잘 알고있는 부관은 그의 지시를 군말없이 집행하군 했다. 김일뿐만아니라 항일빨찌산출신의 간부들이 다 그러했다. 이전에는 김책이 그렇게 수령님의 생활에 관심이 컸었다.

김일은 전선에서 싸우고있을 때 최고사령부에 중요한 회의를 하러 올라왔다가 이 농가에 미군비행기가 폭탄을 떨구고 기관총사격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 몹시 놀랐었다. 기관총알들은 농가의 사랑채를 쓰고있는 집무실의 벽을 뚫고지나가 본채에 있는 서재의 널마루에까지 미치였다. 농가의 뒤에 떨어진 폭탄도 불발탄이여서 다행히 손실을 면했다. (후에 적비행대를 이곳에 끌어들인것이 리승엽간첩도당이라는것이 판명되였다.) 김일은 불발탄을 직접 가보고 이것을 어디 멀리 내다버리지 왜 이곳에 그냥 두었는가고 호위성원들에게 화를 냈다. 그 말이 수령님께 전달되였는데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지금에 와서 아무 위험도 없는 그것을 그자리에 그냥 두어 력사의 증거물로 삼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하시였다. 김일은 전선으로 다시 나가서도 엄혹한 시련의 한페지를 말해주는듯 한 그 증거물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되살아나군 하였다.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소환되여온 이후에는 최고사령부성원들과 부관실에서 어련히 잘하고있었지만 직접 농가를 자주 찾아와 수령님의 생활을 뒤에서 돌봐드리려고 애썼다.

김정숙동지께서 살아계신다면 그가 이토록 마음을 쓰지 않았을것이다. 수령님을 호위하고 그이의 생활을 돌봐드리는데서 녀사를 대신할수는 없었다. 언젠가 수령님께서는 호위성원들이 료리사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올린 산딸기차를 마시며 아주 상쾌하고 시원하다고, 그들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김일에게 말씀하시며 기뻐하시였다. 그때 김일은 김정숙녀사를 대신해드리려고 애쓰는 호위성원들의 정성이 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미치고있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홀로 계시는 수령님을 보좌해드리는데서 빈구석도 느껴지였다. 김정숙동지께서 계시지 않기때문이라는 생각으로 김일은 가슴이 쩌릿해났다.

《래일이 장군님의 생신날이요.》하고 그는 부관과 료리사에게 말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있을게고 어련히 잘하겠지만 그래도 채근하게 되는구만. 장군님께서 보통날은 더 말할것 없고 생신날이나 명절날에도 검소하게 식사를 하시군 하니 동무들이 안타까와하는 심정도 알만 하오. 그리고 사실 지금 잘해드리고싶어도 부족한게 너무 많지.》

《부수상동지.》하고 부관이 말했다.

《··· 낮에 내각사무국에서 경리일군이 왔댔습니다. 부수상동지가 최고사령부에 가서 알아보고 제기되는것이 있으면 풀어주도록 하라고 사무국에 특별히 부탁해서 왔노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리경철동무하고 같이 좋은것들을 구입하려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김일이 그런 부탁을 사무국장에게 했었다.

《래일 이렇게 하는게 좋겠소.》

김일이 말했다.

《장군님께서 휴식을 하시지 않을건 뻔하니까 아침에 동무들이 조반식사를 잘 준비해서 대접해드리오. 내가 와서 같이 식사하며 탄생일을 축하해드리겠소. 점심에는 내각식당에서 간단한 축하연을 베풀고 저녁에는 여기서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참석하는 연회를 베풀자는거요. 사무국장동무와는 이미 토론이 있었소.》

《장군님의 승인을 받아주십시오. 사실은 그 승인을 받는 일이 제일···》

김일이 뚝한 얼굴로 엄하게 말했다.

《장군님께 말씀드리면 승인할것 같소? 장군님을 잘 받들어모시는 사업은 우리들모두가 량심과 의리를 가지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이요. 장군님께서 빈터우에서 나라를 일떠세우기 위하여 침식을 잊으시고 일하시느라 얼굴이 상하신것을 보지 못했소?》

《부수상동지! 사실···》

《아, 됐소. 내 동무들의 심정을 알만해. 승인없이 조직했다고 엄한 추궁을 받을거요. 그러면 다 이 김일이한테 미오. 내가 책임지겠소.》하고 김일이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의 일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였다. 이튿날은 4월 15일이였다. 아침부터 하늘이 맑게 개이였다.

김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옷차림을 다른 때보다 특별히 단정히 하고 서둘러 최고사령부를 찾아갔다.

농가의 대문앞에서 호위원이였던 리경철이가 김일을 맞이했다. 그는 이제는 호위원이 아니였다. 한번은 그가 김일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저 장군님께서 저에게 대학공부를 하라고 여러번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장군님곁을 떠나기 싫습니다.》

그는 김일이와 함께 항일혁명에 참가했던 전우의 아들이였다. 전우는 광복전에 전사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른 항일혁명렬사의 아들딸들과 함께 경철이도 넓디넓은 만저우땅에서 찾아내여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공부를 시켰고 전쟁이 일어나자 옆에 두시고 여태껏 보살펴주고계시였다. 경철이는 아버지의 막연한 전우였던 김일에게 속에 있는 말을 잘했다.

《경철아, 말씀대로 공부를 해라. 공부를 해서 지식으로 장군님을 받드는것도 호위사업 못지 않는거야.》

김일은 타이르면서 대학에 갈바에는 농업대학에 가라고 했다. 장군님과 함께 최고사령부의 터밭에 늘 밭작물들을 가꾸며 일하는 과정에 그이께서 얼마나 나라의 농사일에 마음을 쓰시는지 잘 알게 된 경철이는 김일의 제기를 기꺼이 받아들이였다. 그래 지금 그는 대학에 붙기 위한 공부를 하는중이였다. 경철이는 김일이가 김일성동지께서 어디 계시는가고 묻자 썩 밝지 못한 얼굴로 대답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출근하셨습니다.》

《뭐?!···》

그는 온몸의 맥이 쑥 빠지는것 같았다.

어제 그처럼 당부했건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날도 보통날과 다름없이 출근하시였을뿐아니라 오히려 더 일찌기 나가시지 않았는가.

《그래 조반식사는 어떻게 해드리였소?》

김일이 물었다. 그이께서 일찌기 출근하신것을 보니 아무래도 조반식사를 평소나 다름없이 간소하게 하셨으리라 짐작되였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료리사가 자책감이 어린 얼굴을 숙이며 장군님께서 엄하게 말씀하셨기때문에 보통날과 다름없는 식사를 드리였다고 대답하였다.

김일은 금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 그럴것 같아서 어제 일부러 찾아와서 말했는데!··· 그래 장군님께서 색다른 식사를 허용하실줄 알았소, 엉?》

그의 거친 목소리가 골안을 울리였다.

《잘못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료리사는 어찌할바를 몰라 쩔쩔 맸다.

《경철이는 뭘했어?》

이번에는 불호령이 경철이에게로 날아갔다.

그러자 경철이는 금시 눈물이 글썽해졌다.

《사실은··· 저··· 사실 장군님께서 언제한번 생신날을 제대로 쇠신적이 있습니까? 어머님께서 돌아가신후로는 더욱··· 전쟁시기라 해도 저희들이 어머님께서 바쳐오신 지성은 도저히 따를수 없지만 그 백분의 일이라도 대신해드리려는 마음에서 성의를 다하려 했지만 매번 마다하셨는데 이제는 전쟁도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래 부수상동지의 지시대로 식당에서 색다른 음식을 좀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산보를 하시던 장군님께서 벌써 어떻게 다 아셨는지 절대로 특식을 차려서는 안된다고 저희들에게 엄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저보고도 몹시 노하시여 경철이는 공부나 할노릇이지 할 일이 없어 무엇을 구입한다 어쩐다 하며 돌아다녔는가 하고 책망하셨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어려운 복구건설에 떨쳐나선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고있는 때에 생일날이라고 푸짐한 음식상을 차려오면 그 음식들이 목으로 넘어가겠소? 하시며 평소나 다름없이 조반을 드시였습니다.》

경철이 눈물을 삼켜가며 말했다.

김일은 가슴이 미여지는듯 하였다. 이들에게 무슨 추궁을 더할수 있으랴. 그는 눈앞이 흐려와 그저 묵묵히 서있기만 하였다.

《부수상동지, 저희들을 책망해주십시오.》

《아니요, 아니요···》

김일은 격해지는 심정을 누를길 없어 손을 급히 내젖고 돌아섰다.

그는 승용차를 달려 시내로 향하였다.

내각에 도착한 그는 자기 사무실에 들어가기전에 먼저 수령님을 찾아갔다.

집무탁에 무슨 문서를 펼쳐놓고 읽으시면서 수정, 가필하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 반기며 그를 맞이하시였다.

《수상동지, 탄생일을 축하합니다.》

김일의 인사에 그이께서 답례하시였다.

《고맙소.》

《저는 사실 오늘 좀 서운합니다.》

김일이 선채로 말했다.

《아침에 최고사령부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아침식사도 같이 나누려고했는데···》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오늘 할 일이 많아서 좀 일찌기 나오느라고 미안하게 됐소.》

《리경철이한테서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장군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저는 ··· 가슴이 아팠습니다!》

김일은 뿌옇게 흐려진 눈을 들어 어딘가 창문밖 멀리를 바라보았다.

《부수상동무 뭘그러오? 됐소. 지금 어디 생일을 쇨 때요?》

《저는 공연히 그들을 책망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의자를 뒤로 밀어놓으시며 일어서시였다. 그리고 김일이곁으로 다가오시여 자신께서는 혁명동지들의 사랑과 보살핌속에서 오늘까지 건강한 몸으로 일해오고있다고 하시며 이제 우리가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마음껏 즐길 때가 올거요. 그때 가서 오늘을 추억합시다. 하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밝은 표정을 지으시며 《하여튼 생일날이니 그저 보낼수는 없지. 부수상동무와 점심이나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기요.》하고 말씀하시였다.

《저녁에는 저희들이 계획한대로 축하연을 베풀겠습니다.》

어지간히 속이 풀린 김일이 말했다.

《그건 필요없소.》

그이께서 딱 자르시며 집무탁으로 가시였다.

김일은 그 말을 공연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관이 장군님의 승인을 받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일자신도 승인없이 조직했다고 엄한 추궁을 받는 경우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그렇지만 수상동지.》하고 김일은 납득시켜드리려고 하였다.

《그 얘긴 그만하기오.》

그이께서는 정색하며 말씀하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생일축하인사를 받느라고 아침부터 일을 못하겠소. 무엇때문에 이런 형식이 필요하오?》

《수상동지, 오늘은 온 나라 인민이 명절로 맞이하고 즐기는 수상동지의 탄생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다른날보다도 오히려 일찌기 나오시여 일을 보시니···》

수령님께서는 보시던 문서를 덮으시였다.

《부수상동무도 참!··· 좋소, 그러면 오늘은 사무를 보지 맙시다.》

그이께서 너무도 성근하게 접수하시고 웃으시며 일어서시는바람에 김일은 오히려 잘 믿어지지 않아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내 말이 믿어지지 않소? 시원히 들바람이나 쏘이잔말이요. 봄이 아니요? 오늘은 날씨가 별로 좋구만.》

수령님께서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창밖은 봄기운이 어디라 없이 차고넘치였다. 김일은 4월 15일에 대하여 좀 신비롭게 생각하고있었다. 이날에는 초목들에 물기가 팽팽하게 오르고 온갖 봄꽃이 피여나며 대기는 상쾌하고 하늘은 맑게 개이군 했다.

《예, 날씨가 참 상쾌합니다. 어제밤에 비가 내린후 새벽부터 활짝 개였습니다. 하긴 신비스럽게도 4월 15일에는 언제나 날씨가 이처럼 좋습니다.》

김일이 말씀드리였다. 그는 이 좋은 봄의 명절에 수령님을 모시고 들에 나갈 생각으로 벌써부터 들뜨는것 같았다.

《그러면 아침모임이나 하고 곧 떠납시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어데로 가게 됩니까?》

《가보면 알게 되오. 좋은데로 가오.》

수령님께서는 의미있게 웃으시였다.

한시간쯤 지나서 김일은 수령님을 모시고 농촌길을 달리였다.

승용차들은 동쪽으로 평양교외를 벗어나고있었다.

따뜻한 봄비가 내린후 활짝 개인 아침을 맞는 농촌풍경은 청신하고 상쾌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데라없이 풀이 돋아나고 나무들에 연록이 물들어 대지가 푸른빛 단장을 했는데 노란 개나리꽃과 연분홍 살구꽃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이채를 띠였다. 파랗게 열린 하늘에서 해볕이 쏟아져내리고 축축하게 젖은 거무스름한 땅은 수증기를 피여올리였다. 풀잎과 나무잎들에 맺힌 물방울들이 반짝거리면서 흔들리였다. 시원한 들바람이 차창으로 흘러들었다.

승용차는 큰길에서 누런 달구지길로 꺾어들었다. 얼마가지 않아 야산을 돌아가자 시내물이 나타나고 멀리 마을이 보였다. 김일은 수령님께서 세창마을로 가고있다는것을 즉시 알수 있었다. 그이께서 생신날에 농민들을 찾아가시는것이다!

김일은 그이께서 좋은데로 간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이께서 언젠가 인민들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다고 하시던 말씀도 생각했다. 아무렴, 수령님께서 할일 없이 그저 들바람이나 쏘이시겠는가. 인민의 수령이신 그이께서 생신날 인민들을 찾으시는것이다.

김일은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했다. 싹터나온 보리를 보여드릴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보리들이 파릇파릇 싹터나온것을 보시면 기쁨이 더 크실것이다.

하지만 김일은 생각이 늦었다. 승용차들은 세창마을앞의 밋밋한 구릉으로 난 길을 달려올라갔다. 거기 길옆으로부터 푸른 주단을 펼친듯 보리들이 싹터오른 밭이 경사가 완만한 구릉우에 전개되여있었다. 그리고 농업성 강봉석부상과 눈섭이 시컴하고 코가 우뚝한 관리위원장이 밭머리에 서있는것이 보이였다. 이때에야 김일은 수령님께서 그 누구를 통하여 기계로 파종한 보리가 싹터나왔다는 보고를 받으시였으며 (김일은 그이의 탄생일을 지내고 말씀드리자고 그 통보를 묻어두고있었다.) 그리고 오늘 생신날에 시간을 내여 나와보시기로 이미 계획하고계시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에서 내리시였다. 김일이도 자기 차에서 내리여 그이께로 다가갔다. 수령님께서는 웃으시며 《여기가 어딘지 알겠소?》하고 롱조로 말씀하시였다.

《얼마나 좋소! 저 보리들이 싹터나온걸 보오.》

그이께서 여간 즐거워하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 즐거워하시니 김일은 더 할말이 없었다. 그이께서 기뻐하시면 되는것이다. 강봉석이와 관리위원장이 다가왔다.

《수상동지,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탄생일을 축하합니다.》

먼저 강봉석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고맙소. 오래간만이요.》

그이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강봉석의 손을 잡아주시였다.

《수상님, 오늘이 수상님의 생신날인데 이처럼 저희들을 찾아주십니까?》

관리위원장도 목메여 인사의 말씀을 드리였다.

《수고하십니다. 생일날이니까 이렇게 들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보리들이 볼만 합니다. 보리들이 싹터나온걸 보게 될줄을 몰랐습니다. 이건 대단한 생일선물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만족해하시며 손으로 허리를 짚으시고 중절모채양의 그늘밑으로 보리밭을 둘러보시였다. 연한 보리잎에 맺힌 이슬들이 수억만개의 구슬처럼 반짝이였다.

《립종이 잘된것 같구만. 어떻소, 부상동무?》

《예, 이만하면 잘되였습니다.》

《농기계임경소 사람들이 솜씨를 보였소. 토지정리도 시원하게 잘하고··· 관리위원장동무, 이 보리를 어느날에 파종했습니까?》

그이께서 관리위원장을 돌아보시였다.

《4월 2일에 파종하였습니다.》

관리위원장은 여전히 두손을 앞으로 모아잡고서서 대답을 드리는데 우둘투둘하고 뻣뻣한 손등에 피줄이 퍼렇게 부풀어올라있었다.

《종자는 정보당 얼마 들었습니까?》

《150키로 들었습니다. 손으로 파종한것보다 더 들었습니다.》

《종자가 더 들었으니까 수확도 그만큼 더 날게 아니겠습니까? 조합원들이 뭐라고 합니까?》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종자를 너무 배게 뿌려서 결실에 지장을 주지 않겠는가 걱정도 합니다.》

《그것은 농민들이 아직 선진영농방법이 어떻게 좋은지 몰라서 그럽니다. 우리가 다 시험해보고 실시하는것입니다. 기계로 하면 일이 헐하고 로력이 절약되는건 말할 필요도 없고 밭을 깊이 갈기때문에 곡식들이 영양을 많이 흡수하여 튼튼해지고 또 골고루 박혀서 배게 뿌려도 일없습니다. 다시말하여 정당수확고가 쑥 올라갑니다.》

《수확이 1.5배는 더 납니다.》

강봉석이가 실무적인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그렇단말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아까부터 등성이너머에서 들려오는 뜨락또르들의 엔징소리에 주의를 돌리고계시였다. 저너머에서 무엇을 하는가고 관리위원장에게 물으시니 그는 그쪽에서 강냉이를 기계로 파종하는 한편 수령님께서 2월달에 오셨을 때 가르쳐주신대로 진펄에 논을 푸는 토지정리작업을 하고있다고 대답을 드리였다.

《가봅시다.》

그이께서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좀 멉니다.》

《멀면 뭐랍니까? 시원하게 바람을 쏘이며 걸어갑시다. 보리밭이 볼수록 탐스럽습니다.》

등성이길을 걸어가시며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밭최뚝을 다 없애고 이 등성이전체를 하나의 큰 포전으로 만드니까 얼마나 시원하고 좋습니까.》

등성이마루에 올라서시였다. 그곳은 바람이 좀 세서 코트자락이 펄럭펄럭 날리였다.

건너편 등성이우에서 뜨락또르가 강냉이파종기를 끌고 천천히 달리고있었다. 바퀴가 리대식인 육중한 뜨락또르는 몸체를 부들부들 떨며 파르스름한 연기를 연통에서 내쏘고있었다.

진펄이던 등성이사이 저지대에서는 불도젤들이 뻘건 흙을 밀어내며 안깐힘을 쓰고있었다. 조합원들이 가득 널리여 논두렁을 짓기도 하고 수로를 만들기도 하였다. 기계들의 동음이 대기를 진동하고 푸른 연기가 떠돌고 오색기들이 바람에 나붓기였다.

《볼만 하오, 대단해!》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올리시고 그 광경을 바라보시였다.

《조합원들이 모두 성수가 났습니다.》

관리위원장의 주름진 얼굴이 환해졌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손로동을 해왔는가 하는것은 이 손이 다 말해줍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퍼런 피줄이 툭툭 불거진 관리위원장의 손을 쥐여주시였다.

그이께서 벌써 토지개혁을 실시한 이후 곧 우리 농촌을 현대화하려는 념원으로부터 김제원농민을 비롯한 애국농민들이 바친 애국미를 종합대학을 짓는데와 뜨락또르를 사오는데 쓰도록 하시였고 1950년 2월에 내각결정을 채택하여 우선 5개 군에 국영농기계임경소를 설치하도록 하시였다. 전쟁의 어려운 기간에도 임경소를 계속 증설했고 올해에도 뜨락또르는 수백대 이미 사왔고 앞으로도 사들여오게 된다.

관리위원장이 감격에 겨워 말씀드리였다.

《수상님, 저희는 지금 저기서 일하는 뜨락또르만 보아도 얼굴의 주름살이 다 펴이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니 기쁩니다.》

토지정리를 하고있는 저지대를 돌아보신후 봄보리가 파릇파릇 돋아난 구릉으로 되돌아오며 김일성동지께서는 강봉석이를 가까이로 부르시여 함께 걸으시였다.

《농업성에서 수고들 했소.》

그이께서는 먼저 강봉석이에게 기계파종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고 토지정리사업도 힘을 기울여 지도한 농업성을 평가해주시였다.

《그런데.》하고 그이께서는 우선우선한 표정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꼴호즈에서 일해본 강봉석동무에게는 방금 본 토지정리작업이나 또 기계파종을 한, 이 얼마 안되는 보리밭이 눈에 차지 않겠지요?》

강봉석은 뜻밖의 물으심에 흠칫하였다. 사실 뜨락또르를 타고 종일 가야 끝에 가닿을듯말듯 한 넓은 대지에서 현대농기계로 일하다온 강봉석이한테는 손잔등같은 구릉우에 겨우 몇십정보의 땅에다가 기계파종을 한것이나 저 진펄에 수십정보의 논을 푸는것이 눈에 찰리 없었다. 그것이 무슨 그리 큰것이고 대단한것이랴. 그러나 그래도 이것들이 미래를 전망하는 싹인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것을 중시하고계신다. 그리하여 오늘 탄생 42돐을 맞이하는 날이였건만 기계로 심은 보리가 싹터나온것을 보시려고 농촌으로 나오신것이다.

《예, 사실 그렇습니다.》하고 강봉석은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였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첫걸음을 뗀 농업협동화를 뒤받침해줄 기계화의 전망을 보게 되는것이 기쁩니다.》

강봉석은 기계화될 협동경리의 미래를 전망하는 싹을 틔우시기 위하여 김일성동지께서 바쳐오신 로고에 대하여, 지금 저기서 일하는 뜨락또르들은 금으로는 계산할수 없는 그이의 애민애족의 정신과 숙원에 인도되여 들어온것이라는데 대하여 구태여 더 말씀드리지 않았다. 가슴속깊이 그 감정을 묻어두었다.

등성이우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쌀쌀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새움이 트는 나무줄기와 잎들에서 보리밭에서 풍기는 신선한 봄의 향기와 봉오리를 터치고 활짝 핀 진달래, 살구, 개나리꽃들의 달짝지근한 향기가 대지에 떠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봄의 향기를 깊이 마시며 뒤짐을 지고 천천히 걷고계시였다.

《강봉석동무가 수고를 많이 하고있소. 농촌에 줄 대부금과 뜨락또르를 사올 외화가 잘 해결되지 않아 애도 태우고··· 지내 자기 욕심만 부리다보니 말밥에도 올랐지. 허허···》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이것은 강봉석에 대한 첫 평가의 말씀이였다.

《강봉석동무가 노력한 덕에 우리는 농업협동조합 기준규약의 초안도 가질수 있게 되였소. 아직은 초안의 초안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비벼댈수 있는 언덕이 생겼단말이요. 이것이 중요한거요.》

《아직 불비합니다.》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지. 내가 그 초안에 손을 좀 댔는데 나의 의견을 참작해서 빨리 완성해야 하겠소. 내 의견이란 한마디로 말하여 기준규약이 너무 앞질러 나갔다는거요. 우리에게는 규모가 크고 물질기술적토대도 튼튼한 꼴호즈와 같은 집단경리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조직한 소규모의 빈약한 협동조합에 맞는 규약이 필요하오. 관리위원장들이 나에게 규약을 빨리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들에게 필요하고 현실에 맞는 규약을 만들어야 하겠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조합원대중이 조합의 주인이라는 사상을 강조하는거요. 이것은 앞으로 조합이 발전해도 변함이 없소. 조합을 운영하는것도 기계를 다루는것도 다 조합원들이 아니겠소?》

《예, 제가 아직···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내 의견을 적은 초안을 부수상동무에게서 받으시오.》

《알았습니다.》

그는 우리 실정에 맞는 규약을 훌륭히 만들어내리라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어느덧 처음의 보리밭머리에 이르렀다. 그곳에 언제 나타났는지 사진기를 멘 기자가 보이였다.

《우리 이 보리밭을 배경으로 해서 기념사진이나 한장 찍읍시다.》

김일성동지께서 일행에게 말씀하시였다.

관리위원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였다.

좀처럼 웃지 않는 뚝한 김일이도 또 랭정한 외형의 강봉석이도 입이 벙글써해졌다.

사진사가 렌즈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가만, 저기 조합원들이 아니요? 어려워서 이리로 오고싶어도 못오는것 같구만. 부관동무, 가서 모두 오라고 하시오. 같이 찍읍시다.》

그이의 부르심을 받은 대여섯명의 조합원들이 등성이아래서 환성을 올리며 달려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