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8


 
 

제 4 장

8

 

한 농민일가와의 인연과 인상깊은 추억으로 하여 김일성동지께서 잊지 못해하시는 중화군의 세창마을.

농민부 조인철부부장이 수령님의 지시를 받고 그곳의 협동조합조직정형을 료해하여 보고하였다. 보고에 의하면 이 마을의 세포위원장을 하던 사람이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하였는데 여기서 수령님의 접견을 받은 농민들이 핵심적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조직된 조합은 자기 궤도에 바로 들어서지 못하고있었다. 관리위원회가 조합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모르고있었다. 당면한 두엄나르기에만 몰두하고있는데 조합원들이 아직 조합일에 습관되지 않아서 여전히 자기 집일에 더 관심을 돌리고있었으며 공동로동에서는 꾀를 쓰며 힘을 아끼려 했다. 한 조합원은 두엄을 나르다가 양지바른곳에 앉아 쉰다는것이 너무 오래 앉아있다보니 그만 잠이 들어서 세월가는줄 모르고있었다. 마침 강춘보로인이 느침을 흘리며 지게에 기대여 자고있는 그를 발견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이 사람, 남들은 두엄을 모으고 나르는 일에 등에서 땀이 흐르도록 뛰고있는데 자네는 여기서 낮잠을 자고있나? 자네가 자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일해야 하질 않나! 다른 사람들두 다 자네처럼 건달을 부리면 조합일이 어떻게 되여가겠나? 자네 개인농 할 때는 잠이란걸 모르구 일하던 사람이 부끄럽지두 않나? 개인농 할 때처럼 조합일도 해야 해. 남의 등을 처먹으려구 생각했다면 조합에서 나가는게 좋겠네. 성수가 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그러나 조합에서 나갈 생각이 없는 그 조합원은 뒤더수기를 긁으며 일어나 일하러 갔다.

한편에서는 일부 녀성조합원들속에서 심각한 감정대립이 발생하였다. 남편이 전사한 한 녀인은 일시적후퇴시기에 《치안대》를 하고 월남한 사람의 안해가 조합에 들었다고 그와 말도 하지 않았고 조합에서 같이 일할수 없노라고 정식 제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월남자의 안해는 울면서 집에 들어가버리고말았다고 한다.···

김일을 통하여 조인철의 보고를 들으신 수령님께서는 그러한 현상들이 갓 조직된 협동조합들이 겪고있는 일반적인 실태를 반영하고있는것이라고 생각하시였다. 협동조합들을 어떻게 운영하며 발전시켜나가겠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주어야 한다.

그 해답을 주기 위한 협의회준비를 조인철이 착실하게 한것 같다. 당책벌을 받은 조인철이는 그후 정신상태가 저상된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분발하여 일에 헌신분투한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기쁜 일이였다. 김일은 세창마을 가까이에 농기계임경소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관리위원장들에게 그곳을 견학시키려 한다는 조인철의 창발적인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령님께서는 아주 좋다고 하시며 그 준비도 잘할데 대하여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협의회 당일날에 김일성동지께서는 관리위원장들의 일행보다 먼저 중화로 나가시였다.

승용차들은 작년여름처럼 시내물을 건넜다. 아직 새 다리를 놓지 못했던것이다.

마을 어귀에서 조인철이와 한 중년의 농민을 만났다. 수령님께서는 이른봄바람에 외투자락을 날리시며 승용차에서 내리시였다.

오후의 태양은 더 따뜻하여 길바닥과 밋밋한 등성이의 양지쪽 밭들이 녹으며 흐물흐물해지고 흰김이 피여올랐다. 그 흰김으로 하여 대기는 뿌옇게 흐리였다. 그러나 음달진곳에서는 녹지 않은 눈이 희끗희끗 보이고 그우를 스쳐오는 바람에는 신선하면서도 쌀쌀한 랭기가 풍기였다.

먼저 조인철이 다가오며 인사를 올리였다.

《수고하오.》하시며 그이께서는 조인철의 표정을 살피시였다. 그의 볕에 탄 수척한 얼굴에서 의기소침해하는 빛이 아니라 왕성한 사업열의를 보신 수령님께서 은근히 기뻐하시였다. 물론 조인철이에게서는 아직도 순진한 청년다운 기질이 느껴졌고 몸가짐이 불안정했으며 세련이 부족했다. 그러나 로숙하고 태연한체하며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알수 없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속이 다 들여다보이게 투명한 조인철이 얼마나 좋은가.

이어 농민이 인사를 드리였다. 조인철은 그 농민을 이곳 중화협동조합 관리위원장이라고 소개하여드리였다.

그가 낯이 익었다. 짙은 눈섭밑의 눈확에서 큰눈이 번쩍이고 광대뼈가 둥근 이 농민은 수령님께서 처음 만나보실 때 마을의 세포위원장이였다.

《세포위원장하던 동무가 아니요?》

《그렇습니다. 수상님!》

《동무가 협동조합을 조직했소?》

《저희들이 합심해서 조직했습니다.》

《잘했습니다.》

그이께서는 협동조합의 구성상태와 경제적토대를 알아보시였다.

《강춘보로인도 조합에 들었다지요?》

《예. 우리 조합의 첫째가는 열성조합원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시며 수령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의 시원시원한 대답이 마음에 드시였다.

《마침 저기 옵니다.》

그가 가리켜드리는곳을 보니 과연 몇몇 농민들이 앞을 다투어 오고있었다. 큰키에 훌쭉한 몸이 어딘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듯하나 뼈마디가 굵고 손아귀가 억센 두루마기차림의 강춘보로인이 제일 눈에 두드러지게 알리였다. 얼굴이 너부죽하고 몸매 다부진 중년의 녀인은 그때 남자넙적고무신을 신고 소달구지를 몰고있던 그 녀자였다. 그밖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자기들을 잊지 않으시고 다시 찾아주신 수령님께 목메인 인사의 말씀을 드리며 농민들은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 수령님께서는 강춘보로인에게 손녀가 학교에 다니는가고 물어보시였다. 로인은 손녀가 학교에 다니며 몸도 퍽 실해지고 말도 좀 한다고 대답드리였다. 다행이였다. 폭격에 부모형제들을 다 잃은 뒤로 사람을 경계하며 말이 통 없던 처녀애가 아니였던가.

강춘보는 눈을 슴뻑이며 말씀드리였다.

《늘 수상님얘기를 합니다. 수상님께서 맛있는 과자를 주셨다고··· 그래 제가 말해주지요. 옥네야, 수상님께서 과자만 주신게 아니다 하구말입니다.》

강로인은 이전이나 다름없이 침착하고 조리있게 말하였다. 이마에 두드러진 퍼런 피줄과 입귀에 깊이 패인 주름은 여전했다. 한뉘 땅에서 농사지어오는 로인은 손도 허리도 다 꽛꽛하였으며 표정도 땅처럼 평범하고 소박했다.

얼굴이 넙적한 녀인은 수령님께서 다녀가신후 흰 녀자고무신과 당시 몹시 귀했던 소금을 보내주시여 고맙게 받았다는 인사말을 드리였다.

《전쟁이 갓 끝난 때여서 필요한것들을 좀 더 보내주고싶었지만 보내주지 못했습니다.》

그이께서 오히려 미안스러워하시였다.

《아닙니다. 수상님! 저희들이 수상님의 마음을 다 압니다. 고무신 한컬레씩 받았지만 그것이 저희들에게는 금보다 귀한것이였습니다.》

녀인의 말을 관리위원장이 받았다.

《수상님께서는 더 귀하고 큰것을 보내주셨습니다. 협동조합을 조직할데 대한 결정이 나오자 그때 저희들은 무릎을 쳤습니다. 아, 이것때문에 수상님께서 저희들을 찾아오셨댔구나! 하고말입니다.》

인민은 언제나 현명하고 지혜롭다. 인민은 무엇이나 다 보고 느끼며 깨닫는다. 수령님께서는 그렇게들 말하니 고맙다고 하시며 협동조합을 무어 일하니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농민들은 좋은 점들을 여러가지로 들었다.

《조합세간살이를 하자니 애로되는 점도 많을것입니다.》

수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관리위원장은 주저주저하다가 여러 농가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성가신 일들도 생겼다고 솔직하게 터놓았다. 그는 자기가 관리위원장구실을 못해서 조합의 뚜렷한 목표도 없다고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조합이 겪고있는 애로를 자신께서도 다 잘 알고있다고 하시면서 조합일에 아직 재미를 못붙이고 집단로동에 성실하지 못하다든가 또 《치안대》 가담자의 가족이라고 배척하며 서로 의가 맞지 않는다든가 하는 현상들은 부분적인것이라고 그러나 제때제때에 일깨워주고 교양해서 한식솔로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다. 당원들과 핵심적인 농민들만 가지고 사회주의농촌을 건설할수는 없다, 우리는 장차 모든 농민들을 협동조합을 통하여 다 나라의 한식솔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수령님께서는 《남편이 〈치안대〉에 가담하고 월남했다 해서 배척을 받고 조합에서 나갔다는 아주머니에게 어서 조합에 나오라고 말하시오. 그 아주머니를 공산주의사회까지 이끌고 갑시다.》하시였다.

조합원들의 얼굴이 밝아지는것을 보시며 그이께서는 갓 조직된 조합안에서 이러저러한 성가신 일들이 생기는것은 아직 조합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뚜렷한 목적을 설정하고 생활의 궤도를 따라 힘있게 전진하지 못하고있는 사정과 많이 관련된다고 말씀하시였다. 보람찬 로동속에서만이 집단이 활기를 띠고 화목도 보장된다, 그런데 동무들의 조합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전진해나가야 하겠는가 하는 계획이 없다, 그저 뭉쳐서 일을 시작했을뿐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협동조합이 어떻게 잘 살아가겠는가 하는 문제가 나선다, 조합이 잘 운영되고 생활이 흥성거리면 성가신 일들도 자연히 없어진다 하고 그이께서 간곡히 말씀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