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


 
 

제 4 장

1

 

그것은 의미심장하고 무서운 꿈이였다. 아마도 잠들기전에 어머니가 《너 과수원집 종원이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니? 네가 그 집에 가서 수모를 당하던 일을 벌써 잊은게로구나.》하고 섭섭한 말을 했기때문인지 꿈에 처녀는 어깨를 푹 떨구고 어디론가 멀어져가는 종원이를 안타깝게 찾았다. 종원이는 서글픈 얼굴을 하고 대답없이 그냥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종원이를 붙잡으라! 하고 하늘에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그 사람이 어느결에 땅에 내려오더니 종원이를 보고 서라고 하며 뒤따라갔다. 옥금이도 막 뛰여가려 했으나 발이 나가지 않았다. 종원이를 따라가는 사람은 지주의 아들 현상도였다. 이놈이 어떻게 여기 나타났을가. 몹시 이상스러워하는데 그는 어디서 났는지 손에 권총을 빼들고 종원이를 향하여 쏘아대는것이였다. 탕탕!··· 총소리가 울리였다. 얼굴이 험상스러운 현상도는 총을 쏘지 말라고 웨치는 옥금이를 향해서도 방아쇠를 당기였다. 《앗!···》 총알이 가슴에 맞았다.···

《탕탕탕탕···》

누군가 옥금이네 집 대문을 두드리고있었다. 옥금이는 땀에 푹 젖어가지고 꿈에서 깨여났다. 자그마해도 탄탄하고 건강한 처녀는 원래 잠에 깊이 들군 했다. 종일 여기저기 달려다니고 일에 부대끼느라 늦은 밤에 자리에 누우면 새벽까지 정신없이 자면서 꿈도 별로 꾸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 그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관리위원장! 관리위원장!》하고 찾는 소리가 그런 무서운 꿈을 꾸게 한것 같다.

옥금이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얼결에 소리쳤다.

《누구예요?》

아직 꿈과 현실이 혼돈되여있어서 잠내풍기는 목소리였다.

《탕탕탕탕···》

문을 또 두드린다.

《무슨 일이 생긴것 같다.》

역시 잠을 깬 어머니가 불안스럽게 말했다.

옥금이는 땀이 축축하게 내밴 이마에 들어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머리맡에 벗어놓은 옷을 찾아입은 다음 방문을 열었다.

《누구예요?》

《박인수야, 관리위원장, 이 일을 어쩌면 좋을가!》

절망에 빠진 박인수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추운 이른새벽의 얼어붙은 투명한 대기를 울리였다.

무서운 꿈을 꾸던 옥금이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기다려요.》

옥금이는 덤벼치면서 솜덧옷을 입고 신을 끌면서 밖으로 나갔다.

대문의 빗장을 뽑자 박인수가 처녀의 아직 따뜻한 손을 덥석 잡는데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는 더운김을 내뿜으며 땅이라도 꺼져내리는듯 절망적으로 부르짖었다.

《소가 죽었소!》

《엄마?!》

옥금이는 한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글쎄 새벽에 일어나 물을 주려고 외양간으로 나가보니 죽어넘어져있질 않겠나! 어쩌면 좋을가. 소가 죽었으니!···》

박인수는 정신없이 중얼거리였다.

박인수가 한정녀네것을 맡아가지고 품앗이에서 협동조합이 된 오늘까지 자기네 외양간에서 먹이고있는 그 황소는 간고했던 51년도 이른봄부터 옥금이네와 함께 일해오고있는 처녀의 《벗》이였다. 우사를 아직 짓지못해 박인수, 능보 등 몇집에 소들을 분산시켰는데 박인수는 관리위원장이 황소를 자기에게 맡겨주고있는것을 고맙게 여기고 전쟁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성을 다해 돌보고있었다. 그러니 그가 죽어자빠진 황소를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한순간이 지나자 옥금이는 박인수네 집을 향해 땅땅 얼어붙은 미끄러운 골목길로 달려갔다. 그뒤로 박인수가 무엇이라고 끊임없이 하소연하며 따라갔다. 고요한 이른새벽의 대문을 두드린 소리와 두사람의 충격속에서 주고받은 높은 목청에 잠에서 깨여난 마을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얼마후에는 벌써 자위대장 장칠복이가 박인수네 집에 나타났다. 박인수가 옥금이를 찾아가면서 동시에 잠자고있는 어린 둘째 아들을 두들겨깨워가지고 자위대장에게도 련락을 보냈던것이다.

옥금이는 죽어넘어진 소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떨리는 손으로 뿔이며 귀며 코등을 어루만지고있었다. 전쟁 3년간을 같이 농사지어온 황소, 처음 옥금이를 우습게 보고 뿔질을 했으나 어린 처녀의 불타는 호소와 부드러운 애무에 감동되여 순종을 《약속》한후로는 한순간의 배반도 없이 마른일궂은일 가리지 않고 옥금이를 도와 밤낮으로 일해준 충실한 《동무》, 저녁에 헤여질 때는 서운해서 자꾸 돌아보았고 아침에 만나면 반가와서 꼬리를 휘- 휘- 젓군 하던 그 황소가 죽은것이다.

《어디, 어떻게 죽었어? 독약을 먹은것 같다구?》

장칠복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금이는 발딱 일어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처녀는 수염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장칠복이에게 구원자나 만난듯 다가서며 애절하게 말했다.

《아저씨,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나이나 인생경험이 비할바없이 많은 박인수가 그래도 조합의 책임자라고 옥금이를 찾아왔었지만 과연 옥금이가 무엇을 할수 있었겠는가? 처녀는 박인수가 자기에게 안타까움을 호소했던것처럼 자위대장에게 구원을 바라는것이였다.

장칠복이는 옥금이의 눈길을 피하며 눈섭을 찡그리고서 묵묵히 소를 굽어보았다.

《음, 놈들이 행동을 개시했구나. 박동무, 눈물은 그만 흘리구 의심되는게 있으면 말하오.》

일시적후퇴시기에 동지들과 친척들을 수많이 놈들에게 학살당한후 복수를 맹세하고 나서서 숱한 원쑤놈들을 자기손으로 잡은 장칠복이였다. 그는 이런 정황에서는 오히려 침착해지는것이였다.

박인수는 아직 짚이는데가 없다고 대답하는데 그의 얼굴이 더 좁아지고 코끝에서는 맑은 코물이 매달려 떨고있었다. 장칠복이는 주위를 예리하게 살펴보았다. 그의 손이 담장을 가리켰다.

《저것보우, 놈이 저기루 넘어왔군.》

과연 그가 가리키는곳의 담장우에 씌운 벼짚이영이 벗겨져있었다.

장칠복이는 범죄의 흔적을 조사하며 깊은 잠에 들어 원쑤놈이 담을 넘어들어오는것도 몰랐다고 한탄하는 박인수에게 《개라도 기르지!》하고 쏘아주었다.

이렇게 떠들어대고있는데 능보령감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며 들어왔다.

《여보게, 자위대장! 우리 집 외양간에 매둔 소 두마리두 죽었어! 아이쿠!···》

이것은 실로 더 무서운 소식이였다.

《능보아바이네두?···》

옥금이는 기가 막혀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없이 능보네 집으로 달리였다. 모여들어서 죽은 소를 보고있던 동네사람들과 능보령감이 그 뒤를 따라갔다. 박인수와 장칠복이만 남았다.

장칠복이는 이쪽저쪽 뛰여다녀야 당장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그는 머리를 푹 숙이였다.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리하여 한동안 지나서 머리를 번쩍 들었을 때 작고 예리한 두눈에서 섬광이 번쩍이였고 시커먼 수염이 뻣뻣하게 일어섰다.

《원쑤들이 판을 크게 벌리는구나.》하고 그는 거칠게 숨을 쉬며 말했다.

《해보자는거구나. 분명 큰놈이 동네에 박혀있어가지고 지휘하고있어. 현상도놈일지도 모르지. 오냐! 해볼테면 해보자. 아직 네놈들이 피를 적게 흘렸구나.》

격노한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놀려 능보네집으로 내려갔다. 그쪽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떠들어대고있었다.

능보령감네는 뜨락에 개를 기르고있었지만 이날밤 마침 부친의 제사를 지내느라고 형네집에 갔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돌아왔다. 그러니 그사이에 집이 비여있었던것이다. 원쑤는 동네형편을 잘 아는놈이 분명하였다.

얼마후 강명우가 나타났다. 그는 사건현장을 돌아보고 박인수와 능보와도 담화했으며 군중의 의견도 들었다. 날이 밝아서는 장칠복이가 띄운 자위대원의 련락을 받고 군내무서에서 두사람이 도착하였다.

강명우의 사무실에서 협의회가 있었다,

반동여론을 돌리고 소를 독살하는 등 모략과 파괴책동을 하는것을 보아서는 현상도가 동네에 박혀있는것 같다고 장칠복이 말했을 때 옥금이는 자기의 꿈생각이 났다. 그래 꿈 이야기를 하려는데 강명우가 장칠복이에게 《무슨 단서가 있소?》하고 물었다.

《아직 단서는 못쥐였습니다.》

《짐작을 가지고 말하지는 마오.》

강명우가 이렇게 말하는바람에 옥금이는 꿈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위대장아저씨의 말이 옳을수 있어. 현상도놈이 어디 박혀있어. 아버지를 학살한 원쑤놈!···)

그놈이 지금은 조합을 파괴하려고 날뛰고있다.

옥금이는 얼굴이 파릿해져가지고 한쪽에 그림자처럼 앉아있었다. 소가 세마리씩이나 죽은것은 조합의 척추에 도끼질을 한것이나 같았다. 나머지 소 두마리만 가지고 어떻게 두엄을 실어내며 논밭갈이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

원쑤놈이 현상도든 다른놈이든 어쨌든 그자는 성공을 보았다.

그날 조합원들은 일을 하는둥마는둥 하며 공연히 썰렁해서 주저앉아 담배질을 하거나 소가 독살된 이야기를 한정없이 하고있었다. 그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옥금이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지게로 두엄을 져나르자고 관리위원들과 토론하였다.

이런 때 관리위원장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명우가 충고를 주었던것이다.

···작업지시를 받으려고 아침에 관리위원회마당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별로 추위를 느끼며 등들을 구부정하고서 침울한 얼굴로 서성거리였다.

《〈쥐포수〉인수가 앓아누웠다는구만.》

《그래두 조합에서는 그 사람이 상로력자에 속하는데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구 누웠으니 병만반장이 또 잔소리깨나 하겠군.》

《그 사람이 전에는 몰랐는데 한자리 시키니까 잔소리가 꽤 많더군.》

《그게 다 일을 잘 하자구 해서 그러는거지요. 안그래요. 아주버니?》

《한데 그 잘난 〈쥐포수〉야 앓아누웠다가두 열이 내리면 다시 일어나겠지만 죽은 소는 어떻게 하겠소? 두엄을 논밭에 내는건 아직 소가 두마리 살아있는데다가 그럭저럭 지게로 져나르면 어떻게 해결이 된다치고 이제 봄갈이 시기에 가서는 어떻게 한다?》

《글쎄말이요.》

조합원들이 허연 입김들을 내불며 수군거리였다. 소가 세마리씩이나 죽는바람에 지게로 두엄을 져나르게 된 조합원들은 모두 기가 꺾이였다. 온 마을이 소독살이야기로 뒤숭숭했다.

개중에는 락관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뭐 옥금이가 어떻게 해결해오겠지. 국가에서 돈을 대부해준다니까 그걸루 소를 사오면 될게 아니요?》

《글쎄 그렇게 많은 돈을 척척 내줄가요? 들려오는 말은 돈이 많지 못해서 개인농들한테만 대부한다구 하던데 알겠어요?》

《하긴 나라에 무슨 돈이 그렇게 많겠나?》

《조용들 하우. 관리위원장하고 병만반장이 나왔소.》

옥금이의 까만 눈이 빛을 잃고 컴컴해보이였다. 작업반장 병만이가 누구누구는 퇴비를 장만하구 누구누구는 논에 운반하라는 식으로 작업배치를 하였다.

담배를 풀썩풀썩 피우며 뒤쪽에 서있던 춘섭이가 《오늘은 날씨도 추운데 오전 한나절만 일합세다.》하고 의견을 내놓았다.

농한기에 일한다고 의견이 있어하던 춘섭이였다.

《그럴바치구는 종일 쉬지. 한나절만 일한다는건 뭐요? 그건 개인농때 하던 버릇이요. 조합은 규률이 있어야 하우.》

세포위원장이 묵직하게 말했다. 그는 60이 다 된 아바이였다.

옥금이가 목도리를 손에 들고서서 조합원들에게 말했다.

《요새 날씨가 추운데 지게로 두엄을 져나르자니 헐치 않을거예요. 흥이 나지 않아 맥만 빠지구요. 이게 다 반동놈들이 소들을 죽인탓이란건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동놈들이 요진통을 노리였습니다. 그놈들이 어딘가 숨어앉아서 기뻐 어쩔줄 몰라할겁니다.》

옥금이가 진실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조합원들은 조용해졌으며 생각에 잠겼다. 옥금이는 어째서인지 아버지를 학살한 현상도놈의 히죽히죽 웃는 모양이 떠올라 격해지며 흰입김을 내뿜었다.

《그런데 우리가 주저앉아야 옳겠어요? 그것을 반동놈들이 바라고있단말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분발합시다. 자 지게들을 지고 나오세요.》

옥금이가 앞장에 섰다. 조합원들은 무엇인가 묵직한것을 가슴에 느끼며 그의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하여 옥금이는 또다시 두엄지게를 지게 되였다. 마치 가장 어려웠던 그 시기로 되돌아간듯싶었다. 그때처럼 지게끈이 어깨살을 파고드는 아픔을 이겨내며 바람세찬 논벌로 두엄을 져날랐다.

처녀가 아무리 애써도 일단 저락된 조합원들의 기분이 쉽게 앙양되지 않았다.

한편 장칠복이는 이때부터 밤마다 마을을 은밀히 순회하였다. 땅땅 얼구는 추운 날씨였으나 하루도 번지지 않고 근무를 섰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는 어디 가려고 집을 나서는 조영란이를 포착하였다. 조영란이네 집은 현촌이 자리잡은 골짜기에서 가지를 친 안골에 있었는데 늦은 밤에 과부가 집을 나서는것이 수상했다. 협동조합을 조직할 때 그 녀자의 웃음을 보고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였었는데 그것이 되살아나서 의심이 더했다. 그는 조영란이의 드살에 기가 눌리고말았지만 속으로는 벼르고있었다. 무엇을 벼르고있는지, 그 녀자에 대한 오랜 미련과 관련해서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짚이는것이 있어서인지 어쨌든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가슴에 간직되여있었던만큼 그는 즉시에 조영란이를 뒤따랐다. 그러다가 일이 안될 때라 안골을 벗어나 현촌마을에 들어설적에 장칠복이는 그만 발이 얼음에 지치면서 자세를 바로잡느라고 쿵 소리를 내였다. 별빛이 희미한 밤이여서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요한 정적속에서 쿵하는 소리는 멀리까지 울려갔다.

(앗차! 제기랄···)

속으로 욕설을 해대는데 조영란의 챙챙한 목소리가 총알처럼 날아왔다.

《누구야? 아니 장칠복이 아니야?》

(이게 나를 어떻게 알아보는가?)

장칠복이는 어둠속으로 내뺄수도 있었지만 왜 그런지 비겁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는 자기의 임무로 보아서는 어둠속으로 잦아드는것이 옳았을것이지만 조영란이가 더 의심할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남아대장부로서 녀자앞에서 비겁하게 행동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주 걸어갔다.

《나요. 그런데 거긴 조영란이구만?》

《령감이 웬일이요?》

《웬일은 무슨··· 안골 바우네집에 놀려왔다 가는 길이야. 한데 임자야말로 이 깊은 밤에 어딜 가나?》

《아무데 가든 과부일에 왜 궁금해서 그러우? 별 령감을 다 보겠구만. 시시하게 뒤따르면서···》

여기서 말문이 막혔으나 장칠복이는 왈칵 화를 내면서 역습을 들이댈수 있었다.

《아니 그럼 내가 당신의 궁둥이를 따라가고있었단말인가? 그것참, 이보라고, 내 나이가 어떻게 된줄 아나? 그리구 임자두!···》

《흥, 알게 뭐야. 엉큼한 속을··· 산에 피신한 사람들을 잡으러 다닐 때 보니까 아직 펄펄하던데 그래.》

《아, 그래?》

장칠복은 아주 흡족해서 수염이 덥수룩한 턱을 쓸어만지기까지 하였다.

《그럼 힘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한번 써볼가? 영란이, 되돌아서지. 당신집으루 가세. 응? 나두 한다하는 외입쟁인줄 잘 알테지?》

《아니, 뭐? 아이구 망측해라! 이 령감이 아직 정신이 덜 들었구나. 혼자 산다고 업신여기는거야? 이 수캐같은것! 거 누가 없소? 사람살려요!》

조영란이가 소리쳤다. 물론 영란이는 자기대로 급한 일이 있었던만큼 동네가 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려는것은 아니였다. 단지 장칠복이를 떼버리는것이 목적이였다. 그래서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칠복에게는 크게 들려 《아 조용해! 이게 제 망신인줄 모르구. 허 그것참, 보통 사납지 않군.》하고 그 녀자의 입을 막는 한편 두덜거리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말았다. 뒤에서 녀자가 소리죽은 웃음을 웃었다. 장칠복이는 사납게 대들던 녀자에게서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입맛을 다시였다. 하면서도 한편 (그런데 그년이 말궁둥이같은 엉뎅이를 흔들면서 대체 어딜 가댔을가? 어쨌든 수상해. 젠장, 미끄러지지 말았어야 하는건데.)하고 속으로 각성을 높이였다.

장칠복이는 과수원집 정의춘이와 당촌의 부농도 감시대상에 넣었다. 그들이 꼭 의심스럽다기보다 놈들이 그런 집에 발을 붙일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뜻밖에 당촌의 부농아들 영구에게서 소독살사건과 관련이 있을수 있는 실머리를 잡아쥐게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