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8


 
 

제 3 장

8

 

승용차가 영평군당이 자리잡고있는 반토굴건물앞에서 멈추어섰다. 털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은 김일이 천천히 내리였다. 림충현이가 몇사람을 뒤에 달고 급히 나와 《뽀베다》를 타고온 간부에게 무작정 인사를 했다.

부관이 말했다.

《김일부위원장동지요.》

림충현이는 급급히 자기 소개를 했다.

김일은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잠간 잡았다놓았을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림충현이는 몸집이 장대한 부위원장의 뚝한 얼굴을 쳐다보고는 어찌할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는 김일을 처음 보았던것이다.

김일에게 다른 사람들도 인사를 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그들은 군인민위원장과 군당부위원장 그리고 평남도당위원회 부장이였다.

《동무, 전쟁때 평남도당에서 지도원을 하지 않았소?》

김일이 부장을 알아보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부위원장동지가 도당위원장을 하실 때였습니다.》

《글쎄 낯이 익어. 여기 와서 뭘 하는가?》

《군당사업을··· 도와주고있습니다.》

그는 도와준다고 말하기가 쑥스러웠던지 더듬거리였다.

림충현이에게는 김일부위원장이 풋낯이나 아는 사람을 만난것이 다행으로 생각되였다. 군당이 저지른 과오때문에 내려온것이 틀림없는 부위원장의 성난것 같은 얼굴을 쳐다보며 입이 굳어져 말도 제대로 못하고있는데 부위원장이 도당 부장과 이야기를 하니 얼어드는듯 하던 분위기가 풀리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김일은 림충현의 안내를 받으며 군당위원장 사무실로 들어갔다. 천정이 낮아서 김일의 머리가 거의 닿을듯 하였다. 그는 림충현의 표정이라든가 볼품없는 사무실과 책상들이라든가 하는것들에는 일체 관심을 하지 않았다. 림충현이 권하는 의자에 앉자마자 다른 사람들도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밖에서 기다리고있던 세 사람이 들어왔다.

《모두들 앉으시오.》

모두 걸상에 앉자 그가 뜨적뜨적 물었다.

《회의를 하던중이요?》

《예.》

림충현이 일어섰다.

《앉소, 무슨 회의요?》

《저희들의 과오를 시정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하고있었습니다. 도당에서 방조를 주고있습니다.》

《그래서 과오를 어떻게 수습하려 하오?》

《저희들은 30개가 넘게 조직한 조합을 다 해산하려 합니다.》

림충현이가 대답했다.

김일은 걸상이 금시 찌그러질듯 무겁게 몸을 싣고 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림충현은 눈을 들지도 못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해산하려 한다··· 하긴 그렇게 하는것이 상책일지도 모른다.

《농민들은 뭐라고 하오?》

이윽고 김일이 침묵을 깨며 성난 어조로 물었다.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사무실에 앉아서 탁상공론이나 하면 되는가.》

김일이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도 영문을 몰라 어정쩡한 기분으로 따라 일어섰다.

김일은 군말없이 마당으로 나갔다. 림충현이는 당혹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내 농민들을 좀 만나고 오겠소.》

김일이 승용차로 다가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림충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내 혼자 가겠소.》

군당사람과 같이 다니면 농민들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속말을 다 하지 않을수 있었다.

김일은 부관에게 먼저 경포리에 가보자고 했다.

경포리가 어딘지 알지 못했기때문에 자주 차를 세우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한동안 달리였다. 훈훈해졌던 날씨가 다시 차지여 달구지길들이 꿋꿋하게 언것이 다행이였다.

경포리에 이르러 마을로 들어가는데 어느 기와집의 담장밖에 개털모자를 쓴 농민이 서있다가 급히 대문안으로 사라지는것이 눈에 뜨이였다. 김일은 그 농민을 만나보기로 하고 차에서 내려 뒤쫓아갔다. 그사이 대문이 안으로 걸리였다. 부관이 두드리자 집주인인 그 농민이 나오며 개털모자를 벗고 인사를 굽석 하였다.

《모자를 쓰시오. 감기 걸리겠습니다.》

김일은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이 집은 좀 사는 집 같구만. 령감님.》

《예.》

《조합에 들었습니까?》

《들다뿐이겠습니까?···》

《마음이 내켜서 들었습니까?》

《저··· 그··· 조합에 안들면 반동이지요. 그럼요. 그런데 우리 조합을 갑자기 해산했습니다. 그··· 우리 마을에 와서 조합을 조직하던, 무슨 농산국장이라는 어른이 다시 오면 모두들 또 경을 치르지 않겠는지요?···》

아까 그가 승용차를 보고 급히 대문안으로 숨어버린 까닭을 알수 있었다.

《조합을 아주 해산했습니까? 아니면 억지로 끌어들인 사람들만을 희망에 따라 내보냈습니까?》

김일이 다시 물었다.

《예, 조합이 아주 해산된건 아닙니다. 정 희망하는 농가들이 열댓집 망라되여있습지요.》

《령감님은요?》

주인령감은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갑자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그··· 제 마음대루들 하라구 해서···》

그는 겁을 먹고 눈치를 살피였다.

김일은 농민에게 앞으로 조합이 잘살게 되면 그때에 다시 가입해도 일없다고 말해주고 올해농사를 잘 지으라고 고무해주었다.

《고맙습니다!》

농민은 행길까지 따라나왔다.

《저··· 그 농산국장이란분은 다시 오지 않겠습지요?》

도농산국장한테 몹시 혼이 난 모양이였다.

김일은 농민을 안심시켜보내고 부관에게 말했다.

《조합원들을 몇명 만나보겠소.》

승용차를 리당사무실 마당에 세우고 부관은 인사하는 리당위원장에게 조합원을 몇사람 불러오도록 부탁하였다.

김일은 리당사무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였다. 이윽하여 관리위원장이하 세명의 조합원이 들어왔다. 김일은 찬바람을 안고 들어온 조합원들을 자리에 앉히고 남자들에게 담배를 권했다.

《조합을 해산했다는데 당신들은 어째 조합에 그냥 남아있습니까?》

김일이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전쟁때도 품을 합쳐 일했습니다. 지금은 조합이라 하지만 그때는 그저 품앗이반이라 했습지요.》

검은 천으로 여러곳에 기운 솜옷을 입은 농민이 코물을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뿔뿔이 흩어져가지고는 농사짓기 힘듭니다.》

얼굴이 넙적한 중년녀인의 말이였다.

김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합의 형편을 료해하였다. 관리위원장은(그는 군당에 찾아와서 크게 조직한 조합의 실태를 림충현이에게 보고했던 그 관리위원장이였다.) 부기원을 하던 사람이 조합에서 나가는바람에 애를 먹는다고 하였다. 그 부기원은 부기를 좀 아는 사람인데 그도 억지로 조합에 끌어들이였다.

김일은 경포리를 떠나 다른 마을에 들리였다.

사방 넓게 트인 벌방지대였다. 나지막한 구릉을 등지고 오붓하게 자리잡고있는 마을로 승용차를 달려가는데 논밭에서 농민 두사람이 소달구지를 세워놓고 거름을 부리우고있는것이 눈에 뜨이였다.

《추운데 일하는걸 보니 조합원들인것 같소. 만나보자구.》

김일은 차를 세우게 하고 부관과 함께 그들을 찾아 논판으로 들어갔다.

《추운날에 수고합니다.》

《예, 어서 오십시오》

《조합원들입니까?》

《예, 조합원들입니다.》

김일은 농민들과 먼저 조합의 형편을 놓고 한동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는데 낡은 군관외투를 입은 사람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관리위원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하였는데 부상당하고 제대된 군관이였다.

《마침 잘 왔습니다.》

관리위원장과 간단한 인사를 한후 담배를 권하며 김일은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스스로가 협동조합에 들었습니까 아니면 군당에서 억지로 들라했습니까?》

조합원들이 앞을 다투어가며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스스로 가입했습니다.》

《우리가 싫다고 할리 있겠습니까?》

《억지로 들라구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올시다. 저희들이 할바에야 왜 낮은 형태로 하겠는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구 제3형태로 합세다 하구 군당위원장어른이 왔을적에 제기했더니 아니요, 제일 낮은 형태로 시작하시오 하면서 설복을 합데다.》

김일은 관리위원장을 하는 제대군관에게 물었다.

《당신네 영평군에 조합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조직돼서 운영이 힘들수 있기때문에 몇개만 남기고 다 해산하려 하는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관리위원장은 김일이 준 담배를 피우면서 심각한 생각에 잠겨있더니 이렇게 되물었다.

《부위원장동지, 그것이 상부의 뜻입니까?》

《군당에서 비판을 받고 그렇게 하려는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군당위원장이 되게 비판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당위원장은 왜 비판을 받았습니까?》

김일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조합원들의 입이 터졌다.

《이건 우리가 좋다해서 조직한거웨다.》

《군당위원장이 우리 군을 추켜세우겠다구 얼마나 뛰여다니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비판은 왜 받는단 말입니까?》

《이왕지사 조직한걸 해산은 왜 또 하려 합니까? 다른 조합은 모르겠는데 우리 조합은 해산 못합네다.》

김일은 속으로 군당에 모여 회의를 하고있던 사람들을 욕했다.

(이런 소리를 듣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서들!··· 한방망이 때리면 그저 혼쭐이 나서 반대쪽으로 뛴단말이야. 그거야 쉬운 방법이지.)

그러나 세번째로 들린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다르게 말했다.

《우리야 뭐 압네까. 조합을 조직하라니까 조직했습지요.》

《그러니까 조합에 싫은걸 들었습니까?》

《싫기까지야 하겠습니까?》

《그럼 좋습니까?》

《아마 그게 좋으니까 다들 그렇게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령감님은 어떤가요?》

《대세를 따라야지요.》

이렇게 좀더 깊이 알아보는 과정에 김일은 일부 싫어하는 농민들을 억지로 조합에 가입시킨 경우와 반드시 조합을 조직해야 할 필요성이 없거나 농민들의 의식이 준비되지 않은 마을에도 기계적으로, 일률적으로 조합을 내온 실례들에 부닥쳤다. 그는 생각이 좀 복잡해졌다.

명백한것은 군당에서 30개가 넘는 조합을 조직한것이 잘못된 처사라는것이였다. 확실히 좌경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합들이 농민들의 지지속에서 조직되였으며 싫어하는것을 일률적으로 조직한 조합은 극히 부분적이였다. 기본적으로는 농민들의 사활적인 요구를 반영하여 옳게 조직되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군당에서 자의적으로 조합을 무리로 조직한것은 잘못이라는것이 명백하지만 그 수습책에 들어가서도 무리로 해산해버려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겠는가. 농민들자체가 해산을 반대하고있지 않는가. 이미 차지한 진지를 내놓고 후퇴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설정되는것이였다.

김일자신의 결심은 조합들을 그대로 두자는것이였다. 군대식으로 말해서 교두보를 내놓을것이 아니라 그것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계속 성과를 확대하여나가야 한다는것이였다. 만일 조합들을 해산해버리고 후퇴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식의 협동화운동을 시비중상하며 방해하여나서고있는 사람들이 봐라 하고 쾌재를 올릴것이다. 무리로 조직했다고 시비를 듣는것보다 더 큰 손실을 가져올수 있었다. 운동의 첫 시작부터 조직했다 해산했다 하는것은 오직 시비군, 반대세력 그리고 적들에게만 리익이 될뿐이다. 아니, 그렇게는 안될것이다! 그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는 해질녘에 군당으로 돌아갔다. 림충현이하 모두들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간단히 이렇게 말해주고 그곳을 떠났다.

《더 론의하지 말고 차후 지시를 기다리시오.》

그는 비록 자기의 결심이 확고했고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고있었지만 김일성동지의 결론을 받기전에 자의로 처리하려 하지 않았다. 항일혁명투쟁시기부터 지켜오는 혁명규률에 습관된 김일이였다.

그는 이번에 영평을 비롯한 문제성있는 몇개의 대상들에 대한 료해를 떠날 때 김일성동지로부터 자체로 결심하여 바로잡을것은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영평의 경우는 정치위원회에서나 상무위원회에서 토의에 붙이고 김일성동지의 결론을 받아야 할것이였다. 혹은 자기의 확신이 잘못된것일수도 있지 않는가.

김일은 조인철부부장을 비롯하여 오유를 범한 일부 일군들에게 책벌을 적용하자고 하는데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의 신임에 의하여 농업협동화운동을 준비하며 진척시킬 농민부 부부장의 중책을 맡고 그이의 직접적인 가르치심을 받으며 그 운동을 착실하게 준비해온 조인철이다. 가정의 불행을 안고서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농촌마을에서 농촌마을로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당의 농업협동화정책을 집행하기 위하여 애쓴 조인철이다. 김일은 조인철에 대한 동정과 애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인철에게 앓는 안해와 자기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고 비판을 주신후에 보건상에게 현촌에서 안정치료를 받고있는 그의 안해를 데려다 중앙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할데 대하여 과업을 주시였다. 그리하여 유능한 의사와 간호원이 탄 위생차가 곧 현촌으로 떠났고 조인철의 안해는 평양에 올라와 중앙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런데 환자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벌써 손을 썼어야 할것이라는것이다. 다시말하여 벌써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받았어야 했는데 조인철이 일이 바쁘다고 등한히 하였다. 조인철인들 어찌 누워앓고있는 안해의 곁에 며칠간이라도 더 머물러있고싶은 마음이 없었겠는가. 어찌 그 안해를 속히 데려다 중앙병원에 입원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겠는가. 이렇게 일한 사람에게 책벌을 준단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