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5


 
 

제 3 장

5

 

강봉석은 곧바로 평양으로 승용차를 달리였다. 그는 림충현이에게 큰소리를 탕탕 치긴 하였으나 상대방이 고집스럽게 변명해나오고 또 자기는 행정경제 일군이였으므로 더 이야기를 하였댔자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고 얼른 영평을 떠났다.

실지로 이야기해볼 흥미도 없었다. 영평을 마감으로 현지료해도 끝났다. 그래서 평양으로 향한 길에 들어선것이다.

날씨가 류달리 푸근하여 얼었던 길이 녹아서 질쩍거리였다. 오전에는 해가 비치더니 오후에는 하늘이 뿌옇게 흐리고 겨울도 년중 제일 추운 소한과 대한 어간에 들어섰는데 부실부실 비가 내리였다. 차라리 땅땅 얼구는 추위보다 못했다. 날이 흐리고 가는 비까지 내리니 대기가 축축하고 마음도 울적하였다.

승용차는 젖은 흙을 휘뿌리며 달리였다. 그는 방금 영평군에서 당한 불쾌한 사건에서 좀처럼 벗어날수 없었다. 빈약한 조합들이 망탕 조직되고있는데 대하여 참을수 없었다. 농업협동화사업을 행정실무적으로 지도할 과업을 받은후 그는 여기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것은 우리 나라에서 농업협동화는 시기상조이며 전후에 당장 실행하면 실패를 면할수 없다고 굳게 믿고있던 그가 바로 그 사업을 행정적으로 책임지게 된 사정과 관련되였다. 그는 우리 나라에서의 농업협동화가 쏘련의 집단화와는 다르다는것을 인정했으며 그러한 전제하에서 경험적으로 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였다. 그리고 자기가 맡은 과업은 조직되는 농업협동조합들을 물질기술적으로 최대한 지원하고 방조하는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립장과 견해가 없었더라면 그는 자기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사업에 어떻게 림해야 할지 알수 없었을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일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있는 그는 뜨락또르에 기초하지 않는 농업협동화가 좌절과 곡절을 면할수 없을것이라고 보면서도 경험적단계에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랐으며 그것을 위하여 그자신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였던것이다. 때문에 그는 협동조합들을 망탕 조직하고있는 현상에 대하여 참을수 없었던것이다. 누구나 생각나는대로 망탕 조직해놓으면 힘을 합쳤으니 혼자 일할 때보다는 얼마간의 능률은 내겠지만 협동조합으로서의 존재와 전망은 담보할수 없다. 그것들을 국가가 어떻게 다 돌보아주겠는가.

평양에 도착한 강봉석은 곧바로 중앙당으로 갔다. 조인철이를 만나 영평에서 본것을 알려주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조인철은 사무실에서 강봉석이를 만나주었다. 그는 접수에서 통보를 받았으므로 강봉석이를 기다리고있다가 문기척소리를 듣고 《예, 들어오시오.》하고 시원스럽게 대답하며 마주 걸어나왔다. 그들은 문가에서 만났다. 조인철은 농업성사업을 지도하는 중앙당농민부의 부부장이다. 물론 그가 농업생산을 직접 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쨌든 부부장이다. 그리고 강봉석은 농업협동화문제에 개입되여있으므로 조인철의 당적지도를 받게 되여있었다.

그러나 강봉석은 이전이나 다름없이 조인철을 대함에 있어서 아무런 구속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먼저 손을 내밀며 《잘 있었소?》 하고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사전련락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나타났습니까?》하고 그는 이전처럼 깍듯이 례의를 지켜 대했다.

《나는 지방을 좀 돌아보다가 평양으로 들어오는 길에 곧바로 당신에게 오는 길이요.》

《그렇습니까? 앉으십시오. 날씨가 차지 않습니까?》

강봉석은 외투를 입은채 걸상에 앉았다.

《밖은 겨울중에서도 제일 추운 대목인데 훈훈하오. 오히려 방안이 더 추운것 같소. 중앙당이 이러니···》

《어쩌겠습니까. 온 나라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조인철은 솜저고리를 걸치고있었다.

《그런데 부부장동무.》하고 강봉석은 진지한 얼굴로 기본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 좀 돌아보니 협동조합들이 우리의 의도대로 잘 조직되고있는것 같지 않소. 그래 내 의논해보자고 이렇게 들렸소.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선 영평인데 그 군에서는 협동조합을 30여개나 조직했소.》

강봉석이가 이렇게 말하였으나 조인철이는 예상외로 놀라와하지 않았다.

《알고있습니다.》

그의 대답이였다.

《제1형태조합을 리마다 조직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고있단말이요?》

《무슨 대책을 취한단말입니까? 그곳에 갔던 지도원동무의 보고를 들었는데 나는 림충현동무가 잘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뭐요?》

강봉석이는 아연해졌다.

《림충현동무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농민들이란 원래 혼자서 일하기를 좋아하며 그들의 사적소유욕과 개인적울타리는 수세기를 두고 형성되였다는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자연상태로 놔두어서는 세월이 없다는것입니다. 될수록 속히 사회주의울타리안에 넣어가지고 조직화해야 사상개조도 빨리 되고 농촌경리의 복구건설도 진척될수 있다는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영평군은 수로를 파야 하는데 개인농으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강봉석은 대단히 불만스러워하는 얼굴이였다.

《어째서 림충현이라는 사람이 조합을 무리로 조직해놓고도 속이 뜬뜬해있는가 했더니 당신의 지지가 있었구만.》하고 그는 차겁게 말했다.

《사회주의적개조가 빨리 될수록 좋은것이지 그게 나쁠리 있겠습니까?》

조인철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뭐라구?》

강봉석이는 격노하여 웨치였다.

《사회주의사회가 아무나 주관적으로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지는 사회인줄 아오? 사회주의가 선포한다고 사회주의로 되는가? 도농산국장 안대식이라는 사람이 영평군의 어느 리에 나가서 리내 농호를 전부 망라해서 한개의 협동조합을 조직하였는데 당신은 이것도 잘했다고 말하려오?》

조인철은 흐릿해진 눈으로 강봉석을 마주보았다.

《그런 일도 있었습니까?》

《즉시 해산하도록 대책은 취했소. 그런데 무리로 조직해놓은것은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모르겠단말이요.》

《글쎄 도농산국장이 조직했다는것은 잘못되였으니 즉시 해산해버리는것이 옳겠지만 1형태조합을 많이 조직한거야··· 나는 그동안 황해도에 나가있었는데 어떤 군에서는 협동조합조직이 힘들었습니다. 물론 정책을 받들고 제때에 잘 조직한 단위가 있습니다. 가령 벽성군 상룡마을에서 나는 안달수라고 하는 모범농민을 만날수 있었는데 그에게 수상동지께서 왜 농업협동화방침을 내놓으셨는가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수상님께서 내놓으신 정책이면 틀림이 없습니다. 광복후에 우리 농민들이 토지를 요구할 때 토지를 무상으로 분여해주신 수상님이 아니십니까. 수상님께서 전쟁으로 령세해진 우리 농민들이 협동경리를 해야 농사지을수 있고 살아갈수 있다고 하셨으면 틀림이 없습니다.〉하면서 협동조합을 조직하겠다고 발벗고 나섰습니다. 안달수농민은 토지개혁때 농촌위원회 위원으로 사업하면서 땅이 나빠서 누구도 달가와하지 않던 31필지의 토지를 분여받아가지고 기름진 상답으로 만들어 다수확을 냈는데 그렇게 황소처럼 일하다보니 황소처럼 건강한 그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앓음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농민이니 당과 수령을 받드는데서도 드팀이 없지요. 그래 안달수농민은 12농호를 망라한 농업협동조합을 군에서 처음으로 조직했습니다. 이런 좋은 실례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내가 황해도에서 협동조합조직에 대한 지도방조사업을 미처 마무리 못하고 평양에 올라왔는데 적지 않은 군들에서 협동조합조직이 중단되였고 안달수가 조직한 조합도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조인철의 이야기에 무심히 끌려들었던 강봉석이 허리를 펴며 《그건 무슨 소리요?》하고 물었다.

《황해도당에 쏘련에서 나온··· 사람이 있는데》하면서 그는 강봉석의 눈치를 살피였다.

《그 사람이 집단화라는게 뭔지 알기나 하는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나덤비는가고 압력을 가하고있답니다.》

강봉석은 면도자리가 푸릿한 얼굴로 앉아서 눈섭 한오리 까딱하지 않았다. 황해도당에 있다면 누군지 알만했다. 꼴호즈에서 부기원을 했다는 도당부위원장 아무개이다.

강봉석이 영평군을 비롯한 평남도안의 일부 군들을 돌아보기전에 황해도에도 들렸는데 그때 얼핏 만나보았었다. 그가 부상이 내려왔다면서 수선을 떨며 반가와하였지만 강봉석은 랭랭하게 손을 내밀었을뿐이였다. 강봉석은 실무가 없지만 쏘련에서 나왔다는것과 또 박창옥이와의 인맥관계로 하여 도당에서 한자리하고있다고 생각한 그를 이전부터 경멸하고있었던것이다.

《오 따와리쉬 강! 그래 집단화바람을 안고왔소? 듣자니 제일 반대했던 강부상이 뒤돌아서 앞장섰다구 하더군요. 그걸 어떻게 리해해야 하겠소?》하고 그는 야유하였다.

강봉석은 그를 더 상대하지 않고 도의 책임일군들에게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에 지적된것처럼 경험적으로 조직하는 사업을 심중하게 진척시켜야 할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부기원》이 지금 황해도에서 아는체하며 돌아치는 모양이다.

《이런 실정이여서》하고 조인철이 계속하였다.

《나는 영평군에서 협동조합을 많이 조직했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이고 신심이 생깁니다. 혁명투쟁에서는 선진부대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영평군에서 좀 지나쳤다고 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좀 지나쳐도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협동화가 빨리 진척되는것이 나쁠리 없습니다.》

《아니요!》

강봉석이 날카롭게 잘라말했다.

《당신은 지금 안대식이와 비슷하게 말하고있소. 알겠소? 그건 좌경이란말이요. 나는 당신에게 사태를 심중하게 대하기를 권고하오.》

조인철이는 더 말이 없었다.

그의 사무실을 나오며 강봉석은 사정은 어떻든 밑에서부터 우까지 모두 협동화바람에 떠서 당장 무엇이든 다 해치울것처럼 덤벼치는것 같은 불안한 심정에 잠겼다. 림충현이나 조인철은 다같이 30대의 젊은이들이다. 나이들이 젊으니 이것저것 재지 않고 냅다 미는것밖에 모를테지···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그리고 푸근하던 날씨도 차츰 추워졌다. 비는 멎고 바람이 쌀쌀하게 불었다. 겨울날씨니 아무리 해가 비치는 낮에는 더웠다 하여도 어두워지면 추위가 닥치기마련이다.

비까지 내렸으니까 밤새 기온이 내려가면서 땅이 꽛꽛하게 얼어붙을수 있다.

자기 승용차로 다가오던 강봉석이는 추춤하였다. 《뽀베다》가 그의 앞을 지나 정문에서 나오고있었다. 그런데 《뽀베다》는 멈추어서면서 문이 열리고 최창익부수상이 얼굴을 내밀었다.

《강봉석부상 아니요?》

《예.》

강봉석은 머리를 약간 숙여보이였다.

《일을 보고가는 길이요?》

최창익의 물음에 강봉석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나한테 잠간 들렸다가오.》

강봉석은 내키지 않았지만 상급의 지시를 어길수 없어 내각으로 그를 따라 갔다.

최창익은 자기 사무실에 들어가자 강봉석에게 농촌에 나가본 영농준비실태를 물었다. 강봉석이가 농업협동조합들의 조직과 함께 영농준비형편도 료해하러 다녔다는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첫째로 소가 부족합니다.》하고 강봉석이는 걸상에 앉으며 실무적으로 대답했다.

부족되는 2만마리의 부림소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조치들이 취해졌지만 아직 다 해결되지 못했던것이다.

최창익은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몸을 뒤로 제끼며 《음-》하고 무슨 뜻인지 알수 없는 반응을 보이였다.

《둘째로 영농자금이 걸렸습니다.》

《내각결정 제3호가 나갔으니까 어떻게 해결되겠지. 그런데 지금 국고에 돈이 없소.》

최창익의 대답이였다.

원래 농업성에서 농촌에 융자적방조를 줄 대부금으로 19억원을 산출하고 재정성과 토론했을 때 재정성에서는 돈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농업성에서는 김일성동지로부터 과업을 받았기때문에 그대로 그이께 보고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내각회의에서 농민은행이 보유하고있는 6억원을 제한 13억원을 국고에서 농민은행에 넣어줄데 대하여 지시하시고 내각결정에도 그렇게 명기하도록 하시였다. 그랬으면 그대로 집행해야 하겠는데 최창익은 여전히 국고에 돈이 없다는 소리를 하고있지 않는가.

국고에 돈이 없는것이 사실일것이다. 그러나 재정성은 해결방도를 세워야 할것이다. 그저 없다는 소리만 해가지고 되겠는가?

《그렇다면 영농자금을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강봉석이 불만조로 물었다. 그는 원래 최창익이로부터 언제 한번 시원한 대답을 들은적이 없기때문에 지금도 그가 물어보니 대답하는것이지 무슨 기대를 가지고있는것은 아니였다. 그렇더라도 재정을 보는 부수상이 국고에 돈이 없다고 하니 은근히 화가 치밀었던것이다.

《방법이야 있지. 우린 지금 기본건설을 너무 널어놓고있소. 형제국가들의 원조를 먹고 입는데다 돌리면 지금도 우린 잘살수 있소.》하고 최창익은 말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러차례에 걸쳐 그의 주장이 부당하다는데 대하여 지적해주시였다. 그러나 최창익은 배고파하는 사람들을 복구건설사업에 불러일으킬수 없다면서 우리 인민들을 잘 먹이고 입혀야 한다는 론리를 반대로 들고나왔으며 지금도 주장하고있었다.

《그렇게 하면 뜨락또르를 사들여오는 문젠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봉석은 정책상의 론의보다 당면한 문제가 급해서 이렇게 따졌다.

《동무는 또 뜨락또르타령이요?》

최창익은 얼굴이 벌개지며 역증을 냈다. 전번에 있은 내각협의회에서 그는 지금은 뜨락또르를 사들여오는것보다 농민들을 먹이고 입히는것이 급선무라고 말했었는데 강봉석이 다시 뜨락또르소리를 하니 화가 치민것이였다.

《외화가 어디 있소?》하고 그는 계속하였다. 《매해 3억루불의 외화를 벌자 해도 우리는 소나무나 아카시아나무씨까지도 수집해서 수출해야 할 판이요. 재정을 보는 사람들의 립장도 생각해야지 만일 동무에게 나라의 돈을 맡겨보오. 달라는대로 척척 내줄수 있을것 같소? 동무는 농업때문에 머리쓰지만 재정상은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분배하겠는가 하는것때문에 머리를 쓴단말이요.》

《어쨌든 뜨락또르는 사와야 하고 영농자금은 해결해야 합니다.》하고 강봉석은 랭정하게 말하였다.

《부수상동지는 농업도 담당하지 않았습니까.》

짧은 침묵이 흘렀다.

《또 무엇이 있소?》하고 강봉석이에게 최창익이가 물었다. 첫째는 소, 둘째는 영농자금, 셋째는 무엇인가 하는 뜻이였다.

그런데 의외에도 대답으로 강봉석이가 이렇게 물었다.

《부수상동지는 안대식이라는 사람을 알지요?》

최창익은 불의의 질문이여서 좀 당황해졌으나 늘 흐릿해보이는 그의 우둘투둘하고 불그레한 얼굴에 그것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안대식이?··· 알지.》하고 그는 강봉석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강봉석은 안대식이가 합당하기전에 신민당 당원이였기때문에 그가 잘 알고있으리라고 보고 의견을 말하려고 하였다.

《나는 그 사람이 전쟁시기 과오를 범하고 잘못된줄 알았는데 평남도 농산국장을 하더구만요?》

《아, 그가 과오를 범했지. 그래 그동안 과오를 씻기 위해 애를 썼소. 그는 왜정때 감옥살이도 하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요. 한데 그에 대해서 왜 관심을 가지오?》

최창익은 담배를 상아물주리에 끼우며 이마너머로 강봉석의 표정을 살폈다.

강봉석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말했다.

《그는 나쁜 사람입니다.》

《엉? 나쁜 사람이라니?》

최창익은 입에서 상아물주리를 뽑았다.

강봉석은 도농산국장이 농산국장일이나 잘할것이지 왜 협동조합을 조직하는데 참여해서 란동을 부리는지 알수 없다고 하면서 영평군의 어느 한 마을에서 그가 어떻게 강제적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했는가 하는것을 간단히 언급하였다.

《이게 나쁜 사람의 행위가 아니겠습니까?》

최창익은 묵묵히 듣기만 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부상동무, 그 사람이 아마 당의 협동화방침을 적극 받들던 나머지 지내 열성을 부린것 같구만. 잘하느라고 한노릇이 그렇게 된것같소. 나쁜사람이기야 하겠소?》하며 그는 슬쩍 말을 돌렸다.

《그러니까 영평에서는 협동화가 좀 지나치게 진행되고있는가?》

《영평군에서는 협동조합을 단번에 30여개나 조직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정신이 나갔구만. 그래 바로잡아주고 왔소?》

강봉석이는 입이 쓰겁다는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서며 다른것이 없으면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최창익이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가보오. 우리에게는 부상동무와 같은 현실적인 일군들이 요구되는데··· 모두들 실태를 랭정하고 객관적으로 볼줄 모르는게 탈이야.》

강봉석은 부수상의 칭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차를 타고 성으로 가면서 비로소 그는 부수상이 농업협동화와 관련하여 자기가 이전에 말한것을 념두에 두었음을 알게 되였다. 그러자 강봉석은 불쾌해졌다. 그는 최창익이 평가하지 않아도 자기를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인간으로 자부하고있었던것이다. 그런데 부수상은 왜 자기를 칭찬하는것인가? 그 칭찬이 농업협동화문제에서 견해가 공통된다는 암시로도 되지 않는가. 강봉석은 이것이 대단히 불쾌했고 자존심이 상했다. 최창익에 대하여 사회주의건설이라는 실천적인 견지에서는 그한테서 별로 바라볼것이 없다고 여기는 강봉석이였다. 더우기 강봉석이 보건대 최창익은 불투명하고 언제 보아야 제속은 감추고 남을 은근히 둔장질하고있다.

부수상의 사무실을 나오는 강봉석은 심한 피로를 느끼였다.

한편 최창익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농업협동조합 조직사업이 서둘러 진행됨으로 하여 나타나고있는 편향자료들을 여기저기서 이미 얻어들어 좀 알고있었다. 안대식이가 어느 마을에 나가서 란동을 부렸다고 하였는데 그보다 더한 실례도 있다. 그런데 오늘 강봉석이에게서 들은 자료는 이미 알고있는 자료들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현시점에서 농업협동화라고하는 기적을 믿지 않고있는 최창익은 이러한 좌경적인 편향을 잘 써먹으면 일정한 효과를 볼수 있으리라고 타산하였다. 안대식이가 말을 들을수 있는데 그까짓 안대식이 하나가 무슨 큰 문제인가.

그는 이튿날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를 하기에 앞서 농업협동화운동에서의 좌경적경향에 대하여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속으로는 그 운동의 성과를 믿지 않고있으며 달가와하지 않는 최창익이가 이럴 때는 그 운동이 옳게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영평군에서는 30개가 넘는 협동조합을 조직했습니다. 강봉석농업부상이 직접 가보고와서 개탄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엄중한것은 시험적단계에서의 조급한 조직이 그것의 실패를 초래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장 사회주의로 갈것처럼 흥분해서 좌경적편향을 지지하고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이곳 중앙당에 그런 일군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엄중한 책벌을 적용하며 무리로 망탕 조직한 협동조합들을 당장 해산시켜버려야 할것입니다.》하고 그는 열변을 토하였다.

그는 황해도의 일부 군들에서 나타난것과 같은 우경적편향에 대해서도 알고있었지만 모르는체하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김일은 얼굴이 불깃해서 잠자코있었다. 최창익의 말이 옳으니 당장 무어라 반박할수 없었다.

일은 그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 농업협동화운동의 초기에 발생한 편향을 료해하도록 지시가 떨어졌고 며칠후 통보서가 나왔다. 조직지도부의 통보서는 협동화과정에 엄중한 과오를 발로시킨 영평군당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단위 일부 책임일군들과 농민부 조인철부부장에게 엄격한 책임추궁의 경종을 울리였다.

최창익은 겉으로는 태연한체했으나 속으로는 은근히 기뻐하며 일종의 쾌감을 느끼고있었다. 그러한 때 농민은행의 한 책임일군이 그를 찾아와서 농민은행이 현재 보유하고있는 6억원을 극히 생활이 곤난한 령세농민들에게 먼저 대부해주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것을 문의하였다.

《대부를 시작하오. 국고에서 농민은행에 돈을 넣어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세월이 없소.》하고 최창익이 기고만장해서 말했다.

《무슨 돈이 있어서 넣어준단말이요. 그러니 있는 돈을 우선 대부해주시오. 그런데 대부해줄 대상을 엄선해야 하겠소. 당장 굶어죽게 된 대상들에게 주어야 한단말이요. 전쟁시기 당신네가 대부를 잘못 주어 몇이 목떨어졌던 일을 잊지 마오. 부농들의 롱간질에 걸려서 그들에게 대부해준 은행지점들이 있지 않았소? 이번에는 대단히 엄격하게 실시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농업협동조합들은 어떻게 할가요?》

《무슨 농업협동조합말이요?》

최창익이 벌컥 화를 냈다.

《령세농민들이 조직한···》

《여보, 내각결정 어느 조항에 협동조합에 대부하라는 문구가 있소? 돈이 많으면 대부하구려. 내 방금 당장 굶어죽게 된 대상부터 엄선해서 대부하라 하지 않던가!》

그의 목소리가 쩡쩡 울리였다.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하며 상대는 겁에 질려 뒤걸음쳤다.

그러나 화끈 달아오른 최창익이 그저 그 정도로 그칠수 없었다.

《지금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한다는게 어떤 꼴이 돼가고있는지 아오? 죽을 쑤고있단말이요. 농업성부상 강봉석의 말을 들어보오!》

상대는 얼떨떨해져서 그를 그저 쳐다보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