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4


 
 

제 3 장

4

 

수도 평양이 가까운탓에 영평에는 중앙에서 손님들이 자주 내려오군 하였다.

1월말 어느날 군인민위원회가 자리잡고있는 반토굴집 마당으로 승용차 한대가 들어와 멈추어섰다. 군당도 지척에 있어서 림충현은 창문을 통하여 차를 내다볼수 있었다.

지금 그는 군인민위원장과 함께 울상이 되여 찾아온 경포협동조합 관리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중이였다. 협동조합조직사업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기도 하고 이미 조직된 조합의 형편을 료해하기도 하면서 군안을 돌아다니다가 읍에 돌어온 림충현이는 겹쌓이는 피곤을 풀사이도 없이 그간 밀린 사업에 달라붙었는데 경포협동조합관리위원장이 문득 찾아와 한다는 소리가 소란스러워서 일을 못하겠다는것이다. 림충현이는 남달리 수십개의 조합을 조직해놓고 누군가 표현한대로 《팔자에 없는 고생을 사서 하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느라 힘이 진하여 더러 가보지 못한데도 있었다.

《잘사는놈 못사는놈 다 한그릇에 담았으니 소란스럽지 않을수 있습니까? 내가 령세농민을 기본으로 조직해야 하지 않는가고 걱정하니까 도농산국장은 그들만 가지고 어떻게 조합을 운영해? 그리구 앞으로는 다 사회주의근로자로 개조되야 하는데 빨리 개조시키는게 좋아 하면서 중농들을 억지로 조합에 넣었지요. 안들겠다고 하는건 반동이라구 했으니까 반동이 되지 않자면 조합에 들어야지요. 그래두 싫다는 사람은 소금물을 먹이며 괴롭혔지요.》

관리위원장의 말에 림충현이는 펄쩍 놀랬다.

《뭐라구! 철저히 자원성이라구 했구 그걸 어기면 안된다구 그만큼 강조했는데··· 음···》

《난 그 도농산국장이라는 사람이 왜 그런지 마음에 들지 않았댔습니다. 쩍하면 감옥투쟁하던 자랑을 하는데 아마 첫 고문에서 항복하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군위원장이 불쾌한 어조로 말하였다.

이런 때에 손님들이 왔다. 차에서 먼저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리고 그의 안내를 받으며 털외투에 《빠빠하》모자를 쓴 중키의 갱핏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 내렸다. 그는 눈을 찌프리고 허줄한 군인민위원회의 사무실을 살펴보았다.

《위원장동무, 아마 중앙에서 간부동지가 오신것 같소.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안내하는구만. 빨리 나가보오.》

림충현이 군인민위원장에게 말했다.

그는 어쩐지 불안했다. 보아하니 중앙손님은 농업성의 간부같았다. 림충현이는 협동조합을 여러개 무리로 조직한데 대해서는 누가 추궁을 해도 할말이 있었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경포마을의 조합이 뜻밖에도 그 모양으로 조직되였으니 빨리 수습하지 않는다면 그자체가 말밥에 오를뿐아니라 30여개의 조합을 조직한것까지 곁달아 문제시될수 있었다. 당장 경포마을에 가서 바로 잡아야 할것이다.

그는 털모자를 집어들었다.

《가기요!》

관리위원장이 뒤따라 일어섰다.

그런데 문이 열리며 군인민위원장이 들어왔다. 그뒤로 중앙손님의 표표한 얼굴이 보였다.

《군당위원장 림충현동뭅니다.》

군인민위원장이 일어서는 림충현을 가리키고 이어 반대로 소개하였다.

《농업성 부상동지시오》

《오시기에 수고하셨습니다.》

림충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표시했다.

부상은 외투주머니에 손을 지른채 방 한복판에 서있었다. 얼굴은 륜곽이 날카롭고 곡선이 뚜렷했으며 전체적으로 남아다운데가 있었다. 군당위원장을 마주보는 눈에서는 모닥불이 타는듯 하였다.

《안대식이란 누구요?》

부상 강봉석이 잘 울리는 저음으로 표표한 인상과는 달리 조용히 물었다.

《도농산국장입니다.》

《그걸 몰라서 묻는게 아니요. 어떻게 이곳에 나타나서 소란을 피웠는가 말이요?》

어성이 좀 높아졌다.

《그 사람은 과거에 감옥살이도 했고 식자도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한테 와서 연설을 좀 했는데···》

강봉석이 손을 홱 내저어 림충현의 설명을 중도에서 꺾었다. 동시에 입에서 욕설이 터졌다.

《나쁜놈, 나쁜놈이요. 그자가 어떻게 감옥밥을 먹었는지 알만하오. 왜놈경찰들처럼 농민들을 다루었단말이요. 군당위원장동무는 경포마을에서 어떤 비극이 연출되였는지 알고있소?》

림충현은 순간 아뜩해졌다. 군당위원장인 자기자신도 방금전에 안 일을 평양에서 오는 부상이 어떻게 벌써 알고있는가. 웬만해서는 당황해하지 않는 림충현이였건만 지금 그는 얼굴색이 검붉어졌다.

《군당위원장동무.》

《예, 말씀하십시오.》

림충현의 목소리가 갈리였다.

《그 경포마을 꼴호즈를 당장 해산하시오.》

《···》

경포마을의 조합을 다시 조직해야 한다는것은 이미 림충현이 결심을 했고 그래서 방금 그곳으로 나가려 했던만큼 충분히 접수되였지만 꼴호즈라느니 해산하라느니 하는 부상의 말투가 어쩐지 거만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왜 말이 없소?》

부상이 독촉했다.

《다시 조직하려 합니다.》

《다시 조직할거나 있소? 모든 리들에 다 협동조합을 조직했다면서? 사실이요?》

강봉석이 여전히 예리하게 따졌다. 림충현이가 우려한대로 일이 번져져가고있었다.

《우리는 3개 리에 지시문대로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하였고 도에도 그렇게 보고하였습니다.》

《그러면 마을마다 조직한것들은 뭐요?》

《품앗이반이나 다름없는 제1형태의 협동조합들입니다.》

《여보, 품앗이반이나 다름 없다 해도 협동조합이야 협동조합이겠지? 관리기구가 있는 조직화된 집단이 아니겠소? 전쟁시기 자연발생적으로 했던 품앗이반하구는 다르단말이요. 어느건 정식이구 어느건 정식이 아닌게 있을수 있는가! 아이들 장난인줄 아오? 이것은 결국 공명심이 낳은 무서운 주관주의요.》

림충현의 관자노리에서 피줄이 부풀어오르며 툭툭 튀였다. 뭐 공명심?!··· 하지만 변명은 하고싶지 않았다.

《참 답답하오. 농업협동화라고 하니까 그저 덮어놓고 조합들을 조직하면 되는걸로 알고있는것 같은데 이제 그 숱한 조합들을 어떻게 운영해나가겠소? 조합일군들이 준비되여있는가, 농기구와 부림소가 넉넉한가, 모든게 부족하지 않소. 이제 국가에서 조합들에 방조를 주어야 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많이 조직하면 국가가 무슨 쥐고있는것이 충분해서 요구대로 종곡이나 비료, 농기구들을 척척 내줄수 있겠소? 그러니 답답하다는게요.》

강봉석은 흥분을 가까스로 누르며 반토굴안을 서성거리였다.

《영평군에서의 복닥소동이 그해 농업협동화운동과 올해농사에 어떤 후과를 미칠것 같소? 만일 조합들이 제구실을 못하여 농사를 망치게 된다면 누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소.》

강봉석이는 준렬하게 이 말을 했다.

그런데 림충현이는 오히려 반발심이 솟구쳤다. 책임이 두려운것은 없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진다 하는 배심이였다. 아무렴 농사를 잘 짓자고 조합들을 조직했지 잘못 짓자고 조직했겠는가? 그런데 복닥소동이라는게 뭔가. 복닥소동이란 경포마을을 념두에 두는가? 다른 마을들도 그렇게 조직된것으로 보는가?

《부상동지, 저는 경포마을의 조합이 잘못 조직되였다는것을 알고 시급히 바로잡으려고 하던중입니다. 그러나 다른 조합들도 그렇게 잘못 조직된것으로 오해하시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복닥소동은 오직 한마을에서만 벌어졌습니다.》

바늘도 들어갈 자리없게 단단한 림충현이였다.

《동무, 다른 조합들이 설사 그렇게 억지로 조직되지 않았다 해도 제대로 운영되겠는지 어쩌겠는지 동무가 어떻게 장담하오? 몇개의 조합을 경험적으로 조직해보라 하였을 때에야 중앙에서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 동무보다 못한 사람들이 지시문을 작성했겠소?》

강봉석이가 어성을 버쩍 높이며 되게 몰아쳤다. 그러나 림충현이는 이마를 숙이지 않았다.

《저의 군은 사정이 특수합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드렸지만···》

《그만하오! 젊은 사람이 무슨 고집이요? 잘못을 인정할줄도 알아야지. 동무하구는 이야기할 재미도 없소. 뻑뻑 맞서면서! 난 가겠소. 영평군은 흥미가 없소.》

강봉석은 잘라 말하고 인사로 손을 내밀지도 않고 문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 부위원장이 뒤따라나갔고 군인민위원장이 차에까지 따라가서 손님들을 바래웠다.

림충현이는 승용차발동소리가 멀어진후에도 한동안 그대로 방한가운데 얼어붙은듯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