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3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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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군당위원장 림충현이에게 있어서 새해는 농업협동화의 종소리가 울리는가운데 시작된 뜻깊은 해라고 말할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 군당위원장으로 작년말에 임명되여왔는데 현지에 오자마자 력사적인 사변에 맞다들었다.

영평군은 기본이 농업이였다. 그는 당중앙위원회가 내려보낸 구체적이면서도 실무적인 지시문을 읽어보고 혼자서 사무실안을 오락가락하며 깊은 사색을 거듭하였다. 도당에서 그를 영평에 보내면서 농사를 잘 짓는것이 기본의 기본이라고 강조했었다. 거기에는 곡창지대인 영평군에서 곧 있게 될 중요한 전변들, 관개공사와 협동화사업에서 새 군당위원장에게 기대를 걸고있다는 암시가 깔려있었다. 논밭이 많으면서도 늘 농사에서 뒤꼬리에 서있는 영평을 추켜세우는 비결과 열쇠는 바로 협동화와 관개공사가 아니겠는가. 그걸 하라고 이 림충현이를 파견한게 아닌가 하고 그는 흥분하여 사무탁주위를 서성거리며 생각하였다.

ㅇㅇ군에서는 제6차전원회의 결정을 받들고 벌써 작년말에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했다. 다수확농민인 최옥금이가 주동적역활을 했다. 그런데 영평군은 뭘하고있었는가? 어째서 해마다 봄파종이 도에서 늘 망꼴인가. 어째서 협동조합을 하나도 조직하지 못하고있었는가. 땅은 많고 로력이 모자란 영평에서야말로 부족되는 로력을 풀자면 협동경리를 해야 하는거야. 림충현은 생각할수록 피가 끓어올랐다.

(도당에서 나를 영평에 보낼 때야 생각이 있었겠지. 영평이 머리를 들고 솟아오르도록 하라는거겠지. 사실 수상님앞에 면목이 없지 않는가.)

그는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현촌에 며칠 갔다오겠다고 말하였다.

《최옥금이 조직한 협동조합을 보고 오겠습니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어찌겠습니까? 홰불을 거기서 먼저 쳐들었으니 머리를 숙이고 허심하게 배워야지요··· 그참, 조합이름도 잘 달았거든. 〈홰불농업협동조합〉이라. 위원장동무가 기분이 상하겠지만 어째 영평에는 똑똑한 사람이 없습니까?》

이렇게 하여 림충현이는 현촌을 찾아갔고 들에서 일하는 옥금이앞에 나타났었다. 그는 추위에 두볼이 빨갛게 익은 옥금이를 만나보고 또 조합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추운 겨울이였으나 조합원들이 아래목에 엉뎅이를 붙이고 앉아있지 않았다. 농한기였으나 두엄을 생산하고있었으며 가마니를 치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업을 하고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영평으로 돌아와 군당상무위원회를 소집하였다. 상무위원들외에도 군당과 군인민위원회의 간부들, 군내 큰 기관, 기업소의 책임일군들이 참가한 확대회의였다. 회의를 시작하기전에 군인민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어떤 허우대 큰 사람이 림충현이를 찾아왔다. 군에 출장내려온 그는 도농산국장 안대식이라 하였는데 군인민위원장으로부터 농업협동경리의 조직문제에 대한 지시문을 토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자기도 참가해보았으면 하는 희망을 표시했다.

《도농산국장이 군에 내려왔다가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토의하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무얼하겠습니까. 나는 그 문제에 사실 연구가 좀 있습니다.》하고 안대식이는 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참가하시지요.》

림충현이는 간단히 대답하였다. 거역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비밀에 속하는 문제토의도 아니고 그가 도일군이니까 혹시 들을 소리가 있을지 알겠는가.

회의가 시작되여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안대식이 언권을 청하였는데 신임농산국장은 자신이 말한바와 같이 농업협동화에 이전부터 연구가 있었으며 상당히 정통하고있다는것을 벌써 첫 발언에서 시위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사실 토지개혁을 할 당시에 토지를 개인소유로 넘기지 말고 국가소유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있었는데 만일 그 주장대로 하였더라면 오늘에 와서 집단화는 제기되지도 않았을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는 줄기차게 농촌의 사회주의적개조를 다그쳐야 하며 앞당길수록 더욱 좋다, 당은 농업협동화에로 부르고있다. 동무들, 이 투쟁에서 영평군이 앞장서나가자! 무슨 일에나 선봉에 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기발을 들고 앞장서서 나가는 선진대오가 있어야 한다. 나는 영평군이 단연 앞장에 섬으로써 전국적으로 제일 먼저 공산주의사회에로 들어가자는것을 호소하는바이다··· 그는 이렇게 력설하였다.

그는 일단 흥분이 되자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고 입귀에 거품이 내돋기까지 하였다. 그는 자기의 연설을 황홀해서 듣고있는 촌사람들을 보며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였다.

《촌사람들》은 그의 연설에 심취된것이 아니라 괴상한 광기에 흥미를 가지였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그 광기가 풍기는 열정이 어느 사이에 사람들을 흥분시키고있는것이였다.

누구보다도 림충현이가 흥분했다. 물론 그가 안대식의 광기어린 연설때문에 비로서 흥분한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안대식이가 그것을 촉진시킨것만은 사실이였다.

《나는 도농산국장동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하고 림충현이가 말하였다.

《나는 공부를 못한 사람이기때문에 리론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곳 영평의 형편을 보면 당에서 협동화의 구호를 내놓은것이 얼마나 옳은가 하는것이 스스로 명백해집니다. 동무들, 내가 이렇게 말하는것을 용서하시오. 흔히 후임자는 선임자의 결함에 부닥치며 그것을 밝혀내며 무엇인가 새로운 과업을 제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영평에 와보니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우리 영평은 해마다 봄파종에서 꼴찌를 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구수에 비하여 토지가 많기때문이라고 변명하며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도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하여 농민들을 조직적으로 궐기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있었습니다. 나는 최옥금이 있는 현촌에 가보았으며 그 처녀가 조직한 조합을 견학하였습니다. 아직 첫걸음을 뗀데 불과한 조합이였지만 벌써부터 은을 내고있었습니다. 개인농들은 농한기여서 뜨뜻한 아래목에 아직 엉뎅이를 붙이고있는데 조합원들은 부업을 해서 돈을 벌고 새해영농준비에 떨쳐나서서 거름을 장만하고있었습니다. 이렇게 일하면 농사가 되고 생활이 쑥 올라갑니다. 자, 그러니 동무들. 우리 영평과 같이 땅이 많아 못사는 고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관개공사도 해야 하겠는데 개인농들을 어떻게 궐기시키겠습니까? 나는 모든 리들에서 다 협동경리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이 며칠동안 줄곧 이 생각뿐이였습니다. 지시문에는 경험적으로 매 군에 세개 또는 네개씩 조직한다고 지적되여있는데 이것은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한 일반적인 지시입니다. 우리가 면밀한 타산과 준비밑에 조직사업을 잘하면 모든 리들에서 다 조합을 조직하여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운영해 나갈수있을것입니다. 토론들을 해봅시다.》

안대식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영평의 경우에 3~4개의 조합을 조직해가지고서는 아무런 의의도 없다, 모든 리들에서 자연부락단위로 다 조직해야 한다, 장차 농촌이 사회주의로 나가야 하는것만큼 그것을 앞당길수록 좋다고 하였다.

갑자기 지내 높이 뛰는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경험적으로 몇개 해보고 그다음에 모든 리들에서 조직하는것이 옳지 않겠는가. 서두를 필요가 뭐 있겠는가.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림충현이 말했다. 《당에서 좋은 말을 주었는데 타는 사람이 많아서 나쁠것이 없습니다. 탈줄 모르면 잘 타도록 대주고 이끌어주면 됩니다. 동무들이 지시문을 잘 연구해보시오. 조합의 형태를 세가지로 규정하고 의식수준과 물질적조건을 고려하여 잘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사실 1형태는 품앗이반이나 같은데 이건 전쟁시기 우리가 해본것이 아닙니까? 3형태보다는 못하겠지만 은을 냈습니다. 우리는 3형태로 3개의 조합을 경험적으로 조직하고 나머지는 다 1형태로 조직하자는것입니다. 1형태로 조직해놓고 천천히 2형태와 3형태로 넘어가면 될것입니다.》

방향이 이렇게 그어졌다.

이 방향에 따라 면밀한 한주일간의 준비사업이 있었다.

준비사업을 거친후 군의 20여개 리에 자연부락단위로 30개가 넘는 제1형태협동경리를 조직하였으며 3개의 리에는 제3형태의 조합을 군당위원장과 군위원장이 현지에 나가서 리일군들을 도와 직접 조직하였다. 림충현이는 군내를 한 보름동안 돌아다니며 조합을 직접 조직하기도 하고 이미 조직된데서 잘못이 있으면 즉시에 바로잡도록 하였다. 그는 특이한 정열과 치밀한 조직력을 가진 사람이였다.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일에 안대식이도 끼여들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식은 도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경포리에 제3형태의 모범적인 조합을 조직한다면서 팔을 걷고나섰다.

군내를 돌아다니느라 면도도 제대로 못해 꺼칠해지고 볼이 꺼져들도록 여위고 입술이 튼 림충현이 군당에 보름이 지나 올라와서야 안대식이 그간 경포리에 나가서 협력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는 안대식이를 믿고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경포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리에 내려간 안대식이는 리당과 리인민위원회 사람들을 발동하여 매 농가의 토지와 축력, 농기구, 로력자들을 일목료연하게 장악한 다음 그들을 빈농, 중농, 부농으로 갈랐다. 그리고 부농을 제외한 전체 농민들을 민주선전실에 모이게 하라고 지시했다. 저녁을 먹고 민주선전실이 터지게들 모여들었다.

안대식이는 긴 머리카락을 자주 쓸어넘기면서 이 집회에서 두시간 가까운 장황한 연설을 했다. 마지막에는 목이 갈리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세등등하여 락후한 농촌의 사회주의에로의 혁명적변혁에 대하여 력설했다. 우리가 어차피 사회주의사회에로 가게 되는것만큼 여기서 동요와 주저를 박차고 대담하게 앞으로 나가자, 모든 경포리 농가가 하나의 협동조합에 뭉치자, 연설을 끝내고 조합에 들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한 절반쯤 손이 올라갔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군. 우리가 자원적으로 조합에 들어야 하지만 그것은 강제로 집아넣는다는 뜻이 아닐뿐이지 조합에 들 때까지 해설과 설복을 계속해서 누구나 다 조합에 들게 한다는 뜻입니다.》하고 그는 한농가씩 호명하였다.

《리대천이.》

《예.》

《조합에 들겠소?》

《예, 들지요.》

《한옥녀.》

《네, 들겠습니다.》

《좋습니다. 김인호.》

《난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어째서?》

《글쎄 두구봐야겠수다.》

《뭘 두구본다는거요?》

《난 조합에 안들어두 혼자서 농사를 잘 짓구있수다.》

《중농이지?》

《글쎄 중농인지 뭔지 그건 몰라요.》

《회의가 끝난 다음에 남으시오. 알아두어야 할것은 자원성도 있지만 프로독재라는것도 있다는거요. 조합에 안들겠다는것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것이고 이것은 곧 반동의 길로 가는것이기때문에 이런자들에 대해서는 프로독재를 실시한단말이요.》

그가 이런 위협을 섞어가며 가입놀음을 단행했으나 회의끝에 남으라고 한 대상은 20호 잘되였다. 안대식이는 그들을 민주선전실에 가두었다. 그날밤과 다음날 낮동안 그들을 개별적으로 취조했다. 그래서 시끄럽고 배고프고 목말라서 조합가입을 승인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6농호가 남았다. 물을 달라고 하는 그들에게 소금물을 먹이게 했다. 결국 그들도 손을 들고말았다.

이렇게 해서 굉장히 큰 리단위의 조합을 하나 만들어냈다. 안대식은 만족해서 그곳을 떠났으나 그 협동조합은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명단이 만들어지고 관리위원회가 선거되였을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