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1


 
 

제 3 장

1

 

그해 12월말경의 어느 눈보라치는날 밤이였다.

보통강변의 성밖 장마당근처에 자리잡고있는 허술한 양철집 방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솜모자에 솜덧옷을 입고 배낭을 등에 짊어진 그는 차림새로 보아 제대군인이였다.

방문이 열리고 안주인이 내다보는데 추위에 퍼렇게 언 제대군인이 누군지 알수없어 어리둥절해하였다. 후리후리한 키에 얼굴이 철색인 그 젊은이가 어딘지 낯이 익어보였으나 전쟁을 겪은 군인의 번쩍이는 눈빛과 무뚝뚝하고 우울한 표정에 기가 눌리였던것이다. 《내가 종원입니다.》하고 제대군인이 자기 이름을 댔을 때에야 안주인은 손벽을 마주치며 비명가까운 환성을 올리였다. 분주스럽게 그를 끌어들이고 곧 이 집주인에게로 안내하였다.

머리가 류달리 큰데다가 머리카락까지 길게 길러서 사자를 련상케 하는 허우대 큰 사람이 《종원이라구?》하며 다다미를 깐 방에 앉아있다가 다급히 일어섰다. 늙어서 주름살들이 깊이 패이고 아래턱이 흔들리였지만 그는 눈에 광채가 번들거리고 목소리가 우렁찼으며 허리가 꼿꼿했다.

《외삼촌, 그새 무고하셨습니까?》

《아 내야 후방에서 무고했지. 한데 네가 화약내를 쐐서 그런지 영 몰라보게 변했구나. 몰라보겠어!··· 자, 앉아라. 정말 수고했다. 훈장이랑 많이 탔겠구나? 왜 척 달구다니지. 그런 자랑은 할수록 좋아. 누구나 너를 우러러볼게 아니냐? 아 그럴 자격이 있지. 목숨을 바쳐 싸우지 않았나! 분대장이였다지? 하여튼 우리 집안에 공훈세우고 돌아온 병사가 있다는건 큰 자랑이다. 큰 자랑이구말구. 네가 이렇게 화약내 밴 배낭을 메구 외삼촌을 찾아오니 난 기쁘구나!》

외삼촌은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였다.

《그런데 대체 너는 그사이에 어디 가있었니? 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소식이 없더니 전쟁이 끝난지 반년가까이 되는 오늘까지 종무소식이였으니··· 너의 집에서는 분명 잘못된 애라고 아예 락심하고있더라. 지금 제대되여 집으로 가는 길이냐?》

《예. 기차를 갈아타려구 평양역에 내렸던김에···》

《그래, 집에다가 편지는 했니?》

《아니요.》

《왜 여태 소식한장 없었니?》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339고지탈환전투에 참가했는데 거기서 부상을 심하게 당하구 후송되였습니다. 그후로는 계속 병원생활을 하면서 수술을 여러번 했습니다. 그러느라구···》

종원이는 긴 이야기를 싫어하는것 같았다.

《음, 그랬구나. 글쎄 무슨 곡절이 있다 했지.》

《우리 집에선 별일 없어요?》

《너의 집말이냐? 무슨 별일이 있겠니··· 자, 옷이랑 벗고 세수부터 해라. 저녁이랑 먹구 천천히 이야기를 하자. 내가 지금 어디 가려던 참인데. 그동안 식사하고 좀 쉬여라. 네가 왔는데 안되긴 하지만 꼭 가야 할 걸음이다. 내 운명과 관련되는 일이야.》

《외삼촌은 지금두 량정국에서 일합니까?》

《좌우간 내 갔다와서···》

외삼촌은 좀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그는 서둘러 깃에 털을 댄 외투를 입고 수달피모자를 쓰고서 맵짠 바람이 윙- 윙- 울어대는 밖으로 나갔다. 밖은 캄캄하고 여전히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마치도 운명을 개척하려는 용사인양 외삼촌은 그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는 밤이 퍽 깊어서야 돌아왔다. 얼굴이 추위에 얼었으나 두눈은 광채로 환하게 빛나고있었다. 아마 운명에 관계되는 일이 잘된것 같았다.

그는 기다리다가 잠든 조카의 얼굴을 한동안 묵묵히 들여다보고는 웬일인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튿날 이른아침에 외삼촌과 조카는 마주앉아서 심각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기보다는 외삼촌의 일방적인 훈시를 조카가 들었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내 말을 명심해 들어라.》하고 눈물을 흘리며 조카를 맞이해주던 어제밤의 늙은이와는 딴판으로 달라진 외삼촌이 근엄한 얼굴로 무게있게 말했다.

《너도 이제는 고급중학교를 다니며 축구뽈이나 차던 천진란만한 철부지가 아니지. 전쟁 3년간 조국의 운명과 자기의 가정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랭혹하게 생각했을것이고 깨달은바도 많을것이다. 빙빙 에돌것 없이 직판 말하자. 너는 부자집 아들이다. 너의 아버지는 부농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건 없다. 후퇴시기에 나쁜짓을 한건 없구 놈들을 따라 월남하지도 않았다. 다만 강요에 의해서 놈들에게 낟알이랑 닭이랑 좀 바쳤다. 정확히 말해서 빼앗겼다. 그렇다고해서 공화국정권에 충실한것도 아니였다. 비행기헌납금도 내고 전선원호미도 좀 바쳤다만 진심으로 낸건 아니야. 량쪽에 다리를 걸고 적당히 처신한거다. 왜 그렇게 말하는가? 후퇴갔다와서 아주 어려운 때인데 피살된 리인민위원장의 처가 놈들에게 매를 맞은 어혈로 몹시 앓고있었다. 그래 그 집 맏딸이 옥금이라구 너두 알지? 현촌에서 고중을 다닌건 너하구 그 계집애뿐이였으니까 잘 알겠지. 그런데 너희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곰열을 외상으로 달라고 했다. 그런데 너희 아버지는 없다고 잡아뗐다.》

《외삼촌, 그게 정말이요?》

종원이는 반쯤 몸을 일으키며 금시 뛰쳐일어날 자세로 묻는데 금시 목이 갈리였다.

《마저 들어라. 동네에서는 두가지로 말하더라. 혼자서 벌어서 네 식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어린 처녀한테 외상으로 주었다가 언제 값을 받아내겠는지 알수 없어 그랬다고 하기도 하고 미제놈들이 다시 들어오겠다 했으니까 그때에는 마을의 첫째가는 빨갱이네를 도와준것으로 화를 당할가봐 그랬다고 하기도 하더라. 하여튼 너의 아버지가 량쪽에 다리를 걸친건 사실이야. 린색하다는건 더 말할것도 없고, 그래 지금 얼마나 바빠하는지 아니? 옥금네 집에 사과를 한광주리 보냈다더라, 그런걸 옥금이네가 되돌려보냈다던가?》

외삼촌은 턱을 가슴에 파묻고 까딱 움직이지 않는 조카에게 계속 하였다.

《너는 그사이에 부상을 당하구 훈장을 타구 로동당원이 되였는데 네 애비란건··· 나는 네가 가엾어서 이 모든 진실을 미리 일깨워주는것이다. 너를 구원하려고말이다. 네가 고향에 가서 〈과수원집〉울타리에 들어박혀 썩어버릴가봐 말하는거다. 너만이라도 잘되여야 할게 아니냐? 나도 내 조카가 잘되기를 바란다. 까놓고 말해보자. 너는 당원이구 공훈을 세웠지만 부농의 아들이라는 계급적토대는 벗어나지 못해. 너에게 곧 그걸 따지게 될게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농촌에서 농업협동화가 시작되는데 여기서 투쟁대상은 부농이야. 즉 꿀라크지. 꿀라크는 계급적으로 청산된다. 계급으로서 부농을 청산할 때 그의 아들에 대해서도 계산할건 뻔하다. 하지만 너는··· 구원되여야 한다. 어떻게 구원되여야 하겠는가? 이건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있다.》

그는 여기까지 단숨에 말하고는 잠간 조카의 표정을 살피고 계속하였다.

《이번에는 내 얘기를 좀 해보자. 나는 량정국에서 부국장을 하다가 국가의 량곡을 잘못 처리한 과오를 범하고 떨어져 지금은 구역량정과에서 과장노릇을 하고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부국장자리에서 떨어질 정도의 큰 과오를 범한건 아니지만 일을 잘할적에는 들추지 않던 가족관계를 이럴 때에는 참고하는 법이다. 매부가 부농이란것이 두드러졌다. 간부사업을 보던 사람이 내가 왜정때 농조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여 고생을 한 경력따위는 인정도 하지 않으면서 부농의 처남이라는것만 중시했다. 결국 나는 너의 아버지의 〈덕〉을 입은셈이다. 협동화가 시작되니까 부농문제가 더 날카로와질것은 뻔하고 그래서 나는 옛날 우리의 농조투쟁을 지도하였던 간부동지를 찾아가서 구원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줄을 밟아가지고 바로 어제밤에 그 동지의 집에 찾아갔었다. 반갑게 맞아주더라··· 나는 구원될것 같다. 나의 투쟁경력이 기본이라고 하더라. 바로 이러한 시기에 네가 훈장을 달고 나타난거야. 만일 네가 전선에 안나가고 나쁜길을 걸었다면 그건 결정적인 타격으로 될수 있다. 그러나 나의 조카는 아버지와는 얼마나 다르냐. 얼마나 장하냐. 너는 나와 함께 무산계급혁명의 길을 걸어야 해. 나는 너희 집과 단호히 결별을 할것이다. 아니 너희 집과 투쟁을 할것이다. 여기서 너는 나와 손을 잡아야 해. 그래야 네가 구원된다. 알겠니?》

조카는 머리를 푹 숙인채 여전히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벙어리가 되여버린것같았다. 아침밥을 먹는둥마는둥하고 그는 배낭을 다시 등에 지고 외삼촌의 집을 나섰다. 그길로 평양역으로 나갔으며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종원의 외삼촌 안대식이가 추운 밤중에 찾아갔던 사람은 최창익이였다. 그날 밤 그는 뜨뜻한 털쟈케트를 입고 참대로 만든 팔걸이의자에 앉아서 중국홍차를 마시며 안대식이를 만나주었다.

《대체 자네는 어디에 가있었나?》하고 그는 오래간만에 만난 안대식이를 질책하는것으로 맞아주었다.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안대식이는 큰 머리를 숙이였다. 안대식이가 농조운동을 한다고 돌아다니다가 서울 어느 음식점 뒤골방에서 비밀리에 만났을 당시의 최창익은 조선공산당 엠엘파지도부에서 조직부장을 하고있었다. 그는 최창익을 그때로부터 공산주의운동의 선배로 존경하였다. 그후 최창익이가 체포되고 안대식이도 체포되여 1년나마 감옥밥을 먹었다. 안대식이는 감옥살이 이후 운동을 포기하고 땅을 뚜지며 농사를 짓고있다가 광복을 맞이했는데 최창익이가 조선독립동맹의 실권자로서 평양에 나타난것을 알고는 급히 상평하였다. 자기는 운동을 포기했지만 최창익이가 출옥후에 중국으로 들어가 투쟁을 계속했다는것을 알게 된 안대식은 죄스럽기도 하고 한편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그는 조선독립동맹의 변신인 신민당에 먼저 들었고 최창익의 알선으로 내각량정국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수 있었다. 그런데 그자리에서 떨어졌으니 면목이 없게 되였다고 할수밖에···

《한자리 알선해주었으면 일을 잘해서 그걸 발판으로 계속 발전을 해야지? 그리구 사람이 일을 하다가 과오를 범할수 있지. 그렇다면 응당 나를 찾아와서 방조를 요청했어야 옳지 않겠나? 이건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통 알수 없으니··· 어째 사람이 그렇소?》

최창익은 숨쉴틈을 주지 않고 계속 족쳐댔다. 그러나 안대식은 좀더 심하고 아프게 욕을 먹고싶었다.

《전쟁을 하는 판인데 개인문제를 들고다닐 경황이 되였습니까! 하지만 부수상동지, 저는 늘 부수상동지를 그리워하였습니다. 이처럼 만나뵐 날이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저으기 떨리였다.

《흥, 모양이 초췌해진걸 보니 고생을 좀 한게군. 그래서 이 부수상을 찾아볼 생각을 했겠군.》

《부수상동지! 더는 이대로 못살겠습니다. 그래도 저야 부수상동지의 지도밑에 반일투쟁도 했고 감옥살이도 하지 않았습니까. 광복후에는 부수상동지의 덕택으로 내각에 들어가 일했지요. 그런데 구역량정과장이 뭡니까,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자기의 과오를 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생사운명을 건 사람처럼 눈에 광기가 번들거리였다.

최창익은 조용히 차겁게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였다.

《자네 매부가 부농이지?》

최창익의 이 불의의 물음은 그를 아연케 하였다. 그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왁살스러운 그의 성미가 그를 도왔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떻다는겁니까? 매부는 부농이지만 후퇴시기에 나쁜짓을 하지 않은 량심적인 부농입니다. 그러나 착취자는 착취자인것만큼 나는 그와 벌써 단호하게 인연을 끊었습니다! 나에게는 부농을 하는 매부도, 그의 녀편네인 누이도 없습니다. 우리 가족명단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최창익은 픽 웃었다.

《제가 지워버린다해서 그게 지워지는가. 부농의 처남이라는 딱지는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지고 다녀야 해. 허나 매부같은거야 무슨··· 자네의 투쟁경력이 기본이지.》

안대식이는 눈물이 쑥 나오며 저절로 무릎이 꺾이였다.

《그렇습니다. 매부가 뭡니까. 하지만 저는 그자와 결별했습니다. 그자를 내 자신이 청산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내 힘써보지.》

최창익은 그의 사설에 싫증을 느끼고 그의 말을 막으며 계속하였다.

《그런데 중앙기관은 힘들어. 〈얼마우재〉들의 세력이 강하당이. 그 사람들이 쏘련풍을 퍼뜨리고있는것이 이제는 염증이 나지만 아직 세력이 강해. 평남도가 어떻겠나? 평남도기관들이 평양에 있고 또 간부부에 우리 사람들이 있으니까 좋을것 같구만. 내가 특별히 힘써주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대식은 허리를 깊이 숙이였다.

이처럼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고 부수상인 최창익의 신임을 받은후여서 그는 자기 조카를 대하는 태도가 근엄해졌던것이다. 그는 최창익앞에서는 매부 정의춘이와 인연을 아예 끊었다고 말했지만 실은 거기서 남몰래 쌀말이나 날라다먹었다. 누이의 신세를 지고있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단호하게 결별할 결심이였다. 조카에게 한 말이 헛소리가 아니였다.

예상외로 안대식의 일은 잘 진척되였다. 마침 도인민위원회에서는 농산국장자리가 비여있어 적임자를 물색중이였는데 최창익이가 안대식을 거기에 들이밀었다.

새해 정초에 안대식이는 도농산국장으로 임명되자 그날로 최창익을 찾아가서 인사를 했다. 최창익은 여전히 털쟈케트를 입고 참대로 엮은 팔걸이의자에 앉아서 홍차를 마시며 그를 만나주었다. 부수상은 안대식이에게 일장 훈시를 하였다. 환갑이 다 되여오는 늙은이였지만 그는 아직 몸집이 퉁퉁하고 단단했으며 기념보고회같은데서 연설하는것을 보면 연설문이 찢어지게 힘껏 번지며 쩡쩡 울리는 목소리를 내뿜었다.

아마 종일 연설을 하라 해도 할수 있을 정도로 힘이 있고 언변도 좋았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이르러서는 입을 다물고있기가 일쑤였다. 열변을 토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을 열었다.

《당신은···》하고 그는 안대식이를 향해 말했다. 입을 열어 열변을 토해야 할 경우였고 또 상대는 그 연설 한마디한마디를 꿀처럼 달게 받아들일 만단의 준비가 되여있었다.

《당신은 도농산국장으로서 전후 농촌경리의 복구건설이라는 력사적행정과 자기 운명을 같이 하게 되였소. 나는 내가 농업을 보는 부수상이라 해서 그러는건 아닌데 전후복구건설에서 농업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지어는 관건적이라고도 말하고싶소. 왜 그런가 하면 우리 나라는 농업국가이기때문이요. 농업부터 발전시켜 나라를 추켜세워야 하오. 인민의 열의가 굶주린 배에서는 나오지 않소. 오늘 전쟁으로 인하여 비참하게 령락된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고 향상시키는데서 첫째가 먹는 문제를 푸는거요. 기계에서 밥이 나오지는 않는단말이요. 중공업을 내세웠던 쏘련도 최근에는 농업을 중시하고있소. 그렇소. 빵과 우유는 농업에서 나오는거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밥은 농촌에서 나오는거요. 그런데 지금 막대한 국가자금과 외국의 원조를 거의다 기본건설에 쏟아붓고있소. 바로 내각회의에서 령세농민들에게 융자적방조를 줄데 대한 내각결정 제3호를 채택했는데 자금이 어디 있는가. 기본건설자금을 줄이는수밖에 없소. 그렇게 해서라도 농민들에게 대부를 주어야 하구 매 농가가 자기 구실을 할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어야 하오. 다시말하여 개인농경리를 일정한 기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되오.》

《잘 알았습니다.》

안대식이는 시원스럽게 대답하였으나 개인농경리를 일정한 기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려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농업협동경리의 조직문제에 관한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이 하달되지 않았습니까?》

《음, 하달되였지. 그렇다구 해서 개인농경리를 걷어치우는것이 아니라 그것도 계속 강화해야 해. 협동화가 언제 될지 그걸 어떻게 알겠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 먹구살아가기조차 급한데 협동화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나?》

최창익이는 협동화의 성공을 믿지 않았으며 또 잘되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농민들속에서 불만이 야기되고 한편 박창옥이나 강봉석같은 사람들이 우에서 소란을 피우면 로동당은 진통을 겪게 될것이다. 그때에는 사람들이 인민생활의 목전향상을 내세운 자기 최창익이를 따를것이다.··· 이것이 그의 속심인데 이때 눈치가 무디지 않는 안대식이 턱을 쳐들고 정중히 말했다.

《저는 협동화에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농산국의 농산지도사업과는 별개의것이니까요.》

그러나 그는 최창익의 비위를 잘못 맞추었다.

《아니야, 자네는 그걸 외면하면 안돼. 로동당에서 중시하는 사업을 외면하면 되는가. 협동화가 시작되면 부농청산도 벌어지겠는데 그러면 부농의 처남인 자네는 불리해진단말이야. 때문에 자네는 더욱 이 사업의 앞장에 서구 만세도 먼저 불러야 해. 기발을 들고 나가는 선진투사가 되여야 해.》

《알겠습니다. 저는 계급투쟁의 앞장에 서겠습니다!》

안대식이 얼굴이 시퍼래지며 음울하게 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