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6


 
 

제 2 장

6

 

찦차 한대가 눈꽃이 날리는 길을 달리고있었다. 차안에는 《빠빠하》털모자를 쓴 강봉석이 깊숙이 앉아있었다. 그는 지금 원화리로 가는중이였다. 전쟁때 대동군에 속했던 원화리는 지금은 순안군에 속해있었는데 평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는 상에게서 김일성동지께서 최근 원화리에 조직된 농업협동조합을 찾아주셨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소식은 수령님으로부터 농업협동화사업을 행정실무적으로 맡아볼데 대한 과업을 받은 강봉석이로 하여금 시험적으로 처음 조직된 그 협동조합에 한번 나가보아야 하겠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이의 발자취를 따라 원화리에 들어선 강봉석은 먼저 리녀맹위원장 정성옥이부터 찾아보았다. 한것은 김일성동지와 인연이 깊은 그 녀인을 만나야 협동조합조직과 관련한 전후사연을 정확히 들을수 있었고 또 수령님께서 자주 회상하신 그 녀인에 대한 호기심에 끌리기도 했기때문이였다.

수수울바자를 둘러친 농가에서 멀지 않은곳에 차를 세우고 삽짝문으로 다가가 집주인을 찾았다. 솜옷을 입었으나 호리호리한 몸매가 그대로 느껴지는 20대의 젊은 녀인이 삽짝문을 열고 나오며 인사를 하였다. 녀인에게서 인상적인것은 예쁜 눈이였다.

《농업성 부상입니다. 집주인 정성옥녀맹위원장을 찾아왔습니다.》

강봉석이 손으로 모자를 약간 밀어올리면서 답례를 하고 말했다.

《제가 정성옥입니다.》

《예- 그렇습니까?》

마흔살쯤 되였을 녀인으로 생각했던 그는 저으기 놀랐다.

《먼길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추운데 어서 들어가십시다.》

《이 집이 전쟁때 수상동지께서 찾아오셨던 집입니까?》

녀인을 따라 뜨락을 지나며 물었다.

강봉석은 그날 이른 새벽에 정성옥의 집을 찾으신 김일성동지께서 그 녀인을 깨우려는 책임부관을 만류하시며 《이제 얼마후이면 날이 밝겠는데 주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립시다. 단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면 얼마나 곤해하겠소? 요새 농사일에 부대끼노라 몹시 피로할거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농가의 울바자밖에서 벼짚 한단을 깔고앉으신채 날이 밝아 주인이 깨여날 때까지 기다리시였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던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 집이라고 하는 정성옥의 대답을 들으며 수수울바자와 뜨락과 퇴마루에서 지금도 군복을 입으신 김일성동지의 발자취가 느껴지는듯 감회깊이 농가를 둘러보았다.

정성옥은 그때는 웃방을 인민학교 분교로 쓰고있었는데 지금은 조합원들이 가마니를 짜는 작업장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웃방에서 무엇을 툭툭 치는 소리들이 들려나왔다.

강봉석은 정성옥의 안내를 받으며 그 작업장에 들어가보았다. 세 녀인이 일어서며 뽀얗게 먼지오른 머리수건들을 벗으면서 인사들을 했다.

《아, 어서 앉아서 일들을 하십시오. 정말 추운날에 수고들을 합니다.》

강봉석은 한사람이 하루에 가마니를 얼마나 짜는가, 그밖의 조합원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것들을 알아보며 그들과 한동안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있는중에 아래방에서 늙은이의 기침소리가 나서 누가 있는가고 물으니 정성옥은 시아버지가 계신다고 대답했다. 강봉석은 사이문을 열었다. 입에 장죽을 문 로인이 앉아서 새끼를 꼬고있었다. 말하자면 그도 작업을 하고있었다. 인사를 한후 이야기를 해보니 로인은 전쟁시기 밭에서 수령님과 함께 밭고랑에 두엄을 두고 씨를 뿌리던 일을 잊지 못해하는것이였다. 로인도 조합원으로 일하는데 70살 넘은 나이에 비하여 아주 건강해보였다.

강봉석은 멍석우에 앉아서 로인과 그의 며느리 정성옥이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성옥은 연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담차고 쾌활했으며 이야기를 잘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녀성을 만나보신후 일잘하고 부정과의 투쟁도 잘하는 원칙이 강한 녀성이라고, 오늘 농촌의 주인은 이러한 녀성들이라고 감회깊게 말씀하시였었다. 정성옥이는 최옥금이나 유만옥 등과 함께 수령님께서 잊지 못해하시는 농촌녀성들중의 한사람이였다.

정성옥이가 원화리에 협동조합을 조직하는데서 큰 역할을 했으리라는것을 묻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그런데 그 녀인은 농사경험이 어리다면서 립촌마을 세포위원장을 하던 사람을 관리위원장자리에 앉도록 하고 자기는 여전히 리녀맹위원장으로 일하고있었다.

강봉석이는 협동조합의 규모와 경제토대를 알아보았다. 알아보니 최옥금이가 조직한 협동조합보다 조합원 1인당 차례지는 논밭이나 농기구가 비슷하거나 더 빈한하였다. 그는 최옥금조합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조합의 살림살이형편에 대하여 수첩에 적어넣고있었기때문에 그것과 대조하여볼수 있었다. 시험적으로 조직한 조합들의 이러한 실태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것은 이 조합들의 본을 따서 래년초에 가서 조직하게 될 협동조합들의 경제형편이 어떠하겠는가 하는것을 충분히 예측할수 있게 하였다.

그래도 수령님께서 직접 찾아오시여 협동조합을 조직할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신곳이니 원화리의 조합은 경제토대가 좀 있을것으로 믿었던 강봉석은 실망하였다. 앞으로 조직하게 될 협동조합들의 형편을 예상해볼 때 그 실망은 더 했다.

이러한 때 조합관리위원장이 농업성 부상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타났다.

리기영의 장편소설 《땅》의 주인공 곽바위와 같은 골격이 큰 농민으로 상상하고있던 관리위원장이 아니라 허우대만 클뿐 예상외로 허약하고 등이 휜 령감이 인사를 하며 《제 관리위원장입니다.》하고 자기 소개를 할 때 강봉석의 실망은 절정에 달했다.

그는 침울해졌다. 하지만 관리위원장령감과 이야기하는 과정에 그는 이 마을에 이 령감만 한 재목도 없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였다. 우리 농촌에는 정말로 녀인들과 늙은이들뿐이였다. 협동조합의 주인공 또한 이러한 녀인들과 늙은이들이였다.

강봉석은 수령님께서 며칠전에 오시였을 때 어떤 말씀을 하시였는가고 그들에게 물었다.

《수상님께서는 동무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한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조합을 조직하는데서 들어오지 않겠다는 사람은 그만두고 자기스스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정성옥이가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을 운영하는데서 무엇이 곤난한가고 물으시였습니다. 석암저수지가 미제놈들의 폭격에 터지는바람에 농사가 전페되다싶이해서 식량이 곤난하다고 관리위원장동무가 말씀드렸더니 〈신발은 어떤걸 신고다니오?〉하고 또 물으시는것이였습니다. 그래 군대들이 신던걸 신고다닌다고 말씀드렸더니 전쟁전에 쌀 한말로 고무신을 몇컬레나 살수 있었는가, 지금은 어떤가, 이렇게 물으시여서 전쟁전에는 쌀 한말로 고무신을 두컬레 살수 있었는데 지금은 두말 팔아야 한컬레를 살수 있다고 대답을 드렸습니다. 수상님께서는 너무 비싸다고 안색을 흐리시더니 이번에는 살림집형편을 또 알아보시였습니다. 반토굴집에서 아직 살고있는 세대들이 적지 않다는것을 말씀드리면서 제가 〈하지만 수상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조합도 무었으니 합심해서 어떻게하든 난관을 이겨내고 래년 농사를 잘 짓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였습니다. 그런데도 수상님께서는 〈조합원들의 생활형편이 정말 가긍하오.〉하시며 여전히 어두운 안색이였습니다. 도에서 온 일군이 가능한껏 원화리에 식량을 해결해주겠다고 말씀드리자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소. 그러나 다른 농촌의 령세농민들은 어떻게 하겠소? 다른 농촌들도 원화리와 큰 차이가 없소.〉하시며 무엇인가 한동안 생각하시더군요.》

정성옥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봉석은 가슴이 무엇에 짓눌리는듯 답답해나는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김일성동지께서 원화리조합형편과 농민들의 생활형편을 료해하시고 안색을 흐리시며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니, 그 아프시였을 심정을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못먹고 못신고 반토굴집에서 나오지 못한 농민들, 그들이 조직한 조합은 당장 자금, 종곡, 농기구, 축력, 비료 모든것이 부족했다.

그는 따져보았다. 30호 좀 못되는 조합이 자체로 살아가자면··· 하고 필요한 생산수단들인 농기구, 축력 등을 관리위원장과 함께 따져보던 강봉석이 맥이 빠졌다. 그 부족되는 량들을 조합이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정말이지 어떻게 이처럼 경제토대가 허약한 조합들을 조직하고 발전시켜나가겠는지, 진정 걱정되는 강봉석이였다.

정성옥이도 강봉석의 막연해하는 표정에서 무엇인가 느낀바가 있는지 수령님께서 다녀가신후 다음날로 식량과 신발을 해결받았다고, 이제 부림소도 이 부근에 있는 목장에서 몇마리 넘겨받을것 같다고 말했다. 강봉석은 그 말을 듣고 우선 답답하던 가슴이 좀 열리였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신것처럼 다른 농촌들의 령세농민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또 새로 조직될 조합들은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수상님께서는 저희 조합에 자주 나오시여 지도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성옥이는 수령님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며 발전해나갈 래일의 조합을 그려보는듯 기쁨과 희망에 넘쳐 말했다.

그러나 강봉석이는 그날 원화리를 떠나시는 수령님의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으로 속이 쓰리였다.

그리하여 원화리에서 돌아오는 강봉석은 찾아갈 때와는 달리 침울해졌다.

그는 털모자를 눌러쓰고 털을 댄 외투깃을 세우고 몸을 옹송그리고서 차안에 깊이 앉아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그가 성으로 돌아와 농촌에 나갔다온 보고를 하려고 상의 방을 찾아갔을 때 상은 웬일인지 몹시 반기며 《내 지금 부상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있는중이요. 매우 중요한 소식이요.》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래도 강봉석은 얼굴이 밝아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침울하오?》

상이 의아해하였다.

《나는 우리 농업성에서 장차 농업협동화사업을 어떻게 지도해나가야 할지 막연한 생각뿐입니다. 어깨가 천근만근으로 무겁습니다.》

《바로 그 문제때문에 수상동지께서 나와 동무를 찾았댔소. 동무가 원화리에 갔다고 말씀드리자 만족해하시며 〈강봉석동무가 일을 시작했구만, 아주 좋습니다. 강봉석동무가 시험적으로 조직한 조합들을 돌아보면 성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 하겠는지 명백한 대답을 찾게 될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것이였소.》

강봉석은 굳어진듯 상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장차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생각으로 무거워진 심정이 되여 돌아온 자기가 오히려 명백한 대답을 찾게 될것이라니?···

상이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일부위원장과 협의하신후 최창익부수상과 농업상을 부르시여 이렇게 말씀하셨다는것이다.

《국가에서 령세농민들에게 새해영농준비사업과 식량구입, 주택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해주는 긴급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농업성에서 융자적방조를 주어야 할 대상이 얼마나 되며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겠는지 장악하여 제기하시오. 국가의 자금형편을 고려해서 긴급방조를 주어야 할 대상들을 정확히 장악해야 하겠습니다. 재정성에서는 농업성에서 제기하는 융자적방조를 주어야 할 대금을 시급히 마련하여 영농기전으로 대부해주도록 하며 또한 뜨락또르를 사들여오는데 필요한 외화도 빨리 넘겨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덧붙여 이와 같이 강조하시였다.

《이러한 조치는 래년도에 가서 조직될 농업협동조합들을 재정적으로 뒤받침해주는데 직접 기여하게 될것입니다. 즉 경험적단계에서 조직되는 조합들은 우선 령세농민들로 조직되기때문에 가능한 재정적, 물질적방조를 계속 주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농업상에게 강봉석동무가 돌아오면 자신께서 말씀한 내용을 알려주고 같이 잘 토론해보라고 하시면서 《그러나 강봉석동무는 원화리에 갔다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성이 어떤 일을 해야 할것인가를 스스로 알게 될것입니다.》하고 말씀하시였다.

강봉석은 여전히 까딱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상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하지만 머리속에서는 무엇인가 격렬한것이 세차게 소용돌이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하신 말씀은 원화리에 가서 협동조합의 실태를 보고 어찌할바를 몰라하던 강봉석이를 깨우쳐주시는 말씀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이제 태여나게 될 협동조합을 재정적으로 뒤받침해줄 국가적대책을 현지에서 구상하시였던것이다. 강봉석은 자금, 종곡, 농기구, 비료, 축력 등 협동조합에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것들을 가능한껏 지원하고 방조하게 될 국가적인 대책을 농업성에서 세워야 할것이며 그것을 바로 자기가 해야 할것이라는 인식을 명백히 하였다. 힘이 들고 어려운 과업이였지만 김일성동지께서 융자적방조라는 획기적조치를 취해주시였기때문에 그는 용기가 솟구쳤다.

그는 곧 팔을 걷어붙이고 일에 달라붙었다. 우선 대부를 주어야 할 대상을 장악하고 대부해야 할 자금을 산출해냈다. 나라의 형편을 고려하여 깎고 또 깎고 했으나 결국 19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산출되였다. 그 이하로 더 떨굴수 없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액수는 재정성의 랭대에 부딪쳤다. 농민은행이 6억원을 보유하고있었으므로 국고에서 그것을 제한 13억원을 농민은행에 넣어주어야 했는데 재정성은 그만한 돈이 없을뿐아니라 영농기전으로 도저히 마련할수 없다고 하였다.

강봉석은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자금이 없이야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