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5


 
 

제 2 장

5

 

안해가 아이들의 편지에서 받았던 정신적타격을 이겨낸것은 다행한 일이였다. 전후의 분망한 나날들과 들끓는 현실에로의 부단한 접근이 아마도 그 녀자를 아이들에 대한 생각에 옴해있을 여유를 주지 않았을것이다.

극장에서는 배우들을 소편대로 무어 복구건설장들에 내보내여 건설자들을 위훈에로 고무하는 이동공연활동을 맹렬하게 벌리고있었다.

그래서 강봉석의 안해도 싫든좋든 제강소와 건설장, 농촌 등으로 자주 나가게 되였던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안해가 아이들을 그리는 마음이 식어진것은 아니였으며 그 녀자의 생활은 그들이 떠나온 그 나라와 이러저러한 기회를 통하여 련결되고있었다.

한달가까이 지방순회공연을 나갔다가 돌아온 어느날 밤, 안해는 오래간만에 보는 남편을 매우 반갑게 맞아들이며 《아이, 늦으셨군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쓸쓸했지요?》하며 수선을 떨었다.

《뭐 바빠서 쓸쓸해질 짬도 없었소. 무사히 도착한것을 축하하오.》

안해의 정다운 인사에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던 강봉석이는 별로 환해지고 생기에 넘쳐있는 그 녀자에게서 진한 향수내와 함께 포도주냄새가 풍기는것을 감촉하였다.

《어떻게 된거요?》

《무엇말이예요?》

놀라며 되묻던 안해는 그 물음의 뜻을 깨닫고 방안이 환하게 밝아지도록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면서 간단히 그 사연을 말했다. 즉 지방공연에서 오늘 낮에 도착하였는데 신임쏘련대사의 부인으로부터 초청이 있어서 휴식도 못하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후 대사관으로 갔다는것이였다.

《거기서 풀려나와 나도 방금전에 집으로 왔어요. 박창옥부위원장이 자기 승용차에 태워다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보다 늦었을수도 있을거예요.》

《박창옥동무도 초대연에 참가했댔소?》

《그럼요. 적은 인원이 참가했지만 흥겹고 실속있는 초대연이였어요. 대개 대사부인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인데 다 문화성있는 신사들이여서 깊은 대화와 노래와 무도로 의의있게 시간을 보냈어요.》

안해는 식탁에 마주앉은 남편에게 술을 부어주며 말하였다. 얼굴에 피곤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포도주를 마신탓인지 피부가 발깃발깃해지고 두눈은 구슬처럼 반짝이였다.

《노래를 불렀겠구만?》

《가수니까 그거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어요? 나의 외국노래가 절찬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째서 이곳 사람들은 외국노래를 잘 감수하지 못할가요? 음악은 국경이 없지 않아요? 이번 지방공연에서 우리는 제강소복구건설장에도 갔었고 농촌에도 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는데 〈도라지〉, 〈노들강변〉 같은 조선민요는 좋아했지만 내가 부른 외국노래는 흥미없어하더군요. 같은 노래를 대사관초대연에서 부르고 대절찬을 받은후에 박창옥부위원장에게 내가 지방에 가서 환영을 받지 못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이 나라를 현대문명에로 이끌어주기 위해 광복후부터 이날까지 꾸준히 쏘련의 선진문화를 주입시켰지만 워낙 뒤떨어져있다보니 쉬이 계몽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강봉석은 안해가 하는 말에 공감되는바가 없지 않았으나 이 나라를 현대문명에로 이끄는 기본적과제는 경제건설로 달성되여야 할것이라고, 경제가 발전해야 유럽음악도 감수할수 있을 정도로 문명해질것이라고 대답했다.

안해는 쉬임없이 입을 놀리였다.

《그런데 이봐요. 거기서 이야기들을 하는데 쏘련공산당지도부가 갱질된후 로선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강철〉이 아니라 〈빵과 우유〉로 방향을 바꾼다고 해요.》

식모가 음식을 새로 들여오는바람에 안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사실 이 식모를 꺼릴 필요는 없었다. 그들부부는 처음부터 로어로 이야기를 하고있었는데 식모는 로어를 전혀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그래도 식모가 부엌에 있는 경우와 식탁에 나타나는 경우가 같지 않아서 대사관에서 벌어진 일들을 말하는데서 조심하게 되는것이였다.

강봉석은 안해가 말하지 않아도 쏘련에서의 변화를 알고있었다. 그는 쓰딸린의 령도하에 강력한 중공업을 건설함으로써 강대해진 쏘련이 그 길에서 벗어나려 하는것 같이 느껴졌다. 쏘련이 그렇게 나가면 되겠는가. 지금 일부 론자들은 쏘련이 중공업만 중시했기때문에 미국에 비해 생활수준이 떨어지고있는것처럼 말하면서 농업과 경공업을 급속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력설하고있는데 이것은 락후한 짜리로씨야의 황페한 경제를 물려받은 쏘련의 경제건설과정과 쏘독전쟁의 후과를 무시하고 하는 투정질에 불과하다. 그들이 현재 강한 론조를 들고나오고있는 인민생활의 급격한 향상도 중공업의 뒤받침이 있어야 실현되는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쓰딸린의 령도밑에 세계적인 강력한 중공업을 건설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들이 인민생활향상에 대하여 말할수 있겠는가.

그런데 쏘련당지도부의 새로운 전략이 조선당에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겠는지?

마치 강봉석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알고있기라도 한듯 안해가 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식모가 나갔던것이다.)

《거기서 이야기하는것을 들으니 조선이 민족주의로 나가려 한다더군요. 말을 안듣는대요.》

강봉석이는 안해를 향해 랭혹하게 잘라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를 옮기고 다니지 마오.》

《당신한테만 하는 소리예요.》 안해가 속살거리였다.

안해가 더 말하지 못하게 눌러놓긴 했으나 강봉석은 심리적충격의 여운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이 민족주의로 나가려한다는 비난이 박창옥의 입에서 나온것이 틀림없다. 그는 쏘련당의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중공업건설의 선차성에 대한 주장에서 물러서는것 같다. 그렇다면 중공업건설보다 인민생활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최창익의 견해와 같아지는것이다.

(주대없는 사람··· 녀배우들이나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강봉석은 박창옥이와 인간적인 련계가 없었으며 그에 대해서 워낙 신통치 않게 여기고있었다.

그가 비난하는것으로 보아도 그렇고 조선당이 중공업건설의 기치를 계속 들고나가려 하는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옳은 일이다. 그런데 중공업의 복구건설이 방금 시작한것이나 같은데 농업협동화도 밀고나가려 한다···

강봉석은 그 이상 더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농업협동화에 대한 그러한 의혹이 머리를 쳐들 때면 자기를 따로 불러 그 문제를 놓고 간곡한 가르치심을 주시던 수령님앞에 미안스러워지는 심정을 어쩌지 못하는것이였다.

그는 안해가 뒤공론을 하고있는 사람들에게 말려들것 같아 한마디 하였다.

《여보 내 당신에게 한가지 충고하겠소. 다시는 박창옥의 승용차를 타고다니지 마오.》

안해는 자기는 처음 부위원장의 승용차를 탔는데 만일 부위원장이 누구를 승용차에 태워준다면 그것은 그의 신임으로 된다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충고하는거요.》

강봉석은 박창옥의 신임을 잃게 되는 배우의 처지가 어떻게 된다는것을 잘 알면서도 이 말을 했다.

안해도 남편의 심정을 리해한듯 긴 속눈섭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며칠후 그는 불시에 김일성동지의 부르심을 받았다. 부수상도 아니고 상도 아닌 부상이 단독으로 그이의 부르심을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물론 그이께서 인민경제의 특수분야나 중요한 부문을 담당한 부상이나 국장까지도 직접 부르시거나 전화로 찾으시여 담화를 나누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봉석은 자기는 그러한 부르심을 받을만 한 위치에서 일하는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는 이러한 경우에 누구나 체험하게 되는 흥분과 무슨 일때문일가 하는 짙은 의혹을 품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서 승용차에 올랐다.···

 

강봉석은 책임부관실을 통과하여 그의 안내를 받으며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푸른 탁상보를 씌운 집무탁뒤에서 나오시여 인사를 드리는 강봉석의 손을 잡아주시고 걸상에 앉으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도 역시 푸른 탁상보를 씌운 긴 앞탁의 어느 한 의자에 앉으시며 강봉석을 부드럽게 바라보시였다. 그 눈길은 봄날의 해빛처럼 따뜻한 감을 자아내여 강봉석은 속이 후더워나며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그는 김일성동지께서 집무탁이 아니라 자기 가까이의 의자에 이처럼 마주 앉으시는것으로 보아 사업이야기가 아닌 무엇인가 절절한 말씀을 하시려는것이라고 짐작하며 눈길을 떨구었다.

《요새도 밤늦어 퇴근합니까?》

너무도 평범한, 그러나 무척 따뜻한 인간적인 물으심이였다.

그이께서는 아마 강봉석이 늦게 퇴근하는것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계시는것 같았다.

강봉석이 쑥스러운 미소를 짓고 대답을 못드리며 허둥거리자 그이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평남관개공사장에 자주 나가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농업성일을 너무 많이 걸머지고있는게 아니요?》

《아, 아닙니다. 일할줄을 모르니까 일을 많이 걸머지고있는것처럼 보이겠지요.》

《허··· 강봉석동무가 일할줄 모른다는 말을 누가 믿겠소. 힘들거요! 부림소가 부족해서 래년봄에 논밭갈이를 어떻게 보장하겠는지, 이것부터 걸려있지 않소? 농업성에서 부족량이 2만마리라고 제기했지요?》

《예.》

《그래서 그 해결방도의 하나로 각 성과 국, 기관들에서 가지고있는 부림소들을 꼭 필요한 수만 내놓고 모두 농촌에 보내주도록 지시한후 동무네가 구체적으로 어디어디서 얼마나 넘겨받았소?》

그이께서 실무에 밝으시며 무슨 문제든지 수자를 놓고 따진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강봉석은 이곳으로 올 때 벌써 그 어떤 문제든지 수자적으로 대답을 드릴수 있게 준비하였었다. 그는 사업노트를 펼치고 거기에 적혀있는 수자들을 보고드리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 말씀드리였다.

《부림소들을 잘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최창익부수상에게 강조했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뇌이시다가 집무탁으로 가시여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인민검열위원회 위원장을 찾소.》

그이께서는 인민검열위원회 위원장에게 각 성과 내각의 국들에서 가지고있는 부림소들을 농업성에 이관하는 사업을 검열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

강봉석은 자기가 공연한 말씀을 드려 그이께서 손수 전화까지 거시여 긴급대책을 취하시는것 같아 저으기 죄송스러웠다.

전화를 마치신 그이께서는 다시 강봉석이와 가까이 마주앉으시였다. 강봉석은 그이께서 부림소해결문제를 꺼내시긴 했지만 결코 그러한 실무적인 일때문에 자기를 부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더 짙어갔다.

《농사가.》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천하지대본이라고 한 우리 조상들의 말이 참 깊은 뜻을 담고있소. 요새 〈쁘라우다〉를 보니까 쏘련사람들도 농업에 힘을 넣는것 같더구만.》

《예. 그러나 쏘련은 중공업을 약화시켜서는 안되고 또 이미 강력한 중공업을 건설했기때문에 농업의 새로운 발전을 론할수 있다는것을 그들이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강봉석은 며칠전밤에 안해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피뜩 떠올라 이처럼 저으기 격해진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그는 자기도 참가한, 쓰딸린시기 쏘련에서의 사회주의건설 성과와 경험에 대하여 긍지와 굳어진 확신을 가지고있는 사람이였다. 그가 방금 한 말에서도 그것이 느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담담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쏘련이 어떻게 하는가 하는것은 그 나라 내부문제요. 매개 나라는 자기가 처한 구체적인 환경과 자기 혁명의 리익에 맞게 로선과 정책을 세우게 되오. 때문에 큰 나라나 혁명을 먼저 한 나라가 하는데 따라 흔들리거나 또한 남의 경험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여도 안된다는것이 우리 립장이요. 우리는 다른 나라의 좋은 경험을 배워야 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나라의 실정과 우리 혁명의 리익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하는것을 씹어보고 〈위〉에서 받으면 삼키고 받지 않으면 뱉아버려야 하오. 레닌은 로씨야의 빈궁한 개인농들을 사회주의길로 이끌어가기 위한 방도로서 농업협동조합을 발기하였소. 이것은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나라들에서 받아들여야 할 보편적인 원리요. 그러나 매 나라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동조합을 조직하는가 하는것은 해당 나라의 실정으로부터 독창적으로 풀어나가야 할것이요. 우리 나라의 경우 농업협동화가 현실이 요구하고있는데 우리가 무엇때문에 쏘련의 경험만을 공식처럼 외우며 나라의 공업화가 실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소?》

강봉석은 그이의 말씀이 깊어짐에 따라 점차 얼굴이 창백해져갔다.

몇달전에 수령님께 우리 나라에서의 농업협동화가 시기상조라고 말씀드리였던 강봉석이였다. 그러므로 지금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은 아물지 못한 괴로운 상처를 건드리는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몹시 바빠하는 강봉석이의 마음을 눅잦혀주시려는듯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자고 한건 아니였소. 그런데 말이 난김에 한마디 더하면 6차전원회의 이후에는 동무가 입을 봉하고있다는데 그걸 어떻게 리해해야 하오?》

《수상동지.》

강봉석의 입술이 눈에 띄이게 떨리였다.

《저는 당원으로서 당 전원회의결정을 집행할 의무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쉽게 대답드릴수 없는것이 저의 심정입니다.》 역시 강봉석이다운 대답이였다.

김일성동지 자신께서도 그가 마지 못해 겉치레의 대답을 했더라면 그를 믿지 않고 경멸하셨을것이다. 우유부단하고 신념이 없고 남에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그에게 훨씬 믿음이 갔다.

길지 않은 침묵은 강봉석이를 괴롭게 압박하였다.

그는 머리우에 떨어진 무거운 질책을 한초한초 기다렸다.

《동무의 심정은 알만 하오. 그런데 농업협동화사업에 대한 지도를 농업성에서는 누구에게 책임지우면 좋을것 같소?》

김일성동지께서 질책을 하시는것이 아니라 뜻밖에 이처럼 물으시자 강봉석은 더욱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는 의혹이 짙은 눈을 들고 말씀드리였다.

《중앙당 농민부에서 조인철부부장이 그 사업을 보고있지 않습니까?》

《조인철동무는 당적으로 지도하는것이고 행정실무적으로 농업성에서 지도해야지요. 협동화는 농업협동조합들의 조직만으로 끝나는것이 아니지 않겠소?》

《···》

강봉석은 그이께서 어찌하여 이런 문제를 자기와 의논하시는지 알수 없었고 또 그것이 쉽게 대답을 드릴수 없는 심중한 문제여서 손바닥으로 무릎을 쓸기만 할뿐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강봉석동무가 맡아서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온다기보다 심장을 무겁게 두드리는것 같았다.

강봉석은 한순간 아뜩해지며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제가 말입니까?》

《그렇소. 바로 동무가!》

《수상동지, 저는!···》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강봉석이에게 손세를 쓰시며 앉으라고 하시였다.

《나는 강봉석동무가 적임자라고 보고있소.》

강봉석이는 억이 막힌듯 그저 머리를 떨구고있을뿐이였다. 이것은 지팽이손잡이를 반대로 꺾는것과 같은 뜻밖의 풀이가 아닌가.

《동무도 알고있는것처럼 우리 농촌의 물질기술적토대는 매우 허약하오. 따라서 그 토대우에서는 협동조합들은 불가피하게 규모도 작고 살림살이도 빈한할수밖에 없을거요. 그러나 그렇게라도 협동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 오늘의 객관적인 요구가 아니요? 때문에 그렇게 출발하고 뒤따라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해야 하며 협동조합의 토대가 튼튼해지는데 따라 규모도 확대하고 장차로는 꼴호즈처럼 현대적기계와 기술로 장비하게 될거요. 그러니 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누가 해낼수 있겠소? 강동무, 우리 같이 손잡고 해봅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먹을 힘껏 쥐여보이시며 저력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일어서시였다.

그이의 절절한 말씀, 안광에 넘치는 열정의 눈부신 광채, 뜨거운 믿음!··· 의자에서 힘있게 일어서시는 그이를 따라 일어서는 강봉석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력한 인력에 이끌려드는 자신을 걷잡지 못했다.

그는 목갈린 소리로 《신임에 보답하겠습니다.》하는 대답을 어떻게 드렸는지 알수 없었다. 아니 달리 대답할수 없었다.

이날 자기 사무실에 가서도 그리고 밤에 퇴근하여 집에 가서도 강봉석은 줄곧 침묵속에서 시간을 보내였다. 그렇다고 침울하다든가 절망에 잠긴다든가 하는 표정은 찾아볼수 없었다. 반대로 그는 정신적인 앙양상태에 있었으며 따라서 눈빛은 번쩍이고 얼굴빛은 밝았다. 단지 내부의 격화된 심정을 깊이 감추려는듯 입을 꼭 다물고있을뿐이였다.

이날따라 좀 일찌기 들어온 안해는 류다른 눈빛이 떠도는 그의 얼굴표정을 이상하게 살피며 무엇인가 알아내려고 이모저모로 따져물었다. 강봉석은 술을 마시며 다른 소리는 더러 했지만 오늘 김일성동지를 만나뵈온 일은 더 말할것도 없고 농업성에서 있은 사업이야기조차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셨다.

《분명 당신에게는 좋은 일이 생겼어요.》

안해가 하는 말이였다.

《혹시 어떤 녀인을 사랑하게 된건 아니예요? 그렇지요?》

강봉석은 술잔을 든채 껄껄 웃었다. 그러나 이내 정색해졌고 또다시 침묵에 잠겼다.

《아니, 정말 웬일이세요?》

안해는 참지 못하고 다그쳐댔다.

강봉석은 일어나서 창문께로 다가갔다. 그리고 큰숨을 들이쉬였다.

《이것보오. 나는 말이요. 지금 큰 근심을 가슴에 안았소. 도저히 실현불가능한 일이, 내가 안된다고 한 그것이 바로 나에게 차례졌단말이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소. 나는 그 무거운 과업을 받고 종일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소. 그런데 왜 나는 이토록 앙양된 흥분상태에 있게 되는가 하는거요. 왜냐하면 나는 오늘 비범한 인간을 보았기때문이요. 이 강봉석이는 그분께 매혹되였소. 나는 어쩔수없이 나의 뇌수와 심장을 틀어쥔 그분에게 찬사를 보내게 되오!》하고 그는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안해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는 김일성동지의 지시에 대하여 달리 대답드릴수 없었다. 그이께서 내각수상이시기때문이 아니라 그이의 비범한 인간되심에 매혹되였기때문이였다. 그로 하여 그는 자기가 짊어진 무거운 짐에 대한 걱정으로 온밤을 거의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대답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의 자존심, 인간적존엄을 매우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