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산마루 10


 
 

10

 

《···

이제는 김정일조직비서가 나의 사업을 많이 대신해주어 어느 정도 짬을 얻게 되였다. 세대가 바뀌여 혁명의 로투사들도 하나둘 가고 새로 자란 세대가 우리 혁명의 중진으로 되였다. 그들에게 민족과 더불어 한생을 살아오면서 체험한 문제들과 선렬들이 오늘을 위해 어떻게 자기 청춘을 바쳤는가를 알려주는것이 나의 의무로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있는대로 한두줄씩 적어놓게 되였다.

···》

김일성동지께서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쓰게 된 소신을 밝히신 머리글의 한 대목이다. 이 글에서 알수 있는것처럼 회고록은 끝없이 소박한 취지에서 씌여졌고 그 내용도 겸허성으로 일관되여있다. 오히려 그것이 더 독자들속에서 폭풍과 같은 반향을 일으키게 하였고 다음권들에 대한 불같은 기대를 가지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회고록집필을 자주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이 시기 단군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돌리시였기때문이다.

지금도 그이께서는 회고록을 쓰려고 펜을 드시였으나 생각은 단군문제에로 자꾸 돌아섰다. 단군을 생각하시는 그이의 마음은 매우 번거로왔다.

단군릉발굴문제를 지지하시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학계는 며칠이 지나도록 잠잠했다.

문득 생각은 《기자묘》를 파보던 때의 일로 뻗어갔다. 그때 학계는 물론 정계에서까지 론의가 분분하였다. 만일 그 무덤을 파헤쳤다가 기자의 유골이라도 나온다면 어쩌겠는가. 그렇게 되면 정말로 기자가 조선을 세웠다는것이 증명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파보지 않은것보다 못하지 않은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때 그 모든 론의들을 눌러버리시였다. 그때는 《기자묘》가 가짜일것이라는 견해가 확고하시였던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이께서는 머리를 기웃하시였다. 아무래도 불안하시였다. 왜 학계는 아직도 잠잠한가. 단군릉을 발굴하여 기대와 달리 단군실체나 고조선력사정립에 아무런 도움을 받을수 없다는것이 확증된다 해도 단군이 실재한 인물이라는것을 증명해낼 보다 합리적인 다른 대안을 찾고있는것이 아닐가?···

밤은 깊어가고있었다.

전화종이 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걸어오신 전화였다.

수령님의 락중에 큰 락이 김정일동지의 전화를 받으시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제나 기쁜 소식을 알려오시였던것이다. 모든 일을 완전무결하게 처리하시기때문에 알려드릴 걱정거리가 실지로 없었던것이다.

《무슨 일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기대감을 가지고 물으시였다.

《사회과학원 당위원회에서 올라온 보고인데 수령님께서 기다리실것 같아 밤중이지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궁금증이 났댔소.》

《그러실줄 알았습니다. 사회과학원에서는 단군릉발굴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그렇소?》

김일성동지의 얼굴에 순간 기쁨이 확 어렸다가 사라졌다.

《그 동무들이 덮어놓고 하자는건 아니요?》

《반대입니다. 보고에는 심중히 대하느라고 시작이 늦어졌다는 사실이 첨가되여있습니다.》

김일성동지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어리였다.

《그 동무들이··· 그랬단 말이지?··· 그래야지.》

《전화가 길어져도 일없겠습니까?》

《괜찮소, 내 걱정은 말고 좀 자세히 말해보오. 그래 무슨 문제들이 론의되였다고 하오?》

수화기에서는 보고문건을 넘기시는듯 한 사르륵소리가 한동안 울리다가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수령님, 문제는 발굴조사업을 책임지게 되여있는 동무가 한마디 한것으로부터 제기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진규의 《잡소리》문제를 간단히 설명하고나서 계속하시였다.

《그곳 당조직에서 여러차례 담화를 통해 알아본데 의하면 수령님의 교시까지 계시였는데 무덤을 팠다가 빈 무덤이면 당의 권위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것을 걱정한것입니다. 사회과학원 당조직에서는 그 동무를 몰아댄 일군을 비판하고 그 동무에게 발굴사업을 책임지우기로 결정했답니다.》

《일처리를 한걸 보면 그곳 당위원회도 괜찮소! 아무튼 이번 발굴사업이 큰 문제를 안고있는것만큼 복잡한 론의들이 있을수 있으니 당에서 많이 도와줘야겠소. 다른 문제는 또 없소?》

《수령님, 발굴은 땅이 다 녹은 다음에야 할수 있다고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있소. 언땅을 파다가 유물이 상할수 있으니까. 그 문제는 학자들이 토론해보라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좋은 전화를 해주어 감사하오.》하고 김일성동지께서 송수화기를 놓으시려는데 《수령님.》하는 부름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무슨 일이요?》

《아닙니다. 래일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

《무슨 일인데 아침까지 기다릴게 있소? 거기서 피곤하지 않으면 지금 와주오. 난 자려면 아직 멀었소.》

수화기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알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간단히 울렸다.

반시간후.

두분께서 저택의 응접실에 마주앉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뭔가 대접하고싶어 댁으로 청하시였던것이다.

간단히 음식을 나누신 후 김일성동지께서 먼저 말씀을 떼시였다.

《〈핵문제〉요?》

《아닙니다.》

미국은 이해 1993년 정초부터 《핵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조선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다. 그들의 목적은 여러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에 이어 우리 나라도 그렇게 하자는데 있었다.

허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오히려 오만한 도전자들을 눈알이 뒤집히게 호되게 다불러대고계시였다. 그러니 문제될것은 없었다.

《그런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의아해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대신 들고온 서류가방에서 한통의 편지를 꺼내 수령님께 올리시였다. 그러시고는 수령님께서 편지를 읽으시는 동안 조용히 앉아계시였다.

그 편지는 김석진원사가 김정일동지께 드린것이였다.

《···

사회과학원 당위원회에서 단군릉을 발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당조직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것은 백번 정당하며 또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그 결정에 손을 든 당원입니다.···》

편지는 처음부터 매우 의미심장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안경을 추슬러올리며 저으기 긴장한 눈길로 편지의 다음구절들을 훑어내려가시였다.

《처음 저는 단군릉을 발굴할데 대한 수령님의 말씀에 몹시 격동되였으며 지어 대담한 거사라고까지 생각하였습니다.

민족에 대한 수령님의 지극하신 마음에 리성을 잃을 정도로 감복하였기때문이였습니다.

그러나 박진규동무의 〈잡소리〉문제가 제기되고 그것을 해명하는 과정에 그의 우려를 알게 된 순간 저는 리성을 되찾고 여러모로 음미해보면서 이번 발굴사업이 헛공사가 아니겠는가 하는 결론까지 도달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놀라운 눈빛을 들어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이게 과연 김석진의 편지가 옳은가, 며칠전까지만도 정도이상으로 흥분했던 사람이!

그러나 다음순간 김일성동지께서는 역시 김석진이는 김석진이야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물론 그의 론거는 편지를 다 봐야 알것이지만 얼마나 솔직하고 량심적이며 또 학구적인가, 그만이 감히 이런 편지를 쓸수 있다, 그가 이 편지를 쓰기까지 얼마나 괴로왔겠는가가 짐작되면서 그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느닷없이 살아나시였다.

《과학적견지에서 볼 때 첫째로, 유골이 묻힌 단군릉이 평양지방에 있을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고조선은 료동지역에서 발족하여 번성한 조상의 나라라는것은 품들여 밝혀낸 과학적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조상들이 자기의 시조왕을 료동에 매장하였으리라는것은 부인할수 없는 리치입니다.

현재 평양 강동의 단군릉이 고구려식의 무덤형식으로 되여있는 점으로 보아 고구려사람들이 만들었다는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하면서 자기의 시조 동명왕을 이장할 때 고조선의 시조왕릉도 이장하였을수 있다는 주장도 서고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동명왕보다 수천년전에 묻혔고 또 이장하여 천오백년이 더 지난 강동의 그 무덤에서 동명왕릉에서도 나오지 않은 피장자의 유골이 나오리라는것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강동의 무덤을 단군의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고구려사람들이 자기 국가의 정통성과 유구성을 시위해야 할 필요에서 유골이 없는 무덤을 만들어놓은것으로밖에 달리 볼수 없습니다. 그 무덤이 우상이라는 저의 주장을 다시한번 상기시켜드리는바입니다.

평양지방의 수많은 단군전설도 이 우상을 믿게 하기 위한 필요에서 지어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부언하건대 단군신화나 단군전설이 료동지방에 깃들어있지 않는것이 유감일뿐입니다.

둘째로, 일반적으로 과학, 특히 력사과학은 세계적인 뉴대, 세계적인 계률속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입니다.

세계에는 자기 민족의 유구성과 고대문명을 자랑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조의 유물을 찾은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혹시 과학적으로 확증된 무덤에 대한 발굴이라면 몰라도 문제가 있는 무덤을 발굴한다는것은 거의나 무모한 모험이며 얻는것보다 잃는것이 더 많을수 있습니다.

정치적견지에서 볼 때 한마디로 당의 권위를 훼손시킬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박진규동무의 우려에 전적인 동감입니다.

단군연구에 온 생애를 바쳐왔고 온갖 심혈을 쏟아부은 그가 오늘에 와서 단군릉발굴문제를 놓고 당의 권위에 우려를 표시한데 대하여 저는 그의 과학자로서의 량심을 보았고 그 량심을 높이 사게 되였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옥에는 티가 있어도 당의 권위에는 한점의 티라도 있어서는 안될줄 압니다.

그토록 바쁘신 장군님께 이런 편지를 올리게 되는 미천한 전사를 용서해주십시오.

···

사회과학원 원장 김석진 올립니다.》

편지를 다 읽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깊은 사색에 잠기시였다.

김석진의 주장이 그 한사람만이 아닌 과학계에서 전반적으로 굳어져있는 견해라는 사실을 알고계시기때문이였다.

조용히 그대로 앉아계시는 김정일동지···

두분사이에 무겁고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수령님께서 《내가 회답을 쓰겠소.》라고 하시면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그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이 없이 서류가방에서 자루가 류달리 굵은 마지크를 꺼내 수령님께 드리였다.

그것을 받아드신 수령님께서는 김석진의 편지겉통에 다음과 같이 쓰시였다.

《선생의 량심적인 고백을 들으니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당의 권위는 걱정 안해도 일없겠습니다. 당의 권위우에 민족의 권위가 있습니다. 나는 선생이 당조직의 결정대로 해줄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활달하고 큼직큼직하게 쓰신 글자마다에는 그 어떤 신념이 번뜩이는듯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께 눈길을 돌리시였다.

《동의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마지크를 받아드시여 수령님의 존함밑에 자신의 존함을 써넣으시였다.

편지를 서류가방에 넣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을 이윽히 우러르시다가 나직이 물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정말 단군을 믿으십니까?》

수령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의 밤물결에 불야성을 이룬 동평양의 거리가 비꼈다.

어린시절 단군릉의 분향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께서 김형직선생님께 하신 질문이 생각나시였다. 그때 아버님께서는 뭐라고 대답하시였던가. 그래, 금돌과 막돌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지.

삼천리강산을 금돌로 꽉 채우고싶으신 김일성동지이시였다.

이윽고 김정일동지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과학이 그것을 증명할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저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두분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마주 바라보시였다. 그 눈길에는 수만의 대화가 흐르고있었다.

《그런데 회고록은 언제 쓰시렵니까?》

《민족의 력사가 더 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