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을 위함이라면

김 룡 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끄시는 항일무장투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던 시기인 1935년 여름이였다.

내가 속한 유격대의 한 부대는 최용건동지의 지휘밑에 무원현성전투에서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요하현 보마정자로 가는 도중 무원현 하마허즈에서 휴식하게 되였다.

하마허즈는 서, 남, 북 3면이 진펄로 둘러싸여있는 자그마한 촌락이며 동쪽에는 그리 크지 않은 강이 흐르고있었다.

이른새벽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경계를 조직하고 휴식하고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적《토벌대》가 온다는 우리 보초의 신호였다.

지척을 분간할수 없는 짙은 안개로 하여 보초는 적들이 마을을 3면으로 둘러싸고 약 50m지점에까지 접근했을 때에야 비로소 놈들을 발견하였던것이다.

지형상으로 불리할뿐아니라 량적으로 우세한 적들(대략 700놈이나 되였다.)과 전투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수 있었다.

최용건동지는 우리들에게 강을 도하하여 수림속으로 철수할것을 명령하였다.

적탄이 앙칼진 소리를 내며 우리의 머리우를 지나가고있었다.

우리는 명령대로 급히 강가에 나가 한사람씩 강물에 뛰여들었다.

일부 대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물에 들어서려던 나는 마을쪽을 돌아보며 적정을 살펴보았다.

마을에서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적들은 우리가 마을을 빠져나온것을 모르고 저희들끼리 불질을 하는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가 강을 얼마간 건너가고있을 때 마을에서 나는 총성이 더욱 요란하게 울리였다.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저희들끼리 싸우는것 같지는 않았다.

총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확실히 적아간의 전투정황을 느낄수 있었다.

순간 지휘부는 어떻게 되였을가 하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쳤다. 미심결에 옆에서 도하하는 박우섭동무에게 물어보았다. 그 역시 지휘부가 도하하는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마을에서 나는 총성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박우섭동무와 나는 오던 길을 되돌아 마을을 향해 냅다 뛰였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기관총, 보총소리가 콩볶듯하는 가운데 귀익은 싸창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은 더욱 높이 뛰였다. 싸창소리가 나는 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던 우리는 어느 한 집모퉁이를 돌아서자 그만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마구간 담벽에 의지하여 최용건동지가 몇몇 대원들과 함께 싸우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부상당한 련락병이 총을 틀어잡은채 쓰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었다.

대원들을 철수하게 한 다음 지휘부는 동남쪽을 에돌아 마을을 빠지다가 적들과 맞다들게 되였는데 적의 머리수로 보나 지형상으로 보아 그대로 철수하기는 어렵게 되였다.

그리하여 지휘부에서는 이곳에서 적과 싸우며 도강하는 우리 동무들을 엄호하는 동시에 철수할 틈을 노리고있었던것이다.

이러한 사유를 알게 된 우리는 잠시나마 지휘부를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들이 여간만 한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원들이 모두 강을 건넜다고 목메인 소리로 말을 하는 나를 보며 최용건동지는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나는 곧 박우섭동무와 함께 적들을 향하여 사격하는 한편 지휘부의 철수를 엄호하였다.

박우섭동무는 부상당한 련락병동무를 재빨리 둘러업었다.

나는 계속 대렬뒤에서 사격을 하면서 마을을 빠져나왔다.

강을 향해 나가는 우리의 귀전에는 미친듯이 쏘아대는 적들의 탄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스쳐지나갔다.

적들은 악랄하게 우리를 쫓아오고있었으나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때여서 겁을 먹고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였다.

우리는 이 틈을 타서 민활하게 행동하였다.

적들은 우리의 행동을 짐작했던지 마을에서 뛰쳐나와 강변으로 몰려오고있었다.

최용건동지는 이런 급한 속에서도 우리 동무들이 모두 물에 들어섰는가를 재삼 확인한 다음에야 강에 들어섰다.

나도 동무들의 뒤를 따라 강을 건느기 시작하였다. 이때 공교롭게도 강을 뒤덮고있던 안개가 갑자기 걷히기 시작하였다.

적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사태는 저으기 급하게 되였다.

동무들은 벌써 강 중간에 들어섰으므로 다시 강변으로 돌아나올수 없었다.

그러나 방금 물에 들어선 나만이라도 바삐 돌아선다면 강변에서 적과 싸울수 있었으며 따라서 동무들의 도하를 엄호할수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동지들을 위험속에서 구출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강기슭에 나와 붙었다.

안개는 거의 걷히고있었다.

강가에 우거진 숲을 헤치고 앞을 내다보니 선두의 적들이 강변으로 달려오고있었다.

나의 앞 약 15m 거리에까지 다가온 5~6명의 위만군놈들은 저희들끼리 무어라고 지껄이면서 도하하는 우리 동무들을 향하여 사격하려고 하였다.

나는 정확히 조준하고 놈들을 쏘았다.

그러자 적들은 나에게로 화력을 돌렸다. 뒤따라오던 놈들은 기관총과 보총을 란사하면서 무리를 지어 달려들었다.

나는 물곬에 패여진 웅뎅이에 들어가 하반신을 물에 잠근채 달려드는 적들과 싸우면서 자주 강너머쪽을 돌아보았다.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있을 때 강을 건너간 동무들은 적탄이 우박치듯 하는 그 위험속에서도 나를 찾고있었다.

나는 동무들이 어서바삐 수림속으로 들어가기만을 진심으로 바랐다.

그런데 적 기관총이 우리 동무들이 철수한 쪽으로 총구를 돌리는것이였다.

(어디 빨찌산의 맛을 좀 봐라.)

나는 속으로 이렇게 웨치며 적 기관총수를 싸창으로 조준하여 사격하였다.

적 기관총수와 부사수놈이 쓰러지자 다른 놈들이 강기슭 숲속을 향해 무질서하게 총질을 하는것이였다.

내가 탄창을 갈아끼우려고 예비탄창을 왼손에 쥐였을 때 무거운 몽둥이로 어깨를 내리치는듯 한 아픔이 느껴지더니 왼쪽팔이 축 늘어졌다. 적탄에 부상을 당한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장탄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왼손에 쥐였던 탄창을 그만 물속에 떨구고 말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원쑤들을 노려보았다.

적들은 나에게 사격을 집중하는 한편 수림속으로 들어가고있는 우리 동무들을 추격하기 위하여 10여명의 기병대를 벌판쪽에서 강변으로 파하는것이였다.

사태는 매우 위급하게 되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장탄하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왼쪽팔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적들은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해오고있었다.

말그대로 분초를 다투는 시각이였다.

동지들을 해치려는 적을 눈앞에 두고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나는 뜨거운 총신을 입으로 물고 한손으로 격철을 제꼈다. 이렇게 장탄을 한 다음 나는 달려오는 적 기병대놈들을 향하여 사격하였다.

순식간에 탄창 하나를 다 쏘고나면 총신은 불속에서 방금 꺼낸 쇠덩이마냥 더욱 달아올랐다. 다시 장탄하려고 총신을 입에 가져다 댈 때면 입술이 총신에 묻어나는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여러번 반복했을 때에는 아픈줄도 몰랐다.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것 같았다.

나는 쏘고 또 쏘았다.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말우에서 허공으로 나가 떨어지는 놈이 있는가 하면 말과 같이 뒹구는 놈도 있었다.

달아오른 총신을 연방 무는 나의 이틀은 온통 물러나는것 같았고 부풀어올랐다.

적들의 시체가 눈앞에 쌓여갔다. 이렇게 되자 놈들은 더이상 가까이 접어들지 못하였다. 그저 멀리서 아무데나 대고 헛총질만 할뿐이였다.

여러곳에 부상을 입은 나는 차차 의식이 흐려져갔다. 몽롱해지는 가운데도 동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미해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가다듬으며 나는 다시 수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지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무사히 수림속으로 들어갔구나.)

나는 얼마간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상처에서는 점점 출혈이 심하였다. 중상을 당한데다 탄알마저 떨어졌다. 그리고 기력을 추세울수 없는 몸은 물속으로 잦아들고있었다. 아무리 안깐힘을 쓰며 몸을 춰세워보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의식을 잃고 강기슭에 깊숙이 패여진 홈타기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때 적들은 한참동안 사격하고나서 강반을 수색하기 시작하였다. 개 싸다니듯 하면서 강반을 뒤졌으나 놈들은 종시 나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물에 잠겨 머리만 남은 나를 풀이 우거진 강기슭이 지붕처럼 가리워주었던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에 깨여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꿈을 꾸고있는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나의 왼쪽 가슴에 따뜻한 그 무엇이 짚이는것을 감촉하였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나는 집안에 누워있었고 한 농민이 나의 가슴에 손을 얹고있는것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나를 만류하면서 그 농민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농민들은 물고기잡이를 하다가 나를 발견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꼭 나를 죽은 사람으로만 알았다. 의식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때문이였다.

그들은 시체라도 묻어주자고 나를 물속에서 꺼내고 혹시나 하여 다시 나의 맥을 짚어보니 희미하게 숨결이 있어 부랴부랴 손을 썼다는것이였다.…

이렇게 나는 이곳 농민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였다.

다음날 나는 박우섭동무와 다른 두 동무들을 이 집에서 만났다.

우리는 서로 덥석 끌어안고 얼굴을 마구 비벼대며 반가운 상봉을 하였다.

이리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보마정자에 자리잡고있는 그리운 부대로, 동지들곁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었다.

동지들을 위하여!

지휘관도 대원들도 자기보다 먼저 동지들을 위하는 이런 불같은 마음으로 사선을 헤치며 싸워왔기에 우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령도를 받들어 조국해방의 성스러운 위업을 이룩할수 있었다.

 

-> 이 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적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