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위고지에서의 결전

리 두 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인솔하신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가 북만으로부터 압록강연안으로 진출한 후 내가 속해있던 조선인민혁명군 5사 4련대 2중대는 녕안현과 림구현 일대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다가 1936년 초겨울 의란현에 들어와서는 줄곧 북으로 행군하고있었다.

림구현쪽에서 의란현쪽으로 흐르는 오사흔하의 량안에 펼쳐진 평야와 구릉지대에는 눈이 하얗게 깔렸는데 녹아 내린 눈들이 얼어붙은곳도 드문드문 있었다.

강 한가운데에는 아직 얼어붙지 않았으나 강 량쪽 기슭에는 얼음이 깔려있었다.

북만일대에서 적들에게 계속적인 타격을 주면서 인민들의 혁명력량을 반일전선에로 결속시키며 북으로 계속 행군하고있던 우리는 의란현 대반도라는 부락을 지나 얼마 안가서 휴식하게 되였다.

우리가 휴식하게 된 곳에는 중국인민들의 가옥이 길 좌우켠에 얼마큼씩 사이를 두고 늘어서 있었고 려인숙도 몇채 있었다.

혁명군부대가 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다.

인민들은 집집에서 달려나와 우리를 환영하였다. 그들은 자진하여 우리의 점심식사준비를 담당하여 나섰다.

우리 중대는 소대별, 분대별로 나뉘여 인민들의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휴식하면서도 잠시도 적에 대한 경각성을 늦추지 않았다. 모두 무기를 손에 쥐고 배낭을 멘채로 있었으며 요소마다에는 보초들이 서있었다.

중대에서는 동북쪽 야산에 《망원초》를 세웠고 산밑에 《바닥초》를 세웠다.

집집마다에서 혁명군대원들은 인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아직 점심식사준비가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바닥초》로부터 적이 온다는 급보가 왔다. 《망원초》가 기발을 들어 신호를 하였던것이다.

적은 의란쪽에서 오고있었는데 그것은 약 100명 가량되는 왜놈기병들로 조직된 가장 악질적인 《수비대》놈들이였다.

중대장동무는 전체 대원들에게 뒤고지에 올라가라고 명령하였다.

우리 분대원들은 재빨리 고지밑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가닿은 고지 서쪽면은 가파로왔고 고지 바로 밑은 절벽을 이루고있었다.

고지에는 나무가 드문드문 서있었는데 경사면은 눈이 얼어붙어 퍽 미끄러워보였다.

가파로운 절벽에 붙어서 고지로 올라간다는것은 어려울뿐만아니라 조성된 정황하에서 위험한 일이였다.

그러나 적들은 고지 동쪽의 밋밋한 릉선방향으로 오고있었고 우리는 고지서쪽면에 있었으므로 발견되지 않고 행동할수 있었다.

우리 분대동무들은 바위에 붙어서 한치, 두치 절벽으로 기여올라갔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순간이라 마음은 성급히 고지정점에 가닿았으나 몸은 뜻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어떤 동무들은 한길씩이나 뛰여올랐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여 다시 굴러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굴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고지우에 기여올랐다.

이리하여 우리는 깎아세운듯 한 절벽을 극복하고 드디여 고지정점에 오르고야말았다.

우리는 고지에 오르자 이어 전투준비를 갖추고 적을 기다리였다.

적들은 말에서 내려 산릉선과 산 동쪽의 무연한쪽으로 병력을 나누더니 포위태세로 고지를 향해 사격하며 올라왔다.

적들을 근거리에 접근시킨 우리는 기관총과 보병총으로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우리의 세찬 타격에 적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수적우세를 믿고 거만하게 달려들던 적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력량을 다시 재수습해가지고 또다시 기여오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분대원들은 고지에 솟은 큰 바위근처에 있는 나무와 바위에 의지하여 전투서렬을 짓고 싸웠는데 모두 9명이였다.

전투는 다시 백열전을 이루었다. 기관총, 보병총소리가 산야를 요란하게 뒤흔들었다.

아군의 맹렬한 사격에 적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악랄한 놈들은 다시금 전투서렬을 정돈하고 집요하게 달라붙으려고 하였다.

전투가 오래 계속될것은 명백하였다.

그러나 중대는 행군임무로 보아 고지에 머물러있을수가 없었다. 한시바삐 고지에서 빠져나가야 하였던것이다.

그러자면 적들의 주의를 한곳에 집중시켜야만 하였다. 적을 바위 한쪽에 유인함으로써 중대의 철수를 보장하여야 할 중대한 임무가 우리 분대에 맡겨졌다.

우리는 분대앞에 제기된 임무가 어렵고 무겁다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어려운 임무라 할지라도 목숨바쳐 싸운다면 반드시 수행해낼수 있다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있었다.

만약 전우들이 포위환을 뚫고 무사히만 나간다면 비록 우리가 고지에서 싸우다가 죽는다 하여도 무엇이 두려울것이 있겠는가.

적들을 우리에게로 끌어당기자. 전우들을 구원하자!

비장한 결의로 충만된 분대원들은 바위를 둘러싸고 하나로 굳게 단합되였다.

그리고 달려드는 적을 겨누어 쏘고 또 쏘았다.

전투가 시작된지 벌써 1시간이상이 되였으나 적들은 의연히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탄알이 점점 떨어져갔다. 그러자 분대장동무는 머리를 들고 《탄알을 아끼오. 한방에 한놈씩 잡아 제끼오.》하고 웨쳤다.

이때 분통하게도 흉탄이 그의 머리에 맞았다. 분대장동무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우에 쓰러졌다. 곁에서 사격하고있던 나는 급히 기여가서 분대장동무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나는 가슴이 막 타오르는것 같았다.

《개놈들, 어디 보자. 분대장동무의 원쑤를, 전우들의 원쑤를 기어이 갚고야 말테다.》

나는 적진을 쏘아보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웨쳤다.

분대장동무의 최후는 대원들의 적개심을 백배, 천배로 불러일으켰다.

누구인가 격분에 찬 어조로 웨쳤다.

《동무들, 분대장동무의 명령대로 한방에 한놈씩 잡자!》

우리의 복수탄에 겁을 먹은 적들은 일시 공격을 멈추었다가도 다시금 악을 쓰며 달려들군 하였다.

우리는 그때마다 발악하는 적을 보기 좋게 쓸어눕혔으나 그러는 사이에 우리 인원도 점점 줄어들어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력량이 얼마 되지 않는것을 눈치챈 적들은 바위를 향하여 집중사격을 퍼부으며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사태는 매우 위급하게 되여갔다.

우리 분대가 적들을 고지 한곳에 유인하고있는 동안에 중대는 이미 고지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므로 우리 분대는 사실상 자기 임무를 끝낸셈이였다.

그러나 우리는 고지에서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뒤는 벼랑이고 정면과 좌우쪽에는 적들이 욱실거리고있었다.

바득바득 기여오르던 적들이 머리를 쳐들고 달려들 때마다 고지우의 우리들은 비록 4명이였지만 있는 힘을 다하여 적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력량상 우세한 적들은 계속 달려들었다.

가렬처절한 전투는 벼랑을 사이에 두고 3시간이나 계속되였다.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주위는 어두워져갔다. 이렇게 되자 발악하던 적의 총성은 뜸해져갔으며 바위로 기여오르는 놈들의 수도 점차 줄어갔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는 고지에서 물러서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정면과 좌우측에는 적들이 있었으므로 빠져나갈 길이란 오직 절벽을 이룬 후면뿐이였다. 절벽에는 눈이 드문드문 얼어붙어있고 절벽 맨 아래쪽에는 바람에 날려 몰려든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절벽에 붙어서 내려간다는것은 위험한 일이였다.

그러나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는 탄알이 다 떨어져갔으며 남겨둔 탄알은 한사람앞에 겨우 5발뿐이였다.

(비겁하면 죽는다.)

나는 이렇게 결심하고 총을 가슴에 안은채 벼랑끝으로 갔다. 그리고 몸을 바로잡자 생사를 결단하고 모로 내리굴렀다.

얼마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눈무지속에 떨어졌다는것을 알았다. 내 뒤를 따라 절벽을 굴러내린 전우들도 방금 눈무지속에서 몸을 일으키고있었다. 기적적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모두 무사하였다.

바위밑에서 강가까지는 갈밭이 계속되였는데 갈은 키를 넘었다. 우리는 그것을 리용하였다.

우리 4명은 갈밭을 지나 우스훈하를 건넜다. 강물은 허리를 넘었다. 얼음장들이 흘러내리는 강물은 살을 에일듯 차거웠다.

강 서쪽 갈밭을 빠져 조그마한 야산에 오르자 우리는 그자리에 쓰러졌다.

우리는 지칠대로 지쳤던것이다.

겨울날은 해가 떨어지기 바쁘게 인차 어두워졌다. 숲속에 한참 누워있으니 온몸이 막 얼어들고 배가 몹시 고파났다. 목안이 타번지는것 같고 숨이 막히는듯 하였다.

그러나 부대를 찾아야만 하였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겨 디디며 미리 약속한 방향으로 한발자국, 한발자국 어둠속을 더듬으며 걸었다.

우리는 소통구쪽을 향하여 북으로 갔다.

모진 고생끝에 우리는 마침내 그리운 전우들을 다시 만나게 되였다. 전우들은 너무도 기뻐서 우리를 부둥켜안고 놓지 않았다.

그 순간의 뜨겁고도 열렬한 감정을 어찌 다 표현할수 있겠는가.

나는 고지우에서 우리들을 결사전에로 부르던 분대장동무를 다시금 회상하였다.

만약 그때 적의 화력을 우리가 차지하고있은 바위로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중대의 기본력량은 고지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을것이다.

지휘관은 우리들의 손을 잡고 감격에 찬 어조로 말하였다.

《참 동무들은 영웅들이요. 목숨으로 전투임무를 보장했소. 동무들의 영웅적투쟁은 우리 전체 대원들의 모범으로 될것이요.》

우리는 새로 탄알을 보충받고 다음번 전투를 준비하면서 한 5~6일동안 푹 쉴수 있었다.

그후 인민들로부터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적들은 인민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2~3일간이나 돌바위 고지일대에서 통나무처럼 얼어버린 놈들의 시체 40여구를 찾아내여 마차에 실어갔다는것이였다.

이 지방에서 왜놈의 군대를 이렇게 잡은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인민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영웅적투쟁과 그 빛나는 승리를 높이 찬양하였으며 우리를 더욱 신뢰하고 사랑하게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