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때일수록 매사를 심중히 생각해야 하오》

전   희

 

1938년초 우리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친솔하에 몽강현의 어느 수림속에서 숙영할 때 있은 일이다.

나는 밤이 이슥해서야 보초근무를 교대하고 우등불곁으로 돌아왔다.

대원들은 모두 잠자리에 눕고 우등불가는 조용하였다.

천막은 바로 우등불곁에 있었는데 불무지와 천막사이에는 진대나무 한대가 가로놓여있을뿐이였다.

나는 우등불에 몸을 녹이고나서 자리에 누웠다.

내가 자리에 누워 잠이 들락말락하였을무렵 별안간 어디선가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후 사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그것이 필시 바람소리려니만 생각하고 다시 돌아누워 잠을 청하려 하였다.

그런데 재차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나는 직감적으로 누가 배낭을 뒤지고있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뒤미처 몇사람건너에 누웠던 한 대원이 슬그머니 일어나는 기척이 알렸다.

(누가 일어나 배낭을 뒤지고있을가?)

나에게는 이런 의심이 생겼다. 나는 슬며시 진대나무쪽으로 돌아누우면서 눈을 번쩍 뜨고 소리나는쪽을 주시하였다.

그러자 《곰보》라는 별명을 가진 신대원이 웬일인지 자고있는 대원들을 흘금흘금 살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것이 눈에 띄였다.

(혹시 도망을 치려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삽시에 나의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그의 거동을 놓칠세라 주시하였다.

그런데 도망을 치려든다면 배낭을 메고 달아날것인데 그러지는 않고 무슨 둥그런 쇠덩어리 같은것을 쥐고 진대나무를 슬며시 넘어가는것이 더욱 이상하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상반신을 얼른 일으키고 《곰보》가 쥐고있는 쇠덩어리를 눈여겨보았다.

우등불빛에 확연히 드러난 쇠덩어리는 철사가 얼기설기 감겨져있는 폭탄이였다.

《곰보》는 진대나무를 넘어서 재빨리 불무지에서 불꼬치를 집어들고 폭탄심지에 불을 달고있었다.

평소부터 어딘가 불성실한 면이 있다고 보아왔으나 설마 이런 흉악한 놈인줄은 모르고있었다.

앞뒤를 생각해볼 사이가 없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진대나무를 뛰여넘어 《곰보》앞에 와락 달려들었다. 그리고 폭발직전의 폭탄을 힘껏 발길로 차버린 다음 재빠르게 총가목으로 《곰보》의 이마빼기를 호되게 내리쳤다.

《곰보》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고 폭탄은 눈무지우로 굴러가 처박히면서 《씩》하고 심지에 달렸던 불이 꺼졌다.

《직일!》하고 나는 다급히 직일병을 찾았다.

그리고 슬금슬금 일어나서 뒤걸음질하며 도망치려는 《곰보》놈앞으로 다시 뛰여들었다. 악착한 이놈의 숨통을 마저 끊어놓아야 하였다.

내가 총가목을 다시 쳐들고 《곰보》놈의 머리를 막 내리치려는 순간이였다. 별안간 내뒤에서 나직하나 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좀 참으시오.》

사령관동지시였다.

뒤미처 경위중대동무들이 우르르 우등불가로 몰려나오고 천막뒤를 돌고있던 직일병동무도 달려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 《곰보》놈을 노려보았다.

《저놈을 어떻게 살려둔단 말입니까?》

당시 17살이던 나는 도무지 참을수가 없어 또다시 《곰보》놈한테 달려들었다.

《덤비지 마오. 우선 상처나 잘 싸매주오.》

사령관동지의 엄격한 목소리에 나는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이께서는 그 즉시로 《곰보》놈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시였다.

그날 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하였다.

《곰보》놈을 생각만 하여도 치가 떨려서 몇번인가 자리를 차고 일어났었다.

그 이튿날 아침 우리들은 사령관동지의 명령에 따라 다시 행군을 계속하게 되였다.

나는 응당 《곰보》놈을 처단해버리고 떠나리라고만 믿고있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곰보》놈을 함께 데리고 갈것을 명령하시였다.

행군은 계속되였다.

하루이틀 지나는 사이에 《곰보》놈의 눈에는 괴로와하는 빛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곰보》놈이 벼랑으로 굴러떨어져 도망치려고 시도할것만 같아서 그날 밤 처단해버리지 못한것을 후회하였다.

벼랑을 지나자 우뚝우뚝한 바위들이 나졌다.

그이께서는 큰 바위앞에 이르자 천천히 걸음을 멈추시고 휴식을 명령하시였다.

대원들은 눈을 털기도 하고 신들메를 고쳐매기도 하면서 숨을 돌렸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휴식하는 대원들을 둘러보시면서 우리들이 알고싶어하던 《곰보》놈의 정체도 밝혀주셨다.

《곰보》놈은 부대에 잠입한 다섯명의 밀정중에서 두번째가는 두목이였다.

그놈들은 사령부를 해치며 음식물에 독약을 칠것 등의 암해공작임무를 받고 신대원으로 가장하여 잠입했으나 우리의 높은 경각성때문에 그 어느 한가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였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전희동무는 나어린 녀대원이지만 항상 높은 경각성을 가지고있었기때문에 우리 대렬내에 기여든 흉악한 원쑤를 적발하였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예리하게 살펴 《곰보》놈의 흉악한 죄행을 제때에 발견하고 폭탄을 차던진것은 아주 잘한 일이요.

만일 전희동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의를 돌리지 못했거나 《곰보》놈의 행동을 보고도 미처 어찌할바를 몰라 망설이였다면 어떻게 되였겠소.

뜻밖에도 사령관동지로부터 치하의 말씀을 듣게 된 나는 얼굴을 붉히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때 나의 머리에는 그이께서 지난날에 강조하시던 다음과 같은 말씀이 번개치듯 떠올랐다.

유격대원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혁명적경각성을 견지해야 합니다.

원쑤들이 우리 유격대를 내부로부터 파괴하기 위하여 악랄하게 책동하고있기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혁명적경각성은 원쑤들의 책동을 제때에 적발하는데서 표현되여야 합니다. 원쑤가 나쁜짓을 할 때까지 우리가 모르고있으면 얼마나 혁명에 큰 손실을 주겠습니까.

(그런데 나는 《곰보》가 평소부터 전투임무를 태공하는것을 가끔 보고서도 그놈의 눈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았는가.)

나는 얼굴을 숙인채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놈들의 음흉한 책동을 낱낱이 폭로하신 다음에 우리들에게 더욱 경각성을 높일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그리고나서 그이께서는 나를 거듭 칭찬하여주신 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만일 그 순간에 동무가 저놈을 때려죽였더라면 일이 어떻게 되였겠는가를 생각하여보오. 두목놈도 제때에 잡아내지 못하였을것이고 놈들이 꾸미던 흉계도 모두 알아내지 못하였을것이 아니요? 어느 편이 혁명에 더 큰 리익을 줄수 있소?

나는 한자리에 멈춰선채 아무런 말도 입밖에 내지 못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우리들을 둘러보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미 우리의 손아귀에 틀어잡힌 원쑤는 두려울것이 하나도 없소. 아직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깊이 숨은 원쑤가 더 위험하오. 꼬리를 잡은 원쑤놈을 처리하는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그놈을 통하여 그뒤에 숨은 놈을 잡아낸다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요. 그렇지만 우리는 깊이 숨은 적을 잡아내기 위하여 끝까지 노력해야 하오.

가령 《곰보》놈의 경우에도 그렇소. 그놈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났는가, 누구에게서 임무를 받았고 무슨 목적을 가지고 기여들었는가, 그와 련계된자는 없는가 하는것들을 샅샅이 알아봐야 하는것이요. 다 알아본 이후에 처리해도 늦지는 않소.

전희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곰보》를 왜 이제껏 살려뒀는지 리해할만 하오?

사령관동지께서는 내곁으로 다가오시더니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시면서 재차 조용히 타일러주시였다.

《급한 때일수록 매사를 심중히 생각해야 하오. 그래야 혁명에 더 큰 리익을 줄수 있소. 알겠소.》

나는 그제서야 《알았습니다.》라고 말씀드리였다.

나의 눈앞에는 그날 밤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시고 《곰보》놈의 상처를 싸매주라고 침착하게 말씀하시던 그이의 심중한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나는 크고작은 전투지휘에서 어느 한 대원의 신변에 이르기까지, 원쑤를 무찌르는 전투마당에서나, 대렬내에 기여든 반혁명분자들과의 투쟁에서나 항상 혁명의 리익과 결부시켜 깊이 사고하시고 매사를 신중하게 처리하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모범을 따라 혁명에 더 큰 리익을 줄수 있도록 자신을 더 수양해야 하겠다는것을 마음속깊이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