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기만유인하여

한 태 룡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 조선인민혁명군의 한 부대가 적들의 《동기토벌》준비를 파탄시키고 부대의 월동용물자를 해결할 목적으로 장인강부락의 경찰을 유인소탕하였을 때의 일이였다.

1939년 늦가을 어느날, 부대지휘부에서는 전투에 앞서 지방 인민들을 통하여 부락정형을 료해하였다.

삼면이 험한 산이고 서쪽으로는 화룡으로 통하는 자동차도로가 있는 장인강집단부락에는 200호가량의 주민이 살고있었다.

적들은 그해 겨울에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을 《완전소탕》하겠다고 날뛰면서 《토벌대》에 후방물자를 조달하기 위하여 이 집단부락에도 여러개의 군수품창고를 지어놓고 경찰을 60여명이나 주둔시키고있었다.

지휘부에서는 부락의 적정을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하여 소대장 손태춘동무와 나에게 정찰임무를 주었다.

우리는 늦은 저녁때 부락뒤산에 도착하였다. 산정에 올라서니 부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높은 토성으로 둘러싸인 부락안에는 초가집들이 올망졸망 들어앉아있었다. 부락복판에 있는 기와집에는 누런 복장을 한 놈들이 자주 드나드는것이 눈에 띄였다. 우리는 그것이 경찰서가 틀림없다고 판정하였다. 그외에는 적들의 창고인듯 한 건물이 몇채 있을뿐이였다.

우리들은 쌍안경으로 부락에 대한 감시정찰을 더 세밀히 진행하였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도 부락 토성문은 굳게 닫히였고 부락과 토성주위로는 무장한 적들이 계속 패를 지어 돌고있었다.

부락을 둘러싼 토성우에는 철조망이 늘여져있었고 토성밖두리에 있는 너비가 2. 5m가량 될만한 홈엔 물이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토성우에는 날개가 밖으로 한발쯤 나오게 이영을 해씌웠고 토성안 밑바닥에는 뾰족한 말뚝들이 촘촘이 박혀있었다.

부락을 습격하자면 우선 토성을 넘는 문제가 용이할것 같지 않았다.

토성이 높아서 넘어가기 어려울뿐만아니라 토성밖으로 한발쯤 나온 이영날개가 큰 방해로 될것이였다.

지휘부에서는 우리들의 정찰보고를 듣고 신중히 토의한 후에 부락안의 적들을 감쪽같이 유인해내다가 소멸할것을 계획했다.

지휘부에서는 전투행동계획을 면밀히 세운 다음 유인조, 매복조, 운반조 등으로 전투대오를 편성하였다.

나는 매복조에 속했다.

경찰을 토성밖으로 끌어낼 유인조는 중국말을 잘하는 리경석동무가 책임지고 매복조는 소대장 손태춘동무가 책임졌다.

밤 12시경 부대는 부락뒤산에 은밀히 진출하였다.

운반조동무들은 장인강부락뒤에 있는 울창한 수림속에 들어가 여러곳에 나무무지를 만들어놓았다.

이때 우리 매복조성원들은 운반조동무들이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대도로로 접근하였다. 이 도로는 화룡으로 통하는 길이므로 부락경찰놈들의 유일한 퇴각로나 다름없었다.

더우기 부락을 둘러싼 산들이 험하기때문에 경찰놈들은 퇴각하게 되면 어차피 이 길로 도망치지 않을수 없었다.

소대장 손태춘동무는 인차 대원들을 도로 량옆 홈타기에 매복시켰다.

유인조에서는 대도로를 끼고 가설한 적의 전화선을 절단하고 그곳에 우리의 전화기를 련결하였다. 그리고는 부락경찰들이 본부를 찾기만 기다리고있었다.

이윽고 운반조동무들이 여러곳에 만들어놓은 나무무지에 일제히 불을 달아놓았다.

삽시에 부락뒤산은 불바다로 변하였다.

운반조동무들은 혁명가요를 부르고 함성을 올리며 일부러 생나무도 쿵쿵 찍어 넘겼다.

수많은 불무지에서 불길이 치솟고 생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연방 넘어가는것이 과연 유격대의 대부대가 숙영준비를 하는것 같았다.

그러자 조용하던 부락에서는 고아대는 소리와 개들이 짖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일어났다.

우리들은 모두 긴장된 시선으로 부락을 주시하고있었다.

니의 옆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리경석동무는 송수화기를 손으로 두드려보기도 하고 《후, 후》입으로 불어보기도 하였다.

잠시후 부락경찰놈이 다급히 전화로 본부를 찾는 소리가 송수화기에서 울려나오는것을 나도 알아들을수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본부입니까?》

송수화기에서는 경찰놈의 숨가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왜 그러는가?》

리경석동무가 능숙한 중국말로 제법 상관티를 내면서 위엄있게 응대하는것이였다.

《공산군대부대가 우리 부락을 쳐들어오고있습니다.》

《무엇이?! 공산군이 부락을 쳐들어온다구? 몇명이나 됨즉한가.》하고 리경석동무가 반문하자 경찰놈은 웬일인지 하던 말을 뚝 멈추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것이였다.

웅성대는 경찰놈들의 말소리가 송수화기에서 새여나오는것으로 미루어보아 혹시 놈들이 귀에 익지 않은 리경석동무의 목청에서 이상한 감촉을 받은것이 아닌가 생각되였다.

그럴수록 리경석동무는 더 침착하게 놈들에 대한 속임수를 생각해내는것이였다.

《어이! 소사, 소사! 차를 빨리 가져와!》

그는 송수화기에 입을 대고 크게 말한 후 부락경찰놈에게 《왜 전화를 끊는가? 빨리 말하라!》고 을러댔다.

이런 때 산에 있는 우리 동무들은 생나무를 더욱 쿵쿵 찍어 넘기면서 함성을 계속 울리였다.

송수화기에서 놈들의 말소리가 또다시 울렸다.

《네네, 보고하겠습니다. 공산군의 수는 몇백명되는것 같습니다.》

《응, 그런가. 우리들도 이미 그 비슷한 정보를 다른데서 받았다. 군수창고에 쇠를 단단히 잠그고 부락뒤도로로 해서 화룡쪽으로 림시 빠져나오는것이 좋겠다. 우리가 인차 대책을 세우겠다.》

《네네, 그렇게 행동하겠습니다.》

부락경찰놈들은 리경석동무를 완전히 자기들의 상부로 여긴것이 틀림없었다.

일은 아군의 계획대로 진행되여갔다.

운반조는 토성밑으로 바싹 다가갔고 유인조는 총부리를 부락쪽에 대고 경찰놈들의 행동을 예리하게 감시하고있었다.

매복조의 뒤에 자리잡은 지휘부에서는 우리들에게 잠시후 경찰놈들이 나타날수 있으니 긴장하게 대기하라고 지시를 하달하였다.

우리들은 누구도 까딱하지 않고 토성문쪽을 계속 감시하였다.

시간이 얼마쯤 지나갔을 때였다.

경찰놈들이 토성 뒤문으로 빠져나와 도로로 허둥지둥 달려오는 꼴이 보였다.

나는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놈들의 거동을 주시하였다.

잠시후에 경찰놈들의 선두가 우리의 매복선에 들어섰다.

우리들은 총가목을 더욱 든든히 틀어잡고 소대장의 사격신호를 가슴조이며 기다렸다.

맨 뒤놈이 매복선안에 들어섰을 때였다.

기관총을 쥐고있던 소대장동무는 련발사격으로 놈들에게 총탄을 들씌웠다.

이것을 신호로 도로 좌우측에서 우리의 거센 총탄이 비발같이 놈들에게 날아갔다.

맨 앞장에서 달려오던 놈들이 삼대쓰러지듯 죽어넘어졌다.

뒤따르던 놈들도 뜻밖의 불벼락에 갈팡질팡하다가 여기저기에 쓰러졌다.

놈들중에는 얼마나 급해맞았던지 물도랑에 대가리를 처박고 돌아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총구앞으로 정신없이 벌벌 기여오다가 탄알에 맞아 뻐드러지는 놈도 있었다.

그러나 몇놈의 경찰들은 도로옆 개버들숲속에 엎디여 여전히 저항하였다.

나는 그쪽에 대고 총을 쐈다.

그러자 한놈이 도망을 칠 심산인지 벌떡 일어섰다.

나는 그놈을 재빨리 겨냥하여 면바로 한방 또 갈겼다.

그놈은 비명을 올리며 버들가지를 손으로 휘여잡더니 옆에 있는 물도랑에 나딩굴었다.

적들은 도로 좌우측 물홈을 따라 부락쪽으로 되돌아 도망치려고 꾀하였다.

도로 앞과 좌우측에서만 탄알이 날아오니 적들은 뒤로 도망을 치면 살구멍을 찾을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휘부에서는 이미 한개 분대를 우회시켜 도로 후면에도 매복시켰던것이다.

경찰놈들은 도망치려고 날치다가 아군 한개 분대의 화력에 걸려 또 한바탕 녹아났다.

우리들은 살아남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놈들을 더 바싹 포위하여 집중화력으로 소탕해치웠다. 살아 도망친 경찰은 불과 몇놈 안되였다.

전투는 이렇게 통쾌하게 끝났다.

부대는 주변에 경계를 강화하고 부락으로 들어갔다.

유격대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인민들은 어느새 집집에서 달려나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들은 적들의 창고에서 물건들을 꺼내여 그 일부를 인민들에게 나누어주는 한편 선전사업을 진행하였다.

그후 부대는 로획한 물자들을 처리하고 부락에서 철수하였다.

후일 인민들을 통하여 들은바에 의하면 화룡에 있던 《토벌대》놈들은 겁을 집어먹어서인지 장인강으로 오지 않았으며 며칠후에 경찰 몇놈만이 부락에 조심히 나타나 《치안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는것이였다.

이해 겨울 우리 부대는 계속 적을 불의에 기습하거나 유인하여 소탕함으로써 적들의 《동기토벌》에 큰 타격을 주었다.